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여러 색깔의 기쁨

행복했던 그날의 소회
글 입력 2024.05.06 14:0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letters-1834501_1280.jpg

 

 

 

첫 만남은 너무 어렵...지 않네? 


 

한창 글이 써지지 않을 때였다. 소재도 고갈되고 글로 풀어낼만한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고되고 지쳤다. 그러던 중 피드백 모임 폼을 받게 됐다. 신청할까, 말까. 항상 고민이 많아지는 순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늘 긴장되고 두근거린다. 기대한 만큼 좋았던 적도 있으나 불편한 상황에 놓인 적도 많았기에 약간은 걱정도 됐다.

 

하지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유쾌하고 유익했기에 그 기억을 믿어보기로 했다. 끝끝내 신청폼 작성을 완료하고 제출 버튼을 클릭했다. 어떤 분들이 나와 묶일까, 오프라인 모임에 나오셨던 분일까, 혹여 아는 사람이면 반갑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단톡방이 만들어지고, 우리는 다소 어색한 첫인사를 나눴다. J님과 S님 모두 나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을 가진 분들 같았다. 자유롭게 진행되는 방식이라 이야기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지만 J님께서 각자 지금까지 기고한 글 중 최근 글 하나, 좋아하는 글 하나씩 공유해서 읽고 피드백하는 방식을 제안해 주셨다. 모임의 정체성이자 테두리가 생긴 느낌. 그렇게 서로의 글을 공유해 읽었다.

 

4개월 동안 우리는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흐리고 뿌연 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 모였다.

 

 

 

세상에는 다양한 문체의 글이 있다 


 

피드백 모임을 신청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내 지인이 아닌 이들이 내 글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해서였다. 글만 쓰면 지독히 솔직해지는 나를 어떻게 봐줄까. 아직도 나는 글 쓰는 게 어렵고 서툴다고 느껴진다. 특히 아트인사이트에서 여러 에디터들의 글을 살펴보면 더더욱 그렇다. 따스하고 섬세한 문체가 느껴지는 글, 간결하고 시원시원한 글. 내겐 S님과 J님의 글이 그랬다.

 


[크기변환]lake-8627048_1280.jpg

 

 

S님의 글은 잔잔하게 일렁이는 호수의 윤슬같다. 글에 쓰인 단어 하나하나에서 윤이 나는 게 느껴진다. 윤슬은 빛의 각도에 따라 반짝임이 달라지는데 S님의 글에서도 그렇다. 문단 곳곳에서 보이는 찬란한 햇빛, 흐르는 강물의 부드러운 하모니가 조화롭다. 하나의 화제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걸 어려워하는 나와 달리 S님은 독자들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본인의 감정을 펼치는 데에 능숙했다. 직접 마주 보며 이야기할 때에도 당신의 글처럼, 차분하면서도 따스한 분이라는 걸 느꼈다.

 

 

[크기변환]avenue-2215317_1280.jpg

 

 

J님의 글은 울창한 숲속 쭉 뻗은 탄탄한 나뭇가지같다. 해외 드라마/영화를 좋아하시는 J님은 둘 이상의 작품을 엮은 칼럼, 하나의 작품을 풀어나간 오피니언을 주로 쓰시는 편이었다. 신기했던 건 특정 작품을 J님의 글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도, 줄거리의 핵심만 딱딱 짚어주시다 보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S님과 내가 J님의 탁월한 요약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각자의 글뿐만 아니라 여러 주제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통 주제 글쓰기에서 '글 기고 노하우'라는 주제가 나왔을 때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글감을 어떻게 모으고 글로 형상화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늘 있었는데, 이번 모임을 통해 글 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J님은 본인의 블로그를 메모장처럼 활용하는 편이라고 하셨다. 블로그를 찾아보면 생각의 흐름이 보이고, 특정 가닥을 잡아 글로 풀어낸다고. 평소 블로그를 일상 공유용으로 쓰는 나와는 달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있다. S님은 일상 속에서 생각이 걸리는 지점들을 모아 글을 완성하는 편이셨다. 생각이 걸리는 지점들을 모은다는 표현이 좋았다. 나의 경우에는 '경험과 생각이 곧 글감'인 편이라, 최대한 아카이빙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요즘에는 다양한 장르의 뉴스레터와 책을 읽으며 취향을 탐색해가는 중이다.

 

 

 

내 글을 이렇게 읽어주시다니! 


  

'문체가 맑다는 느낌이 들어요'

'글을 보고 그 사람이 궁금해진다는 게 신기했어요'

'좋은 부분이 많아서 밑줄을 긋고 싶어져요'

 

모임을 하며 들었던 말들이다. 피드백(Feedback)이라고 해서 냉철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당사자로 하여금 다시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게 진정한 피드백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우리 모임은 이 말에 완벽히 부합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적게, 좋았던 점은 많이. 덕분에 자신감도 한껏 올라간 느낌이었다. 인용의 목적이 확실하다는 것, 소개한 드라마에 흥미가 생겼다는 것, 인터뷰이의 글을 모두 읽어보고 싶어졌다는 것, 전시 자체를 온전히 이해한 느낌이라는 것. 부끄러움은 감출 수 없었지만 진심이 전해진 것 같아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book-1283865_1280.jpg

 

 

 

계속해서 글을 써야 할 이유


 

이번 모임을 통해 또 하나의 행복을 얻었다. 본인들의 글을 쓰며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을 실제로 만날 기회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가까이 들을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선물 받은 책 '수영의 이유', '새 사진을 찍습니다',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 '네가 있는 곳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를 읽으며 종종 그들의 안부를 물어야지. 내가 그랬듯 고심 끝에 고른 책들이 두 분의 마음에 쏙 들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 쓰는 사람끼리 모여 글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진귀한 경험. 꽁꽁 얼어 있던 고민들이 한순간에 해소되는 순간. 글쓴이들의 소통은 이처럼 다채로운 기쁨으로 가득하다.

 

 

 

김민지_컬쳐리스트.jpg

 

 

[김민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5.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