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려진 시간의 흔적: 빛무리를 반기며 [음악]

드러머 엘빈 존스의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라이브 앨범.
글 입력 2023.01.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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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elvin jones.jpg

Elvin Jones - Revival: Live at Pookie's Pub(Blue Note Records, 2022)

 

 

 

가려진 시간의 흔적: 빛무리를 반기며


 

한 사람의 자리(성취의 차원이 아닌 정체성의 의미에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처음부터 한 번의 이탈 없이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알고 그곳에 가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를 긍정하다가 부정하고, 벗어나려고 애쓰다가 다시 돌아오고, 끝내 인정하며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말은 결국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잠정 결론을 어떤 식으로든 품에 지닌 채로 산다는 얘기일 텐데, 그 잠정 결론에 균열이 생기는 시기를 이행기나 과도기로 본다면 그것은 대개 잊히기 쉽거나 그다지 기억될 만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곳에는 본 적 없는 빛무리가 지기도 한다. 빛을 내거나 빛에 비친 무언가가 가려질 때 그 테두리에 생기는 빛무리는 그러므로 가려진 시간의 흔적이다.


1950년대에 마일스 데이비스와 찰스 밍거스, 소니 롤린스 등과 함께 하며 이미 음악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던 엘빈 존스는 1960년부터 존 콜트레인과 함께 연주하게 된다. 맥코이 타이너, 지미 개리슨과 함께 콜트레인의 클래식 퀄텟을 이루던 그는 이외에도 다양한 편성을 통해 콜트레인과 음악적 영향을 주고받는다.

 

[My Favorite Things]나 [A Love Supreme]과 같이 존 콜트레인의 음악에 방점이 되었던 앨범에서도 엘빈 존스가 함께 했는데, 점차 콜트레인의 연주가 강렬한 에너지에 기반해 음계 사용에 대한 제약을 물리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둘은 결별하게 된다.

 

결정적으로 1965년에 녹음한 [Meditations]에서처럼 존 콜트레인은 라시드 알리와 엘빈 존스, 이렇게 두 명의 드럼 연주자와 함께했는데, 그런 시도들 속에서 존스는 자신이 더 이상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듣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클래식 퀄텟의 피아노 연주자였던 맥코이 타이너 역시 콜트레인의 이러한 음악적 변화로 인해 밴드에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콜트레인의 영향은 타이너의 연주활동 내내 이어진다.) 그렇게 밴드에서 나온 엘빈 존스는 리더로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과정에 놓인다.

 

이번 앨범은 곧 밴드의 일원에서 리더로의 이행, 즉 과도기에 위치한 그의 흔적이다. 푸키스펍에서의 연주는 1967년 6월에 시작하여 1967년 말까지 이어졌고, 앨범은 그중에서도 존 콜트레인이 7월에 세상을 떠나고 2주가 지난 후 7월 말의 기록이다.

 

연주들은 전반적으로 하드밥의 영향이 짙게 남아 있다. ‘Oleo’나 ‘On The Trail’은 그런 의미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오리지널 하드밥이고, 이는 50년대 소니 롤린스와 함께한 빌리지 뱅가드 연주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엘빈 존스의 강렬한 드럼 솔로와 곡 전개를 이끄는 구성은 리더의 자리에서 그의 품이 더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20분이 넘는 대곡이자 존스가 아내에게 선물한 ‘Keiko’s Birthday March’에서 곡의 궤도가 콜트레인과 함께한 시간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색소폰 연주자 조 파렐의 음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존스는 확장된 방식으로 자신이 거쳐 온 음악들을 끌어안았고, 이는 그가 ‘엘빈 존스 재즈 머신’ 등을 통해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음악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빛무리였다.

 

이 시간의 흔적을 어떻게 반기지 않을 수 있을까.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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