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의 위로, 도서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

글 입력 2023.02.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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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건 참 묘한 일이다. 그림을 보는 행위 자체는 절대 어렵지 않다. 그저 보는 행위 자체만 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림을 보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의 행위가 된다. 특히 저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그래서 관람객인 내가 어떻게 이해해야 맞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림을 보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운 일이 되기도 한다. 아무런 도움 없이 내가 작가가 의도한 바를 그대로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그림을 보는 것이 마치 정답찾기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림을 바라보는 것에 대하여 이런 부담감을 내려놓고 보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많은 감상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에 그림의 작은 부분에 담긴 터치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뜯어보게 되기도 하고, 전체적인 색감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을 덧그려볼 수도 있게 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만일 인물이 담긴 작품이라면 작가의 의도와 별개로 이 작품 속의 인물에게서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지를 내 마음대로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조금씩 이런 연습을 하다보면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해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 중에서, 특히 감정에 집중하여 감상하는 방식도 있다. 김선현 교수는 특히 그림을 통한 다방면의 심리치료를 수행하면서 그림이 사람에게 말을 걸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목도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 도서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를 통해 특별히 사랑으로 인해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테라피를 전했다.


 



<책 소개>


팬데믹 시대를 지나며 우리는 더 관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고, 내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줄 사람은 대체 어디 있는 걸까. 어쩌면 나는 사랑을 할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는 사랑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당신, 아픈 사랑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당신에게 얽히고설킨 내 마음의 문제를 풀어 주고, 다시 한 번 사랑을 시작할 용기를 주는 그림의 위로,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세월호 참사부터 중국 쓰촨성 대지진, 동일본 대지진, 코로나19 감염병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심리적 방역 등 늘 국가적 트라우마 현장에 서 있는 사람, 국내 트라우마 미술치료 최고 권위자인 김선현 교수다. 그동안 학회는 물론 다수의 저서, 여러 매체를 통해 그림이 지닌 치유의 힘을 전파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랑이 서툰 나, 나조차도 몰라서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 회복에 주목한다.

 




저자 김선현은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를 사랑의 감정을 모티브로 하여 크게 네 개의 챕터로 나눴다. 가장 먼저 Part 1에서는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라는 제목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의 감정들에 주목했다. 이어서 다음 챕터에서는 <가라앉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라는 주제를 가지고 사랑의 감정으로 인해 불안정해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고자 했다. Part 3는 <슬픔을 잘 흘려보낸다는 것>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눈치챌 수 있듯이 이별의 순간을 다스리기 위한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마지막 Part 4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한다 해도>를 통해, 저자 김선현은 상처를 치유하고 한 개인이 온전히 다시금 자기 자신으로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일련의 흐름 속에서, 저자 김선현은 총 55개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선별해두었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에 수록된 작품들은 실제로 저자가 현장에서 심리치료를 하던 과정에서 대상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유효했던 작품들이라고 한다. 어느 미술작품이건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그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겠지만 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실제로 사람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만지는 작품들이 입증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우리나라 화가인 문선미를 비롯하여 에드바르트 뭉크, 구스타프 클림트, 조지아 오키프 등 매우 다양한 근현대화가 39명의 작품들이 골고루 등장한다는 점만으로도 사실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심지어 작품들 하나하나가 심미적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주었기에 이 작품들이 비단 사랑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에만 유효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도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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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Divan Japonais



그런데 참 인상적이게 눈에 들어왔던 것은, 총 55개의 작품에서도 유독 여러 번 등장하는 화가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반복되어 나타난 작가들은 바로 에드바르트 뭉크,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그리고 조지아 오키프다.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은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 중에서 두 점이 수록되어 있었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은 세 점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에드바르트 뭉크의 작품은 총 열 한 점이 포함되어 있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1점씩 소개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뭉크의 비중이 상당히 놀랍다. 오키프, 로트렉 그리고 뭉크는 어떤 의미에서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들을 남기게 된 것일까.


