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과 세상을 향한 진심 어린 시선,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글 입력 2022.07.0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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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 발행 70주년을 기념하며 예술의전당에서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본 전시에서는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이 소장 중인 오리지널 프린트, <결정적 순간> 프랑스어 및 영어 초판본, 출판 당시 카르티에 브레송이 편집자 및 예술가들과 주고받은 서신 및 생전 인터뷰 등을 소개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정수가 담긴 이 사진집은 출간과 동시에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사진 역사상 가장 회자 되는 표현이자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본 전시는 사진작가들의 바이블로 남은 <결정적 순간>을 탄생시킨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 세계와 인간적인 시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은 1952년 10월 프랑스어와 영어로 동시 출간되었다. 프랑스어판의 제목은 <달아나는 이미지들>이었으나, 영문판의 발행인 리처드 사이먼은 카르티에 브레송이 직접 쓴 서문에 인용된 레츠 추기경의 회고록 문구에서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을 제목으로 쓰길 원했다.


이 제목은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사진을 인위적으로 연출하거나 편집하는 것에 반대했고,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는 게 아니라 단 한 번 셔터를 눌러 이미지를 포착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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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연사하듯 사진을 찍고, 그중에서 잘 나온 것을 골라 편집하는 일이 피로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인지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업방식은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사진보다 인간의 삶에 더 관심이 많다”는 그의 말의 진정성을 인정하게 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본질을 담아낸 단 하나의 사진. 그것을 얻기 위해 카르티에 브레송은 늘 길거리를 다니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의 손목에는 늘 라이카 카메라가 감겨있었으며, 때로는 몇 대의 카메라를 등에 메고 다녔다고 한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카르티에 브레송이 소장했던 라이카 카메라를 실물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설명과 오디오 가이드에도 라이카 카메라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그의 작업방식 상, 작동이 간단하며 성능이 뛰어난 카메라와 늘 함께하는 것은 어쩌면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그는 라이카 카메라가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기계’라고 말했으며, 라이카 카메라는 그에게 눈의 연장이자, 사진 인생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벗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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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드는 모습에 리듬이 있듯이 서로 다른 요소들 사이엔 미묘한 운율이 존재한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973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은 미학적인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스페인 마드리드’라는 작품에서 보이는 흰 벽의 창문들은 마치 악보에 자유분방하게 흩뿌려진 음표들처럼 아름답다.


그는 서로 다른 크기를 가진 정사각형과 직사각형 창문들에 사로잡혔고, 이와 같은 요소들에서 기하학적 즐거움을 발견하며 감각적, 지적 쾌락을 얻는 사진가였다.

 

 


인물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게 하는 사진



카르티에 브레송은 자신에게 가장 어려운 작업이 초상사진이라 밝혔다. 그에게 초상사진이란 ‘누군가에게 물음표를 찍어놓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 얼굴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있는지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는 여러 의뢰를 통해 예술가와 작가들의 초상사진을 다수 남겼다. 파블로 피카소, 피에르 보나르, 폴 엘뤼아르 등의 초상사진을 촬영했고, 원래의 의도처럼 책을 출간하지는 못하였으나 이 작업을 계기로 앙리 마티스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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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는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걸 끔찍이 싫어했고 사진작가를 질색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카르티에 브레송은 정해진 시간에 마티스의 집에 와 그저 구석에서 머무르다 가기를 반복했다. 말 한마디 없이 마티스와 모델을 바라보며 그가 마티스에게 익숙한 존재가 되었을 때쯤 작은 셔터 소리가 났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마티스가 자기 사진을 찍도록 허락한 최초의 사진가였으며, 8년 후 마티스는 <결정적 순간>의 표지를 작업하게 된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사진 찍히는 걸 극도로 싫어했던 작가이자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를 찍은 사진은 걸작 중 하나이자 초상사진의 아이콘으로 남기도 했다.


이처럼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 찍히기를 거북하게 여기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할 때조차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켰고, 이러한 작품의 이면에는 인간을 따스하고 신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접근 방식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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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곁으로 다가갈 때는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다가가야 하고 그들 위에 군림하려 들거나 과격해서는 안 된다.그리고 무엇보다도 매 순간 인간적이어야 한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957

 

 

비단 초상사진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작품에서는 인간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그가 조지 6세의 대관식에서 보도 사진 작업을 했을 때, 그는 화려한 왕실의 행렬 대신 런던 시민들의 표정을 집중적으로 보았다. 그 결과 어떤 사진에도 왕이 등장하지 않았으며, 그 당시 런던 시민들이 저마다의 기대를 품고 한 곳을 응시하는 모습들이 촬영되었다.


또한 그는 마하트마 간디의 생전 마지막 모습과 장례 의식의 과정을 사진으로 남긴 사진가이며, 1948년 후반 중국 국민당 정부의 마지막 순간들과 상하이에서의 ‘골드러시’ 현장 등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정말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누비고 실제로 장기간 머무르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야말로 역사와 삶, 사람이 고스란히 담긴 역작들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동안의 나는 있는 그대로를 나타내는 사진 작품에는 그림에 비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무채색의 옛날 사진들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세상의 모습에서 형태적으로 완전하면서도 휴머니즘이 깃든 사진을 찍었던 카르티에 브레송의 예술 세계를 통해,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결정적 순간이란 사진을 찍는 모든 이들에게 흔하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상에게 진심 어린 관심과 예리한 시선을 가진 사진가만이 그 본질을 온전히 포착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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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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