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실과 부재를 넘어선 소통과 치유의 여정 -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글 입력 2023.01.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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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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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배경의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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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배경인 '레인보우 씨네마'는 어느 소도시에 위치한 폐관을 앞둔 영화관이다. 오랫동안 지켜온 이 영화관의 공간적 배경은 영화 한 편이 선사하는 추억을 넘어서 누군가에게는 휴식의 공간이자 때로는 위로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더욱이 극장주인 조한수와 초대 주인 조병식, 한수의 아들 조원우. 이들 3대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곳곳에 깃들어 있는 삶의 터전이다. 이곳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과 얽힌 이야기를 풀려면 아마 하룻밤을 세고도 모자랄 것이다. 

 

한편 각종 영화 포스터로 꾸며진 세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전 영화 대사와 OST, 극 중에서 폐관을 앞두고 원우가 정리 중인 영화 필름과 영화 상영 전후를 담당하는 영사 기사는 모두 관객에게 영화관이라는 장소의 특징을 떠올리게 한다. 

 

어딘가 어색한 축폐관이라는 말도 이런 특수성에 그 의미를 더해간다. 이는 결말에 다가갔을 때 더욱 선명해지는데, '레인보우 씨네마'로 불러던 그 시기와도 연결된다. 연극의 제목과 영화관의 이름이 연상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듯 말이다. 

 

 

 

곳곳에 숨어있는 비밀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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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극단 수

 

 

관객의 흥미를 일으키는 여러 요소 중에서 이른바 '비밀'로 일컫는 소재는 극의 진행 과정뿐만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는 결정적인 장면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비밀의 서막은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될까?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에서 여러 인물이 얽혀 있는 비밀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극의 주제와 전체적인 줄거리와 맞닿아 있으며, 나머지는 인물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먼저 두 가지 비밀의 공통점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회를 이루고 있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는 원우와 폐관을 앞둔 영화관의 일손을 함께 돕고 있는 태호라는 인물의 등장과 함께한다. 표면적으로 원우는 영화관의 마지막 상영회에 의미를 두고 가족의 곁에 머무르는 듯하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상실과 부재가 존재한다. 

 

바로 극의 중반까지 계속해서 언급되는 10년 전 사라진 동생에 대한 슬픔과 그로 인한 가족 간의 물리적 거리와 공백, 덧붙여서 태호와의 관계 속에서 균열된 심리적 거리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이 상실과 부재가 곧 비밀이다. 원우는 가족들과 태호에게 각각의 비밀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더 큰 상처를 받을까 봐 혹은 무언가 사라져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을 것이다. 점차 내면의 갈등이 외부로 향할 때쯤 한 명, 두 명에게 퍼지던 비밀은 이내 모두에게 공개되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개인의 상처로 여겨지던 일들이 곧 여러 인물에게 적용됐다는 것이다. 가정, 학교, 회사 등을 비롯하여 가족, 친구, 연인에 이르는 사회와 그 관계 속에서 각각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의 구체적인 모양은 다를지라도 곳곳에 숨어있는 '비밀'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이다. 

 

한편, 극에서는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과 끝내 직접 말하지 못한 비밀 속에서도 짐작으로만 상상한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 비밀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설령 비밀이 밝혀진다 해도 떠나가지 않을 인물이 있다. 비밀의 결말이 꽤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은 비밀 그 자체보다 더 큰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토끼 인형 탈과 비 온 뒤 맑음의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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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극단 수

 

 

토끼 인형 탈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영화관에서 열리는 이벤트 행사 등의 일환으로 추측했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장면마다 그가 '레인보우 씨네마'에서 영사기사로 일하며, 계속해서 인형 탈을 쓰고 나타났다.

 

다른 인물들은 그가 인형 탈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서 작은 궁금증을 내비쳤지만, 어디까지나 걱정스러운 시선에서의 물음이었다. 혹여 덥지는 않은지, 답답하지 않은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중에서도 정숙은 마침내 그가 인형 탈을 벗고, 사람들 앞에서 본인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기까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인물이다. 사실 이전부터 정숙에게도 힘을 복 돋아준 토끼 인형 탈씨, 아니 이제 수영이라 불러야겠다.


수영은 한수의 둘째 아들, 원식의 친구이다. 교내 따돌림으로 인한 원식의 죽음, 그 내막이 수면으로 올라올수록 수영은 인형 탈을 쓴 채로 생활하게 되었을 것이다. 비슷한 상처를 지닌 수영과 원식. 이를 '토끼 인형 탈'로 투영한 것일까? 누군가 숨기고 싶은 상처와 아픔이 존재한다고, 그리고 소통하며 함께 치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마음에 품는다.

 

이어지는 극의 결말은 폭풍우가 치던 밤의 절정을 지나 마침내 맑은 하늘을 보여준다. 여러 인물의 내적 갈등도, 각 사연에 얽힌 오해도 하나씩 해소될 만큼 '비 온 뒤 맑음'이라는 가장 이상적인 엔딩이다. 그사이에 떠오른 무지개는 인사를 건네듯 다가왔다가 사라지고, 모두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상영회를 준비한다. 영원한 안녕이 아닌 레인보우 씨네마와의 마지막 인사는 슬픔이 아닌 새로운 희망으로 널리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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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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