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야기를 담은 그림의 힘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글 입력 2023.01.03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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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한다.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그 안의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2시간 내외의 영상물을 마음속에 깊이 담아두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한다. 물론 훨씬 길거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질 수도,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낯설거나 익숙한 세계를 기억하려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의 티켓이나 포스터를 간직하고, 자신의 감상을 어딘가에 기록해둔다. 영화 속 장면을 담은 엽서를 방 한구석에 붙이고 대사를 곱씹으며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을 수도 있다. 사운드트랙을 들으며 일상생활에 영화의 순간을 녹여내거나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를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이렇듯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보며 느꼈던 다양한 감정과 공감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경험을 여러 차례에 걸쳐 다시 소유하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붓과 물감을 들고 자신만의 색채와 화풍으로 영화를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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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Max Dalton)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뉴욕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로 한국에 이름을 알렸고, 현재 63아트에서 개최되고 있는 전시회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비롯한 <프렌치 디스패치>, <다즐링 주식회사>, <로얄 테넌바움> 등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티파니에서의 아침을>과 같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아우른다.


작가의 화려한 색채와 세부적인 묘사는 대중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작품과 함께 소개되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한층 더 입체적인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이미지의 형태로 남아있는 기억과 그 당시 함께했던 음악이 만났을 때, 머릿속 이미지는 강력한 표상이 되어 우리를 추억의 세계로 이끈다.


시각과 청각의 자극만큼 즐거운 것은 같은 화풍으로 전혀 다른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토리는 당연하거니와 배경, 색감, 연출 모든 면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영화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된 분위기 덕분에 각각의 캔버스들은 마치 커다란 하나의 작품인 듯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화풍을 공유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이야기의 고유성과 매력이 짙어진다.

 

 

a love story.jpg

 

 

<이터널 선샤인>의 클레멘타인과 조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데이지와 벤자민, <비포 선라이즈>의 셀린과 제시, <가위손>의 킴과 에드워드, <주노>의 주노와 폴린,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와 본 트랩 대령, <문라이즈 킹덤>의 수지와 샘과 같은 여러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한 프레임 안에 담길 수 있게 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험했지만, 사랑이라는 본질은 모두에게 존재함을 말해주고 있으며 사랑을 기반으로 한 그들만의 서사는 본래의 색을 잃지 않는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자세, 입고 있는 옷 등 프레임 속의 모든 요소가 인물의 캐릭터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브 스토리’에만 국한된 특징이 아니다.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맥스 달튼의 모든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며, 이것은 아마도 그가 가진 진실성 때문일 것이다.

 

그는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작업에서 빠트릴 수 없는 ‘관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한 사람을 둘러싼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위의 사람들. 그들의 삶을 관찰하며 직물을 짜듯 서사를 지어나가는 일을 맥스 달튼 역시 그림을 그리며 행했고, 그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를 통해 듣고 들려주는 과정의 반복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들 사람들은 작가가 끊임없이 상상력을 발휘해 온갖 에피소드와 사건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스토리를 창조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 작가는 그저 잘 지켜보고 귀 기울여 들으면서 스토리의 소재를 주변인들의 삶 속에서 찾아내는 거죠. 작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동시에 타인의 이야기를 듣죠. 지금부터 여러분께 전혀 상상도 못 할 이야기를 제가 들은 그대로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온전히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집 옆의 헛간으로 작업실을 이전하면서 새로운 작업 스타일을 얻게 된 ‘잭슨 폴록’의 이야기처럼 실존했던 이들의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동화 이야기, 노래 부르는 이가 목소리를 통해 전하고 싶어 한 이야기 등을 맥스 달튼은 주의 깊게 듣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다시 재구성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담긴 그림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그 순간의 기억을 더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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