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보헤미안 숲으로부터: 이정란 첼로 리사이틀

글 입력 2022.09.0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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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나고 나면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기 마련이다. 8월 23일에 있었던 처서 이후로, 한낮에는 여전히 여름의 기운이 느껴지기는 해도 아침 그리고 저녁 시간대에는 선선해지면서 가을 냄새가 코끝에 맴돌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원하고 날씨 좋은 가을엔 무엇이든 하기 좋아지는 법이다. 의욕이 샘솟는 시기이기도 하고, 감성이 풍부해지는 시기이기도 하기에 이 시기에는 알게 모르게 새로운 음악들도 많이 듣게 되는 것 같다. 가을과 어울리는 또 다른 음악이 있을까 하고 찾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올 가을에도 나의 가을 음악 스펙트럼을 넓혀 줄 흥미로운 음악회를 발견했다. 바로 이정란 첼로 리사이틀이다. 다비드 포퍼, 안토닌 드보르작, 레오스 야나체크 그리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작곡가의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이정란의 리사이틀은 우선 레퍼토리의 다양성 차원에서 아주 풍성하다. 대곡 위주로 해서 적은 수의 작품을 연주해주는 무대도 물론 좋지만, 다양한 작품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공연도 관객에게 매우 즐거운 감상의 요소가 된다. 더군다나 그 작품들이 국내 무대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는 레퍼토리들이라면 그 즐거움은 더더욱 배가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리사이틀의 작품 구성은 굉장히 흥미롭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첼리스트 이정란은 "보헤미안 숲으로부터"라는 부제를 붙였다. 아마도 가을 감성의 절정을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되리라는 예감이 든다. 지난 8월에 있었던 트리오 제이드 정기연주회에서도 요제프 수크와 드보르작 작품을 연주하며 보헤미안 감성을 관객들에게 전해주었던 이정란이, 자신의 리사이틀에서도 보헤미안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공연이다.


 


 

 

PROGRAM

 

 

David Popper (1843 Prague -1913 Prague)

다비드 포퍼


Once Upon More Beautiful Days: In Memory of My Parents Op.64, No.1

<더 아름다웠던 날로부터: 부모님을 추억하며> 작품 64, 1번


Serenade Op.54, No.2

<세레나데> 작품 54, 2번

 

 

Antonín Dvorák (1841 Elahozeves - 1904 Prague)

안토닌 드보르작


Waldesruhe (From the Bohemian Forest) Op.68, No.5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고요한 숲> 작품 68-5번


4 Romantic Pieces Op.75, No.1

4개의 낭만적 소품 작품번호 75 중 첫 번째 소품곡

 

 

Leoš Janácek (1854 Hukvaldy, Moravia -1927 Ostrava)

레오스 야나첵


Pohádka (Fairy Tale) for Cello and Piano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동화>

 

 

- Intermission -

 


Richard Strauss (1864 Munich – 1949 West Germany)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Cello Sonata in F Major, Op.6, TrV 115

첼로 소나타 바장조, 작품번호 6

 

 




첼리스트 이정란은 1부에 오롯이 체코 출신 작곡가들의 작품을 배치했다. 보헤미안의 정수를 1부에 담은 셈이다. 그 중 처음은 다비드 포퍼의 작품 두 곡이 예정되어 있다. 다비드 포퍼는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이기도 했으며, 헝가리 부다페스트음악원의 교수이기도 했던 음악가다. 그의 이름을 딴 국제 첼로 콩쿠르가 현재에도 있을 정도로, 다비드 포퍼는 당대의 뛰어난 첼리스트 비르투오소였다. 5개의 첼로 협주곡과 90여 개의 첼로 작품을 남긴 그를 두고, 오죽 하면 사람들이 "첼로의 리스트"라고 평했을까. 아마도 첼리스트 이정란은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보헤미안을 이끄는 여러 작곡가 중에서도 다비드 포퍼가 가장 보헤미안의 뿌리같은 존재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첫 곡 'Once Upon More Beautiful Days: In Memory of My Parents'는 잔잔한 피아노 반주 위에 얹어지는 첼로의 애수어린 선율이 인상적이다. 짤막한 곡이지만, 표제를 생각하며 곡을 듣다보면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감정이 온 마음을 적신다. 그런가 하면 그의 두 번째 작품 세레나데는 오묘한 첼로 선율과 피아노의 리듬감이 어우러져 절묘하다. 짤막한 곡 속에 담긴 다이나믹 역시 인상적이다. 그래서 다비드 포퍼의 작품에서는 첼리스트 이정란이 가진 풍부한 감정의 표현이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잔잔한 첫 곡 뒤에 여린 듯하면서도 격정을 내포한 세레나데가 이어지면서 이정란은 관객들을 순식간에 보헤미안 숲으로 인도할 것이다.


*


두 번째로 자리하게 된 작곡가는 바로 드보르작이다. 첼리스트 이정란은 그 중에서도 '고요한 숲'과 '4개의 낭만적 소품' 중 첫 곡을 선택했다. 드보르작의 이 작품이 선곡되게 된 이유는, 드보르작이 19세기 후반 체코를 대표하는 첼리스트였던 한스 비한에게 '고요한 숲'을 헌정했었기 때문이다. 첫 작곡가인 다비드 포퍼는 보헤미안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해 선곡되었다면, 그 다음 작곡가인 드보르작부터는 한스 비한과의 연관성이 있어 이번 무대를 꾸미게 되었다고 한다.


