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발걸음을 내딛다 보니 '어쩌다 어른' [도서]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어 가는 걸까?"
글 입력 2023.04.13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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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도서] 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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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어쩌다 어른'은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이영희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저자의 취향이 담긴 만화나 드라마, 영화 등을 소재로 일상을 풀어낸 글들에는 솔직함이 가득하다.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묶어 2015년에 출간했던 '어쩌다 어른'은 뜨거운 공감과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번 8주년 기념판에는 2018년 출간된 저자의 두번째 에세이에 있는 몇몇 글들을 추려내어 총 36개의 글이 담겨있다.

 

[어쩌면 홀로 출발해 자기만의 레이스를 즐기는 건 천재나 수재로 태어나기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도 사랑도, 자신의 페이스대로 찬찬히 음미하며, 많이 웃고 친절히 다독이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 내고 싶다.] - <나에게는 나만의 레이스가 있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가슴에 쿡 박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나에게는 나만의 레이스가 있다'. 어쩌면 내가 요즘 가장 많이 되새기는 문장이라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자꾸 다른 누군가는 어떻게 달리는지 궁금해 기웃거릴 때가 많았다. SNS나 미디어를 보면서 "저 사람은 어쩜 저렇게 페이스가 빠르지"라며 좌절하기도 하고 내 폼은 그다지 멋있는 것 같지 않아 의기소침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허둥지둥하며 레이스를 달리기 보다는 잠시 트랙에서 내려와보는게 어떨까라는 저자의 문장이 크게 와닿았다. 조금 늦게 도착해 숨을 고르다가 다들 앞서 달리는 것을 알고 숨가쁘게 다시 출발하는 것보다는 나만의 페이스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걷기도, 힘들면 잠시 앉아 쉬기도 하면서!

 

[사람들이 무시하기 쉬운 어떤 일을 하고 있다 해도, 남들에게 당당하게 내세울 만한 멋들어진 일은 아니라 해도, 그 일에서 나만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따뜻한 목욕탕에서 늘 유쾌하게 나의 몸을 밀어 주시는 세신사 아주머니처럼.] - <아무도 칭송하지 않는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

 

스쳐지나갈법한 일상 속에서 번뜩이는 통찰을 담은 글도 기억에 남는다. 세신을 받으면서 알게 된 아주머니의 인생사와 직업 윤리, 그리고 자기가 맡은 손님은 분명 피부가 좋아진다는 자신감과 프로의식까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얼굴에서 저자는 다른 이들의 노동을 나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신사 에피소드의 연장선으로 작가는 영화 <백엔의 사랑>을 함께 다루는데, 영화는 타인의 시선으로는 초라해보일지 몰라도 자기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순간, 그 사람과 그 삶은 빛이 난다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자신만의 의미를 찾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몫을 다하는 삶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시선에서 따스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스무살의 나와 지금의 나, 분명 지금의 나는 스무살의 나보단 나 자신을 덜 아프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가 갖지 못한, 잘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담담히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조금씩, 나자신과, 세상과 화해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 <어쩌다 어른>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난 어른이 되겠어!'라고 선포하고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인과 다르게 '어른'의 경계는 참 애매하다. 어느 순간 뿅하고 어릴적 내가 그려온 어른의 모습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삶은 여전히 모호하고 심지어 안정적이지도 않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내가 겪은 고민들을 먼저 경험한 저자의 문구들에 많은 공감이 갔다. 어쩌다 보니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렸다는 저자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과거의 나보단 나 자신을 좀 덜 아프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담담히 인정하며 자책과 후회는 줄이고 세상과 화해하는 과정이라고.

 

저자가 책에도 적었던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한 수칙을 되새기면서 리뷰를 마치고 싶다.

 

'불평하지 않는다. 잘난 척하지 않는다.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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