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치한 게 어때서요 – 뮤지컬 ‘맘마미아!’

유치함에 관한 생각들
글 입력 2023.04.0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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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정보



무대는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섬. 젊은 날 한때 꿈 많던 아마추어 그룹 리드 싱어였으나 지금은 작은 모텔의 여주인이 된 도나(Donna)와 그녀의 스무 살 난 딸 소피(Sophie)가 주인공이다. 도나의 보살핌 아래 홀로 성장해온 소피는 약혼자 스카이(Sky)와의 결혼을 앞두고 아빠를 찾고 싶어 하던 중 엄마가 처녀시절 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자신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세 명의 남자, 샘(Sam Carnichael), 빌(Bill Austin), 해리(Harry Bright)에게 어머니의 이름으로 초청장을 보내는데...

 

출연진

 

소피 - 김환희, 최태이

도나 - 최정원, 신영숙 | 타냐 - 홍지민, 김영주 | 로지 - 박준면, 김경선

- 김정민, 장현성 | 해리 - 이현우, 민영기 | - 김진수, 송일국

스카이 - 김시영

페퍼 - 주호

에디 - 심형준

리사 - 최희재 | 알리 - 손상은    

서만석 | 강인영 | 주홍균 | 강동주 | 곽대성 | 홍지연 | 안지현 | 김민정 | 최성혜 | 도율희 | 송정현 | 정민희 | 이동근 | 안정현 | 신혜령 | 권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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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맘마미아!> 공연 사진]

 

 

 

영원히 순환하는 음악


  

어릴 적, 명절이나 가족 여행을 이유로 가족이 다 같이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아버지의 자동차에는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어서, 지루함을 달래려면 차에 카세트테이프 몇 장을 넣어 두고 다녔어야 했다. 적게는 한두 시간, 많게는 네 시간이 걸리는 여정을 가장 많이 함께 했던 게 바로 아바의 곡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바의 노래가 어디선가 들려오면 아빠의 회색 승용차와 낡은 차 내부 냄새가 생각이 났다. 그런 낡은 느낌이 나는 추억을 회상하면서, 내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어릴 때부터 듣던 이 노래들이 꽤 오래된 노래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바의 노래를 들으며 자란 마지막 세대 혹은 흔치 않은 어린애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는 것은 다음에 내가 ‘깨달았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아바 노래는 조금 (사실 많이) 촌스러운 면이 있는데도 꾸준히 들렸다. 아마도 2008년에 연극을 각색해 영화화되며 다시 주목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때 초등학생들은 영어를 노래로 배운다며 교실에서 ‘댄싱 퀸’을 불렀다. 어떤 선생님이 처음 아이디어를 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어른들이 좋아하던 노래를 아이들이 듣고, 그래서 그 아이들은 다시 커서 그 노래들에 관한 기억이 있는 것일 거다.

 

‘맘마미아!’의 주요한 곡, ‘댄싱 퀸’은 꼭 뮤지컬이 아니어도 여전히 많이 듣게 되는 곡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밈으로 많이 쓰이는 곡이기 때문이다. 이 노래가 ‘아직도’ 밈으로 쓰인다는 점이 재미있는데, 우선 밈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그 밈의 기원이나 소스를 알거나, 최소한 많이 접해봤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유명한 뮤지컬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맘마미아!’가 가장 대중적이라고 생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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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맘마미아!> 공연 사진]

 

 

 

음악만 좋아서는


  

사실 ‘맘마미아!’가 대중적인 만큼, 매년 이 뮤지컬이 돌아올 때마다 ‘반 맘마미아 파’도 존재한다. 가장 큰 이유는 주크박스 뮤지컬 자체에 대한 비판이다. 대중적으로 이미 유명한 별개의 노래들을 엮어 스토리를 만드는 게 주크박스 뮤지컬이기 때문에, 각본을 먼저 만들고 이후에 넘버를 작곡하는 뮤지컬에 비해서는 스토리가 부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작품을 볼 때 이야기의 개연성에 민감한 공연 관람자들에게는 대중적이고 이해하기에 쉬운 스토리텔링이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공연은 종합 예술이고, 그에 들어가는 노고가 아주아주 많은데, 원곡의 대중적 인기 때문에 주크박스 뮤지컬에서는 그런 노동력이 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약점도 있다.

 

‘맘마미아!’는 ‘막장 드라마 스토리’이기 때문에 유치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요약부터가 ‘딸이 엄마가 하룻밤을 같이 보낸 세 남자를 결혼식에 초대해 누가 진짜 아빠인지 알아내는 이야기’이다. 한국에서는 정서상 맞지 않는 스토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인 결혼식에 그런 식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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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맘마미아!> 공연 사진]

 

 

 

유치한 게 어때서요


  

자유분방한 사랑을 한 엄마가 과거의 선택에 괴로워하고 결국엔 얼렁뚱땅 일이 잘 해결되어 기쁘게 막을 내리는 이 이야기에는 그렇지만 우리의 삶이 들어 있다. 우리의 삶도 결국 다 똑같지 않은가? ‘맘마미아!’가 소위 말하는 ‘막장 이야기’임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떠올리게 되는 자신의 경험과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맘마미아!’에는 보편적인 인생을 대입할 수 있는 넘버가 많다. 사랑과 결혼은 인생에서 제법 중요한 과제이지 않은가? 당장에 도나만 해도 사랑으로 인생에 큰 변화를 겪었고, 그 대가로 홀로 외로운 삶을 살아왔다. 홀로 숙소를 운영하는 도나의 힘겨운 삶이 드러난 ‘머니, 머니, 머니’ 넘버는 밥벌이를 해먹고 살아야만 하는 지긋지긋한 우리의 삶과 똑 닮았지 않은가?

 

또한 ‘맘마미아!’의 많은 넘버가 원곡의 가사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원곡 가사에 가깝게 번안되어 있다. 그러니까 달리 다른 곳이 아니라, 아바의 노래 자체에서 ‘맘마미아!’의 정서가 나온 것이다. 가사를 알아도 노래로만 들을 때와, 이야기를 통해 배우가 가사를 눈앞에 재현한 것을 볼 때의 느낌이 달라서 유치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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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맘마미아!> 공연 사진]

 

 

변함없이 좋았던 넘버 – Lay All Your Love On Me: <맘마미아! 더 무비>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었다. ‘맘마미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살짝 색다른 느낌을 주는 넘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소피와 스카이의 젊은 사랑이 돋보이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적당한 긴장감과 장난스러움이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드러날지 기대했는데, 뮤지컬 버전도 긴장감과 커플의 건강함이 잘 드러났다.

  

새로운 발견 – Under Attack: 이 넘버는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소피의 악몽을 재현해 놓은 것처럼 초현실적인 무대 구성과 인물 배치가 돋보이는 넘버다.

 

좋았던 연출 – Gimme Gimme Gimme: 소피와 아빠들이 이야기하는 순간 다른 인물에는 조명이 거둬지고, 느리게 춤을 추며 움직이는 연출이 인상적인 넘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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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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