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모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생애를 추적하다

〈비비안 마이어〉(북하우스, 2022)
글 입력 2022.08.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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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과업은 작품 창작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작업에 정진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을 통해 스스로의 예술적 가치를 바깥세상에 드러내야 하고 더 나아가면 자신만의 작품세계가 정립된 일련의 과정 자체가 서사가 되어야 한다. 예술가로 살아가는 목적이 순수한 창작욕의 충족에서 그치지 않고 이로 하여금 세상 앞에서 목소리를 떨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예술가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작품뿐만 아니라 창작의 주체가 지나온 삶의 사건, 그리고 그 앞에서 취했던 태도가 매력적인 경우다. 극적인 삶 가운데 작업의 형태와 의식이 그 굴곡을 반영하고 그것이 보는 이의 감수성을 건드릴 때, 그의 작품세계는 이성적으로 판단되는 학술적 가치 그 이상의 파동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미국의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의 경우는 특별하다. 그의 삶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음에도, 그 비밀스러움이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사진에 열광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7년 시카고에서 역사를 공부하던 존 말루프는 우연히 비비안의 필름 한 박스를 구입하게 된다. 필름을 현상한 말루프는 사진 중 몇 컷을 SNS에 공유했고, 그렇게 비비안 마이어는 뒤늦게야 세상 앞에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러나 화제가 된 이후에도 그의 삶을 추론할 수 있는 실마리라곤 전무했다.


그 이후로 말루프가 제프리 골드스타인과 함께 구매한 작품이 무려 14만 점에 달하는데도, 비비안이 고작 7000여 점 이외에는 현상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미스터리했다. 그의 정체에 대해 무엇 하나 확언할 수 없었기에 사람들은 마이어의 삶에 갖가지 추론과 환상을 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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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8월 초 북하우스에서 번역 출간된 〈비비안 마이어-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의 저자 앤 마크스는 기존에 만연했던, 때로는 신격화에 가까웠던 비비안을 향한 과도한 이상주의적 해석을 과감히 뒤로한다.

 

대신 기업에서 일반인의 행동양상을 분석해 왔던 경력을 백분 발휘해 치밀한 자료조사를 통한 객관적인 근거로 그의 생애를 추적한다. 더불어 말루프와 골드스타인이 수집한 비비안 마이어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유일하게 허가받아, 작가의 사진 안팎을 내밀하게 살피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서적은 비비안의 ‘전기’이기에, 그가 어떤 태도로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마주했는지를 살피기 위해 그의 불운했던 가정환경부터 면밀히 살핀다. 이때 사생아로 태어난 배경, 방황기를 겪은 친오빠와 부모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했던 어머니와의 생활 등 다사다난한 사실관계가 밝혀지기까지의 자료 조사의 과정 역시 낱낱히 밝히고 있어, 비비안의 생애를 연구하며 저자가 겪었을 노고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비비안이 겪은 수집벽, 편집증 등의 정신질환은 어린 시절의 상처가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비비안의 행동을 살필 때 그가 겪었던 정신질환을 고려하는 것이 지금껏 의도적으로 배제되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나아가 비비안이 때때로 괴팍스러운 모습으로 기억되었음에도 그의 사진 속에 휴머니즘이 녹아들어 있는 것은, 관계 맺기에 곤혹을 치렀던 그에게 바로 사진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되어주었기 때문임을 말한다.



 

“비비안은 분명 동정도, 불행했다는 평가도 거부할 것이다. 비비안은 자신을 절대 희생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필요할 때면 기꺼이 도움을 요청했다. 비비안은 비범한 자질로 모든 장애물을 기회로 바꾸었고, 자신의 삶을 안전하고 만족스럽게 가꾸어나갔다. 행복은 상대적이다. 비비안의 기원과 그 가족의 운명을 생각해 보면, 비비안은 충분히 탁월한 삶을 살았다.” (p.368)

 


비비안은 거리의 풍경, 부유한 사람 혹은 가난한 사람, 비극의 현장 또는 유머러스한 순간, 그리고 자화상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매 순간을 특유의 인간적인 시선으로 과감히 포착했다. 이 책과 같은 연대기적 설명과 함께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그가 남긴 이미지가 분절된 파편이 아닌 연속적인 서사의 일부분들로 되살아난다.

 

또 저자는 비비안 마이어의 유명세를 둘러싸고 존재했던 논란, 이를테면 작품 소유자의 권한이나 유산에 대한 문제, 그리고 작가 스스로 작품을 노출하려 들지 않았음에도 그것을 제3자가 공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쟁 등을 부록으로 실어 현재의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입장들도 분명히 밝혀두고 있다.

 

이 책은 비비안 마이어의 작가론적 이해에 있어 중대한 출발점이 된다. 동시에 한 개인의 발자취를 되짚어 생전 빛을 보지 못했던 예술가의 삶을 후대에 소환하고, 이로써 새로운 평가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생애연구의 사례가 될 것이다. 비비안 마이어의 팬이라면 물론이고, 그저 보모이자 사진작가로서 독립적인 삶을 운영해 나갔던 개인의 서사에 궁금증이 생긴 이라면 이 책을 기꺼이 펼쳐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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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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