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우리는 서로를 불러내 - '6세션', '나를 불러내'

글 입력 2022.09.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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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처음 개최되고 올해 2회째를 맞은 청청로축제는 청소년극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즐기는 축제로, 어른팀과 청소년팀이 각각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2회 축제에서 무대에 오른 작품은 <6세션>과 <나를 불러내>다. 서로 다르면서도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두 작품 속에서 청소년극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6세션>: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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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 팀의 <6세션>은 이 질문에 집중한다. 지금 내가 원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지금의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려 하면 어디선가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가 튀어나와 참견을 일삼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나의 목소리를 차단한다 해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까지 다 막기는 어렵다. 그래서 결국 지금의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기에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답하게 되곤 한다.


사람들은 청소년기를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시기라고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불순물 섞이지 않은 자기 자신을 탐구하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6세션>의 소녀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헤어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 예전에 함께 가기로 했던 한강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별 후 속상해서 자퇴까지 하겠다는 소녀에게 엄마는 지나고 보면 그런 일은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녀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다.


지금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덕일까, 소녀는 원하는 걸 들어주는 ‘우산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환상 속 존재와도 같은 그를 만나기 위한 조건은 BPM160으로 주 6회 60분씩 정해진 기간 동안 빠짐없이 자전거 타기. 상황이 터무니없지만 거기에라도 매달리고 싶을 만큼 절실하기에 그는 기꺼이 매일 자전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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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을 다 채우는 마지막날에는 하필 태풍이 몰아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만둘 수 없다. 소녀는 꿋꿋이 자전거를 끌고 간다. 한 번도 끝까지 가본 적이 없는 자신이 끝까지 간다면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소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지금 내가 원하는 것에 얼마나 열정적인지 묻는 듯하다. 어저면 어른들은 유치하거나 바보 같다는 이유로 원하는 걸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는 건 아닐까. 끝까지 해보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면서. 소녀의 자전거가 냉소로 똘똘 뭉친 어른의 세계 위를 지난다.


낭독극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는 보면대를 자전거처럼 사용해 특별한 소품 없이도 극 중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등 여러 소소한 장치가 돋보였다. 배우들의 목소리가 지닌 에너지 역시 두드러지는 공연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이 많은데, 낭독극의 특성을 살려 빠른 움직임이나 급박한 상황 변화를 목소리로 표현했다. 쭉쭉 뻗어 나가는 목소리에서 자전거 바퀴가 구르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다만 낭독극인 데다가 판타지라는 장르 특성상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집에 걸린 초상화의 존재, 이웃집에 사는 이상한 여자, 수살귀와 우산 할아버지, 조력자로 나오는 뱀… 그 각각으로도 한 편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제시되다 보니 조금 혼란스러웠다. 소설이라면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고, 영화라면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금방 이해시킬 수 있겠지만 한정된 시간과 공간적 조건에서 이야기를 펼쳐야 하는 연극이라면 이야기를 좀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나를 불러내>: 흐르는 동안, 퍼지는 동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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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시작, 순수하고 무모한 사랑, 반항기… 다양한 키워드로 말할 수 있는 청소년기는 여러모로 주목받는 시기다. 수많은 창작자가 청소년기를 매력적인 배경으로 여긴다. 이미 지나왔기에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조금 서투른 행동과 감정도 청소년기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무리 없이 그려낼 수 있기에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이 등장하는데, 정작 현재의 청소년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가 탄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 시기를 사는 사람의 목소리는 묻히는 것이다.


<나를 불러내>는 문산수억고 학생들이 직접 등장해 연기를 펼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청소년 배우의 연기는 성인 배우와는 다른 결이었지만 첫 대사를 하는 순간부터 커튼콜을 할 때까지 설레는 모습 또는 즐거운 모습을 보면서 청소년이 나와 청소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로도 청소년극이 된다는 걸 실감했다.

 

<나를 불러내>의 주요 등장인물은 네 명이다. 드립커피만 판매하는 카페의 사장과 하필 카페 마지막 영업일에 그를 찾아온 손님, 그리고 난생처음 용돈을 모아 핸드드립 도구를 사서 커피를 내려보는 학생과 그 커피를 맛보는 학생. 이 네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관객은 네 사람이 각각 서로의 과거이자 미래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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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카페 사장의 현재와 과거가 대조적이다. 두 사람의 모습은 청소년과 어른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태어나서 처음 직접 만든 커피를 내리고 설레서 이다음에 카페를 열 거라 결심하는 고등학생은 20여 년이 흘러 카페를 접으려 한다. 그만두려는 마음과 계속하려는 마음이 20여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만난다.

 

카페 사장은 과거의 자신을 만나 씁쓸해하지만 과거의 그는 자신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말한다. 미래의 내가 어떻게 되든, 지금의 나는 꿈을 갖고 그 꿈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우연히 마주친다는 설정이 사랑받고 또 그만큼 울림을 주는 것은 우리가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서 매번 과거와 미래의 나를 생각하며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늘 미래의 자신을 알고 싶어하고, 과거의 자신에게 조언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미래의 내 말을 들을까? 그리고 그 말만 듣고 현재의 내 결정을 뒤집는 건 옳은 일일까?


<나를 불러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커피를 내리는 시간 동안 출연 배우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미래에 대해서, 또 청소년기에 대해서 즉석으로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부분이다. 연극 속 인물을 연기하던 이들은 잠깐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연극 연습하는 이야기, 앞으로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 이야기를 나눈다. 아직 어떤 모습일지 전혀 알 수 없는 미래의 이들은 지금의 자신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청소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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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극 <6세션>과 <나를 불러내>는 지나치게 낭만화된 청소년기를 그리며 성인이 가질 법한 청소년기의 추억을 이야기에 투영하지 않는다. 무대를 ‘교훈의 장’ 삼지도 않는다. 그 시기를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지 않고 제 눈높이에 맞춰서 똑바로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동감에 방점을 찍는다. 그렇게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순간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그들을 계속 불러낸다.


<6세션>에서는 지금의 내 기준으로는 황당하고 바보 같았던 일로 며칠을 끙끙 앓았던 옛날의 나를 불러낸다. 진흙탕에서 열심히 페달을 굴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은 그때의 무모하고 요령없던 나를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는 듯하다. 그때의 내게는 그것이 최선이었으므로. <나를 불러내>는 반대로 미래의 나를 불러온다.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이든 지금의 내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두 편의 극을 보며 내가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내게 주어진 순간을 열심히 사는 일임을 깨닫는다.

 

두 공연의 연출을 맡은 서경원 예술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좋은 청소년극이란 창작 단체가 ‘청소년성’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함께 생각하는 과정을 거쳤을 때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내가 <6세션>과 <나를 불러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해낸 ‘청소년성’이 있다면 ‘지금 여기의 내 삶에 충실히 임하는 자세’였다. 그것이 청소년이 잘하는 일이고, 우리가 살아가며 계속 기억해야 할 삶의 태도는 아닐까. 아직 낭독극 단계인 <6세션>이 머지않아 정식으로 무대에 올라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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