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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도서 어쩌다 어른

by 김히지 에디터
2023.04.14 04:12

 

 

어쩌다어른_표1띠지.jpg

 

 

도서 [어쩌다 어른]은 '이 정도면 내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 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의 취향과 몰입하는 성격, 깊은 팬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지만, 그가 거쳐온 경험과 생각은 나의 생각과 많이 닮아있었다.


아마도 이는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 중 한 명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1장의 시작인 '나에게는 나만의 레이스가 있다' 파트부터 어찌나 공감가는 문장이 많던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을 쿡 찌르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로 가득 차 있어 책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밑줄로 가득 채워져 버렸다.


8년 전 출간되어 '어쩌다' 신드롬을 낳을 정도로 영향력 있던 2015년에는 호기심의 눈길만 흘깃 주고 넘겼는데, 밥벌이하는 나이가 되니 도저히 이 제목을 보고 눈길만으로 끝낼 수가 없었다.


올해 스페셜 에디션으로 돌아온 [어쩌다 어른]은 2018년에 출간된 저자의 두 번째 에세이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의 글들을 함께 추려내어 총 36개의 꼭지를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을수록 자아성찰을 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실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른이 되는 것은 과연 어떤 건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어쩌다 보니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 버렸고, 몸은 조금씩 노화의 징후를 보이는데, 마음은 여전히 말랑해서 작은 스침에도 쉽게 상처가 난다. 이적의 노래처럼 아직은 내 앞에 놓여 있는 삶의 짐이 버겁고 두려울 뿐이다.

 

_172쪽

 

 

"어른"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전자의 뜻으로 해석한다면 필자는 어른이 맞지만, 후자의 뜻으로 어른을 해석한다면 글쎄 난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알게되어 쉽게 지려하지 않는 회피적인 성향의 밥벌이 하는 사람1이 되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

 

아직 내 나이에 적응하기도 바쁜데, 나이보다도 먼저 적응해야 할 게 너무나 많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동료, 새로운 업무에 집중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하고, 스스로를 건사하기 위해 열심히 밥벌이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아직 적응도 못한 올해의 내가 지나고 내년의 내가 성큼 다가와 있다. 겉으로는 연차가 쌓이고, 경력이 쌓이고, 성숙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친구와 시시한 농담을 나눌 때가 즐겁고, 실수를 지적당할 때는 얼굴이 빨갛게 익으며 당황한다.

 

어릴 때와 달라진 게 없는데 내가 어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삶이 잠시 여유로워지면, 문득 [어쩌다 어른] 속 주제들이 머릿속에 하나둘 떠오르는 걸 보면 책임은 지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됐다고 할 수 있으려나.

 

 

후회는 영혼을 갉아먹는 병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 자체는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자 중요한 임무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란 어차피 과거의 나, 과거에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므로. 그 시절을 돌아보지 않으면 지금의 나를 설명할 길이 없다.

 

_30쪽

 

 

과거와 현재의 자신에 대한 주제를 읽고 있노라면 괜히 더 공감이 간다. 작가처럼 항상 생각이 과거로 향하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 중 하나여서 그런지, 한 가지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고민에 대해 작가는 영화 <어바웃타임>을 보며 위로를 느꼈지만, 나는 작가의 글에 위로를 얻었다. 

 

이처럼 [어쩌다 어른]을 읽다 보면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묘한 위로가 느껴진다. 먼저 2~30대의 나이를 살아본 작가의 글이라서 그런 것일까. 이미 지나온 고민과, 현재진행형인 고민이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 나만 하는 고민이 아니고,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사실 책에는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쓰여 있지는 않다. '작가도 같은 고민을 했었네?', 또는 '작가도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작은 위로와 공감, 응원을 얻을 뿐이다. 그렇지만 어딘가 모르게 담백하면서도 유쾌한 응원이 고민에 대한 해답보다 어째서인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어쩌다 어른이 되어 복잡미묘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서툰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작은 어른들'에게 먼저 통과해온 '어른의 시간'이 그리 나쁘지 않으며 다가올 '어른의 시간'에 대한 낯선 기대를 품어보라는 응원을 받아보길 바란다. 갓생을 결심하게 하는 독기 어린 응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를 은은히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은 얻어갈 수 있는 응원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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