조지아 오키프는 자연을, 특히 그 중에서도 꽃을 확대해서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들은 에로티시즘과 자주 결부되곤 하는데, 이는 오키프의 삶과도 연관된다. 유부남이었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누드 모델로 활동하면서 화가로서도 우뚝 섰던 조지아 오키프는 자신의 누드 사진이 대중들에게 이미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의 작품을 여성 성기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키프는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에로티시즘으로 바라보는 것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자신의 삶과 작품을 통해 자유분방한 여성의 사랑을 드러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 저자 김선현 역시 그의 작품을 두 번이나 인용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은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을 뿐 아니라 후천적 사고로 인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 그런 그는 환락가였던 물랑루즈를 파고들어 그곳에서 사는 매춘부들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일상, 그 속에 묻어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던 그의 작품은 화려한 색감이 주는 아름다움과 더불어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에서 로트렉의 작품 세 점을 만난 것이 참 반가웠다.


저자 김선현에게 아주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에드바르트 뭉크는 우리 모두가 '절규'라는 작품으로 잘 알고 있는 화가이기도 하다. 뭉크에 대해선 그 외에는 별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뭉크의 첫사랑은 유부녀였다고 한다. 그는 사랑의 시작을 은밀한 관계에서 채우는 정욕과 애정으로 경험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저자가 선택한 뭉크의 작품들에서는 혼란스러운 심상과 아픈 감정들이 묻어나는 듯했다. 더군다나 뭉크 본인이 애당초 정서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지 더더욱 내면의 어두운 모습들을 포착하고 표현해내는 데에 더욱 주저함이 없었던 게 아닐까? 비단 분량이 많아서뿐만이 아니라, 뭉크의 작품들은 정말 눈길을 오래 붙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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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트 뭉크, The Kiss



저자 김선현은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하지만, 텍스트를 통해서도 독자들의 마음을 달래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름답고 활기가 넘치는 감정이면서도 동시에 파괴적이고 고통스럽기도 한 야누스적인 감정이다. 양날의 검 같은 이 감정을 통해,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번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그만큼 지독한 감정이기에, 사람은 사랑을 통해 인생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기도 하다. 이런 사랑을 경험하면서 좋은 점만 누릴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사실 사랑으로 인한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서글프게도 부정적인 감정들이 참 깊고 오래도록 남는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확실히 사랑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사랑으로 인한 즐거움뿐만이 아니라 어두운 감정들인 불안감, 공허함 그리고 무기력함은 어찌 보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과정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여도, 사랑의 온도와 속도가 항상 같을 수는 없는 법이기에 관계에는 항상 시작이 있듯 끝도 찾아온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상처입은 사람들을 향해, 저자 김선현은 자신을 잃지 않고 사랑하기를 주문한다. 아픔과 슬픔을 부정하지 말고 그대로 마주하고 흘려보내되, 필요한 순간에 나의 마음을 존중하고 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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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오키프, Jimson Weed/White Flower No.1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좋다. 마음에 위로가 필요하고, 재충전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그림은 언제나 따뜻한 말을 건네고 있다. 그래서 저자 김선현이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 속에 선별한 이 작품들은 사랑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굉장히 의미있었다. 특히 저자가 표현하는 감상의 방식이 활자로 다 풀어져 있기 때문에, 미술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고 소화할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뜻깊다.


삶에 쉼표가 필요한 순간, 너무 많은 것들이 시끄럽게 마음을 뒤흔드는 걸 탈피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면 그림을 보며 스스로의 내면을 돌이켜보는 것이 정말 좋은 방법이 되리라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그림을 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림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으니까 말이다. 혹시라도 아직까지 자신만의 방식을 찾지 못했다면,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를 통해 김선현이 제시하는 하나의 방식을 체화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림이 건네는 위로를 통해 내 마음을 정리하고 다스리는 것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

사랑의 모든 순간, 당신에게 건네는 그림의 위로


지은이: 김선현

분야: 미술일반, 교양, 카운슬링/심리치료


출판사: 허밍버드

페이지: 272쪽


정가: 16,800원

ISBN: 978-89-6833-415-3 (03600)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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