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제의 우리가 겪어낸 이야기들, 곽푸른하늘 '어제의 소설' [음악]

글 입력 2022.10.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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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가사다. 그리고 가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기 가장 효과적인 장르는 포크다.

 

잔잔한 연주 위에 개성이 드러나는 목소리로 가사를 읊는 포크 음악에서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포크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 가사의 힘이 도드라질 수 있는 장르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국내 포크 음반을 꼽자면 곽푸른하늘의 [어제의 소설]을 꼽고 싶다.

 

곽푸른하늘은 2014년에 [있는듯 없는듯]을 발매하며 데뷔한 싱어송라이터다. 이후 [밤안개]라는 EP앨범을 발매하고, 슈퍼스타K 7에 참가하는 등 음악가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해왔다. [어제의 소설]은 두번째 정규 앨범이며, 올초에는 세번째 정규앨범 [Nearly (T)here]을 발매한 바 있다.

 

[어제의 소설]은 싱어송라이팅의 정석적인 문법을 따르고 있는 앨범이다. 잔잔한 기타와 첼로 연주, 곽푸른하늘의 진솔한 목소리로 채워진 앨범이다. 곽푸른하늘의 목소리는 그의 이름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푸른하늘을 연상케한다.

 

꾸밈없이 최소한의 기교로 덤덤하게, 가사에 힘을 실어 노래한다. 담백하다. 단촐하고도 담백한 구성은 청자로 하여금 가사의 내용에 집중하게 한다.

 




[어제의 소설]을 듣다보면 <벌새>, <우리들>같이 과거의 자신을 담담하게 지켜보는 영화들이 떠오른다. 힘을 뺀 듯한 목소리지만 명랑함과 투명함이 흘끗 비치는 목소리 덕분에 그렇고,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을 연상케하는 자아고백적 가사 덕분이다.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정처없이 헤매는 삶을 살아본 적이 있지만, 그래서인지 자기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던 짭짤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가는 가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곽푸른하늘은 관계와 삶 속에서 한없이 초라해보이는 자기 자신을 발견해내는 지점들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고 일상 속에서 소외되는 소재들을 자신의 삶에 비유한 곡, '읽히지 않은 책'에서 가볍게 드러난다.

 

일종의 씁쓸한 자기혐오적 감정은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증오와 슬픔이 뒤섞인 '애정없는 장난'이나, 반대로 타인에 대한 사랑과 동경의 크기로 인해 턱없이 작아보이는 자신에 대한 묘사가 드러나는 보사노바풍의 '열꽃' 등의 곡에서도 묻어난다.

 

내면에서 스스로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내려는 갈망은 어떠한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감정이 은유적으로 표현되던 이전 트랙과 달리, 타인으로부터 결핍을 충족하려는 욕구는 '멀리 있지 말고 가까이', '나는 니가 필요해'와 같은 곡들처럼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누구보다 진솔하게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해당 작품명은 어제의 '일기'가 아니라, '소설'이다. 나에 대한 고백은 지극히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인데오 일기가 아니라 소설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어봤을 성장통을 다룬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하나의 이야기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자기 자신을 미워해본 적 있는 이라면, 사랑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충분히 아팠던 '어제'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쉽게 읽히지 않고, 어떻게 노래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한줄조차 써내기 어려운 나에 대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이들이라면 가사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어제의 소설]은 나긋나긋한 곽푸른하늘의 위로가 따스한 햇볕처럼 감싸주는, 지난 날의 먹먹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우리들 모두의 성장 소설이다.

 

 

[박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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