[Opinion]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파친코1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6.3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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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시대 한 여성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로 살아가면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파친코1과 2 중 파친코1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친일을 하는 것도 아닌, 그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설 속 주인공인 선자와 그의 어머니 양진, 그리고 이삭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바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함으로써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그 시대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제강점기 시대를 그린 다른 소설과 ‘파친코’의 차이점은 독립운동가, 친일파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그 시대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통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나라를 지키는 사람, 나라를 버리는 사람이 주축이 되고 평범한 사람들은 배경이 되기 마련이기에 이들의 생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읽게 된 것은 파친코를 통해 처음 읽는 듯하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사람들이 독립운동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그 누구도 그들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 사람들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다르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그리던 미래를 이루기 위해 등의 이유는 그들이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소설의 첫 문장이다. 일제강점기 시대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 문장과 같을 것이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포기에 익숙해져 버렸다. 일제강점기 기간은 대략 35년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시간동안 변한 것은 사람들의 의지뿐이었다. 처음부터 의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조선을 지키고자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변하지 않는 현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한다고 해도 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사람들을 포기에 익숙해지도록 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시간을 보여주는 것은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사람들의 생활상도 있지만, 이보다 더 잔인하고 뚜렷한 것은 사람들의 정신이다. 현재 자신들이 사는 세상도 변하지 않는데 자신이 무엇을 행동한다고 해서 어떤 것을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은 어쩌면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포기하는 것이 점점 빨라지고, 그 횟수는 많아지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각자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것


 

파친코1에서 세 인물 선자, 양진, 이삭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함으로써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 선자는 한수를 만나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상대가 생겼다고 생각하며 한수에게 편안함과 사랑의 감정을 느꼈고, 양진은 이삭과 이야기하며 자기 생각을 이렇게 자유롭게 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양진은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가족의 무덤 앞에서만 이야기했었다. 이삭은 신목사와 이야기하며 전에는 아내와 가족을 원하는 마음을 입 밖으로 한 적이 없었는데, 이것을 이야기함으로써 기분이 좋았다고 느꼈다.


이를 통해 그들은 그동안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한 경험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이 각자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공통적인 시대적 상황 때문이다. 개인의 사상을 자유로이 펼칠 수 없던 시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도록 만들었다. 또한, 이러한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포기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은 자신의 꿈, 미래를 말한다고 한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고 이를 밖으로 꺼내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각자의 상황이 그들의 이야기를 터놓을 수 없도록 했다. 이삭은 어렸을 때부터 질병을 앓았기에 자신이 아내와 가족을 원하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내비치는 것에 대해 상대방의 부정적인 반응을 짐작했을 것이고, 자신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선자와 양진의 경우는 조선시대에 여자로 산다는 것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더욱이 양진은 그의 남편이 죽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활하였기에 그의 이야기를 딸, 하숙인,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작가가 이러한 세 인물의 공통점을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이러한 인물들의 공통점을 찾은 듯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 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색하다. 좋은 소식은 좋은 소식이기에 상대방에게 자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해서 말을 하지 않고, 나쁜 소식은 상대방에게까지 걱정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


이 때문에 친구들과도 친하지 않다고 생각한 때가 종종 있었고, 부모님께 조차도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렸다. 그저 실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의 대부분을 차지할 뿐이었다. 최근에서야 상대방에게 나를 조금씩 드러내고,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상대방에게 ‘나’를 이야기함으로써 주인공들과 같이 편안한 감정을 느꼈고, 이러한 시간을 좀 더 많이 갖고자 하고 있다. 내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가도, 막상 하게 되면 편안해지면서 계속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파친코1 주인공들의 마음도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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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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