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은 정상입니까 -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정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 입력 2023.12.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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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상입니까?"

 

당신이 위의 질문을 받았다고 가정할 때, 당신은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당연하게 "나는 정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는 좀 다른 것 같다"라며 반 쯤 농담의 말을 건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무엇을 정상이라고 규정하는가?"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보면, 정상이라는 것은 매우 모호한 개념이지 않은가. 내 몸이 오늘따라 아프다면 평소와는 다른 비정상의 상태일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럼에도 열을 쟀을 때 36.5도 어간이라면 그건 또 정상의 상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질문을 다시 해보겠다.

 

"당신의 정신건강은 정상입니까?"

 

전자보다 좀 더 명확해진 질문이다. 정신건강에 대한 상태를 물어보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최근 뇌염을 앓아 뇌를 공격하는 자기항체 때문에 정신증이 발생한 갑의 상태를 답변해야 한다고 해보자. 현재의 의학이라면 갑작스러운 갑의 정신건강 변화에 다양한 검사를 실시해보고 신체 건강을 한 번이라도 검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통하지 않는 일이었으며 갑은 곧바로 어딘가에 감금되어 비윤리적인 행위를 치료랍시고 받았을 것이다. 마치, 내 어릴 적에 본 영화 속 장면처럼 말이다.

 

아주 어릴 때, 명절이라 친척 집에 놀러가서 TV로 영화를 봤었다. 무슨 영화인지는 지금까지도 제목을 모른다. 다만 내가 본 장면이 전기자극을 주어 환자가 고통스러워 하다가 어딘가 바보가 된 마냥 멍해진 모습으로 바뀌어버리는 것을 보고 큰 공포를 느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당시엔 그 장면에 너무 놀라 며칠을 악몽을 꿨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의 정신병원과 환자들을 치료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었다.

 

정신의학은 최근에 발전했고, 그 말은 최근까지도 많은 환자들이 오진을 받아 적절하지 못한 치료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로 와선 매우 많은 갈래로 분류되는 정신질환을 '광기'라는 단어 하나로 통합해버린 과거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알 수 없는 주사 혹은 치료로 건강했던 다른 부분조차 죽어가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표지-띠.jpg

 

 

책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정신의학사에 큰 태동을 일으킨 '로젠한 실험'에 대해 상세하게 밝힌다.

 

'로젠한 실험'이란 20세기 중반에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이 정신질환 병력이 전혀 없는 여덞 명의 실험 참가자들과 함께 정신질환 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에 잠입을 시도했던 일련의 사건을 총칭한다. 이 실험은 당시의 정신의학이 환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정상과 비정상이라고 가려낼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고,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모든 실험 참가자는 정신질환자가 되어 정신병동에 수감되었다.

 

정신의학은 의학이라는 학문의 한 갈래로써 발전해왔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가려내는 기표로써 작용해왔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그러나 50년 전 실험을 통해, 그 정신의학이 100퍼센트의 오진율을 기록하는 것을 통해 우리는 의문을 품게 된다. 과연, 지금의 정신의학은 믿을 수 있는가? 현재에도 잘못된 치료를 받는 정신질환자가 존재하진 않을까?

 

'이 사람은 정신질환자가 아니다'라는 귀무가설을 입증해야 할 때, 우리는 많은 통계적 분석 기법을 이용해 검증을 시도한다. 보통 귀무가설이 참일 때 거짓의 판단을 내리는 확률인 유의수준을 설정한다고 하였을 때, 최대한 낮게 설정할 것이다. 이유는 유의수준을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발생하는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로젠한 실험이 일으킨 파장은, 단순히 <사이언스>에 발표되어 많은 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을 넘어 '정상의 범주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도착하였다. 즉, 정신의학의 본질을 흔드는 로젠한 실험을 통해 정신의학이라는 학문과 정신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흔들림이 발생한 것이다.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로젠한 실험의 진행과정을 밝히면서도 그 이후의, 가짜 환자들의 행방과 로젠한의 말년을, 그리고 현재까지도 정확히 규정되지 않은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의 세부사항들에 대하여 거론한다. 로젠한의 장례식에서 그의 친한 친구 리 슐만이 연설한 내용은 작가 수재나 캐헐런이 독자가 현 정신의학에 가져야 할 시사점에 대해 밝힌다.

 

 

데이비드의 명성은 많은 업적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빛나는 하나가 있습니다. <사이언스>에 발표한 그의 글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의 첫 문장은 그의 영원한 정체성인 예시바 학생이 경전을 낭독하듯이 그렇게 읽어야 합니다.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이 존재한다면...... 대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까?"

 

여러분이 그 논문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거나 읽은 지 오래되었다면 수사적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잊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선언, 도덕적 외침, 고통에 찬 비명, 세상에 증언하라는 요구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드는 혼란스러움은 당연한 것이다. 현재까지도 정신의학은 발전 중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의학의 '정상'이 후대에선 편견으로, 틀린 지식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젠한 실험이 가지는 의의는 우리가 가진 상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맞다'의 기준은 절대적인 것인지에 대한 혼란과 비판점을 주는 것 그 자체이다. 그것으로부터 정신건강의 근본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의학은 아직도 발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상위 장르인 의학이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지듯이. 모든 사람의 정신건강을 맞출 순 없겠지만 더 옳은 방향의 정신의학의 발전을 위해, 정신병원에 무고하게 입원해야 했던 로젠한을 떠올려보자. 우리 역시 후대의 사람들을 위해, '정상'은 무엇인지 더욱 깊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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