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죠 - 그림들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 -에드워드 호퍼
글 입력 2022.08.0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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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현대 미술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릴리 블리스, 메리 설리번, 애비 록펠러는 당시 진취적이고 영향력 있는 예술 후원자들이다. 그렇게 1929년, 세 사람은 뜻을 모아 ‘세계 최초이자 가장 위대한 현대 미술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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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oMA 페이스북


 

미술 작품 주로 어떻게 감상하시나요?

 

저는 우선 만나보고 사람을 알아가는 것처럼, 미술 작품도 가능한 적은 정보를 가지고 처음 만나는데요. 이유는 바로 작품을 최대한 그대로 바라보고,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죠. 그러고 나서 전시나 작품에 대한 해설과 정보를 얻고,  n차 방문 또는 사진을 통해 재감상을 해요. 그럼 작품들이 완전히 제 것으로 남더라고요.


특히 현대의 미술은 보는 이들에게 해석을 맡기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어렵다 난해하다 라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은 '작가의 의도가 뭐지?', '무슨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물론 작가의 메시지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전에 자기 상황에 맞게 맛보고 즐긴 뒤 작품에 그리고 작가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도 늦지 않은 것 같아요. 절대 작품에 대한 개인의 해석이 맞았다, 틀렸다 할 수 없으니까요. 전 그렇게 저 스스로 위로하고, 공부하기도 한 것 같아요.

 

또 그러다 보면, 작품을 감상하는 더 넓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키워지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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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르네 마그리트, <사람의 아들> - “우리는 항상 눈에 보이는 것과 그와 동시에 가려진 것을 보기 위해 부단히 관심을 기울인다.”

 

(오) 잭슨 폴록, <원 : 넘버31> - 그는 어느 순간부터는 ‘작품명에서 연상되는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서’ 의미 없는 숫자로 작품명을 짓기 시작했다.

 

‘잘 그린 그림’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엇을 그려야, 어떻게 그려야, 또는 몇 가지의 색을 사용해야 ‘잘 그린’ 그림이 될 수 있을까요? 그전에 ‘잘 그린’ 그림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누구로부터 선물을 받으면, 선물이라는 결과물보다는 선물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고민하고 행동했을 것이 정말 고맙고 좋게 와닿더라고요.

 

또 살다보면 결과가 모든 과정을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하지만 들인 노력과 정성은 꼭 어딘가에 숨어있다 나타나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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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클로드 모네, <예술가의 지베르니 정원> 당시 모네는 그림을 그릴 때 짧은 시간 안에 순간순간 변화하는 빛을 그려 넣어야 했기 때문에 짧고 빠른 붓 터치를 구사했는데, 이러한 붓 터치 탓에 “그림이 너무나 무성의해 보인다.”, “그림 같지 않은 그림”이라며 엄청난 폄하와 조롱을 들어야 했다. 가까이서 보면 왠지 대충 그린 듯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몇 발짝 뒤로 물로서면 전율이 느껴지는데, 그렇게 모네는 노년에 이르러 큰 부를 누리게 된다.


(오) 마크 로스코, <넘버5 / 넘버22> 로스코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로스코의 작품이 왜 유명한거지?", "나도 저 정도는 그리겠다."이런 말을 자주 들어야 했다. 그는 유럽 입체주의 회화들을 접하면서 '작품을 만든다는 게 곧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는데, 미국 내셔널갤러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신은 미술 작품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약 60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놀랍게도 그중 70퍼센트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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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한스 나무스

 

 

[잭슨 폴록에게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 '액션 페인팅'. 화가의 동작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무리되기까지가 전부 다 예술이고, 작품이다.] - 책 <그림들

 

위 그림들, 어디서 한 번쯤 만난 적이 있으시죠? 제목이나 작가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스쳐 지나가면서 한 번쯤은 봤을 그림들이에요. 저도 몇몇 그림은 교과서 어딘가에서 본 기억만 있었는데요.

 

하지만 최근 미국 현지 그림 해설가 'SUN 도스튼’의 책 <그림들>을 통해서 '본 적은 있지만, 잘은 모르는' 작품들을 더 오래 가까이 만날 수 있었어요. 그리하여 조금은 그것들을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죠.


책 <그림들>은 부제인 ‘모마 미술관 도스튼북’에서 알 수 있듯, 현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뉴욕 현대 미술관 모마(The Museum of Modern Art)의 작품들, 그 중에서도 ‘모마에 가면 반드시 봐야 할 대표 작품들’에 대해서 소개하는 책이에요.

 

특히 저자 ‘SUN 도슨트’는 지금까지 미국의 대표 미술관을 중심으로 1,700여 차례 그림 해설을 진행한 전문 그림 해설가로, 책이지만 독자들이 마치 미술관 현장에서 직접 작품 설명을 듣는 것처럼 현장감 있게 설명해요.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크게 염두 한 것이 바로,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쉬운 책이길 바라며 최대한 쉽게 쓰려고 했다고 하는데요. 일명 ‘미알못’인 저도, 작품과 당시 시대적 상황 설명으로 자연스럽게 미술사의 흐름까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이러한 작업 방식을 ‘OO 기법’이라 부른다며, 단어의 기원까지 아주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OO는 이렇게 답할 듯하다’라며, 마치 과거의 작가들과 인터뷰하는 듯 작가의 세계관 이해를 도와주어 좋았어요.


그리고 이 책에서 꼭 모마 미술관의 그림만이 소개되는 것은 아닌데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른 미술관, 개인 소장의 작품까지 함께 실려있아요. 이에 더해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패러디 작품이나 작품에 영향을 받은 광고, 인물의 언급까지 참 알차고, 흥미로운 도스튼 북이 아닐 수 없었어요.


특히 16개의 작품을 모마가 어떻게 소장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과 작품들의 판매가까지, 독자들이 어디서도 쉽게 들을 수 없을, 사람이라면 흥미로울 그런 정보로 작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도와 참 흥미로웠어요. 끝으로 한국 관련 피카소의 그림, 모마에서 전시된 이중섭 화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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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그림에 대해, 예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으며, 작가들의 세계를 구경함으로써 왜 그토록 그들이 대단한지 알 수 있었어요.

 

정말 배우고 싶더라고요, 그들에겐 분명 비슷한 마인드, 열정이 있는 것 같았어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정확한, 그래서 남들이 어떤 평가를 하든 자신감을 잃지 않는, 그리고 매우 매우 그림을 사랑한다는 점이요.

 


20세기 초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살바도르 달리의 예술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급기야 초현실주의 화가 그룹에서 강제 퇴출당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초현실주의자와 나의 차이는, 내가 (진정한) 초현실주의자라는 것이다.” - 달리


앙리 마티스는 사물 고유의 색을 존중하던 전통적 회화 방식을 따르지 않았고, 그러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혹평에 대해 “그녀가 어떤 색의 모자를 썼는지, 옷과 부채는 어떤 색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고, 오직 흥분되고, 설레고, 사랑이 넘치는 ‘감정의 색’만 남아 있었을 뿐” - 마티스

 

 

코로나19로 또는 여유가 부족해 뉴욕에 있는 모마 미술관에 가지 못하더라도, 이 책 한 권으로 안전하고 빠르게 모마를 다녀올 수 있어요. 현재 모마에 걸려있는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을 뿐 아니라, 생각보다 작품이 크고, 작다는 섬세한 설명까지 있어 더욱 생생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생각보다 훨씬 미술은 재밌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자는 인생에서 한 번은 모든 사람들이 예술이 주는 기쁨과 위안을 만나게 된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이 책이 그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 책 <그림들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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