드보르작의 첫 작품은 'From the Bohemian Forest'라는 소품집의 다섯 번째 곡 '고요한 숲'이다. 즉 드보르작의 첫 번째 작품의 작품집명이 이번 공연의 부제인 것이다. 일견 녹턴처럼 들리는 이 작품은 잔잔하고 사색적이다. 서정적인 악상 가운데 침잠해가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이와는 또 다르게 '4개의 낭만적 소품' 중 첫 곡은 시작부터 아름다운 선율로 서정미를 극대화시킨다.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롭게 벼른 듯한 바이올린의 선율이 심장을 파고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낭만적인 소품이어서, 첼리스트 이정란이 펼쳐낼 보헤미안의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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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1부의 마지막 작곡가는 레오스 야나체크다. 레오스 야나체크 역시 드보르작처럼, 한스 비한에게 작품을 헌정한 바 있다. 다만 그가 헌정한 작품은 이번 공연에서 연주되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동화'가 아니라 현악사중주 2번이었다. 그러나 야나체크가 보헤미안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남겼다는 점 그리고 드보르작,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마찬가지로 한스 비한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에 그의 작품이 선곡된 것은 당연한 수순인 듯하다.


야나체크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동화는 동화라는 표제와 부합한 원작 이야기가 있다. 러시아의 시 '베렌데이 왕의 이야기(The Tale of Tsar Berendey)'에서 영감을 받은 야나체크가 그 시의 분위기를 형상화하여 작곡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슬하에 아들이 없는 상태로 여행하던 베렌데이 왕이 지하 세계에 사는 마술사 카제이에게 붙잡혀 아들을 내놓겠다는 거래를 하고, 훗날 태어난 아들 이반은 카제이에게로 가게 되던 중에 카제이의 막내딸 마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두 연인은 카제이가 내놓은 난제와 마지막 위기를 이겨내고 끝내 결혼에 도달한다. 야나체크는 이 일련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치 추상화처럼 회화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즉 첼리스트 이정란의 표현력이 관객들에게 각인될 대목이다.


*


다채로웠던 1부의 선곡에 비해, 2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 한 곡만이 예정되어 있다. 이 작품은 보헤미안 정서가 드러나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첼로 소나타는 한스 비한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심지어 슈트라우스는 자신의 현악사중주 가장조 역시 한스 비한에게 헌정했다. 아마도 한스 비한의 비르투오시티에 완전히 매료되었던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자신이 두 곡이나 헌정한 한스 비한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러 비한이 이혼에 이르게 만들고 비한과의 우정을 깨뜨린 것은 다소 어이가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비한에게 첼로에 대한 많은 영감을 받았던 것 역시 분명하다.


이번 리사이틀의 유일한 소나타인 이 작품의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는 당당한 도입부에 이어 첼로의 선율과 피아노가 서로 쫓고 쫓기는 듯이 얽혀든다. 그 속에서 온전히 제시-발전-재현의 소나타 형식을 온전히 갖춘 것이 그야말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초기작다운 면모라고 할 수 있다. 2악장은 코랄풍으로 고아한 선율을 전개하다가 주제가 변하면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악장이다. 마지막 3악장 알레그로 비보는 스케르초풍으로 경쾌하고 밝게 시작한다. 그런데 1주제의 분위기대로 가볍지만은 않고 순식간에 전환되어 강렬하고 매우 많은 것을 쏟아낸 후 코다로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구성적으로 뛰어난 데다가 선율마저 아름다운 이 작품을 통해 이정란이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줄 지 지금부터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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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이정란



현악 전문지 <더 스트라드>로부터 화려한 기교와 시적이고 감각적인 서정성이 돋보이는 연주자라 평가받는 첼리스트 이정란은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 로스트로포비치 파운데이션 특별상(최고 유망연주가상), 루토슬라브스키 콩쿠르 특별상, 이듬해 모구에르 클라렛 콩쿠르, 모리스 장드롱 콩쿠르에서 각각 2위,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1위와 현대음악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더불어 실내악에 대한 사명감과 재능으로 2005년 파리국립음악원 재학 당시 결성한 피아노 삼중주단 ‘트리오 제이드’는 2015년 슈베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3위, 트론하임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첼리스트 이정란은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수석 및 서울대학교 강사직을 역임했고 현재 트리오 제이드와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의 멤버로 활동하며 예원학교, 서울예고, 경희대와 연세대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롱 티보 크레스팽 콩쿠르 2위, 아서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마스터 콩쿠르 3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4위 등 세계 유수 콩쿠르를 석권한 후 가장 촉망되는 차세대 피아니스트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키예프 국립 필하모닉, 굴베키안 심포니, 우크라이나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다수의 오케스트라와협연하며 호흡을 맞추고,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오사카 심포니 홀, 모스크바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 볼쇼이 홀, 상트페테르 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 등 주요 공연장에서 연주한 바 있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초빙교수로 교편을 잡아 후세대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층 가을이 완연해질 9월 23일, 예술의전당에서 있을 첼리스트 이정란의 리사이틀은 국내 관객들에게 평안한 휴식을 전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가을과 어우러지는 보헤미안의 낭만을, 첼로의 선율로 들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항상 새로운 주제로 도전하는 무대를 꾸며왔던 첼리스트 이정란의 리사이틀이기에, 더더욱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2022년 9월 23일 (금)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이정란 첼로 리사이틀 - 보헤미안 숲으로부터 -


R석 50,000원/ S석 30,000원

약 95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마스트미디어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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