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로또에 당첨된다면

돈, 행복, 그리고 인생
글 입력 2023.11.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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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만 해도 로또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아주 극소수의 확률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린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다가와서였을까. 득보다는 실에 더 가까운 행위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최근 로또를 몇 번 사보았다. 취업 준비를 하는 지지부진하고 지루한 일상에 조금이라도 파동을 일으키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확률이 0이 아닌 이상, 아주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아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인 것도 같다.


물론 결과가 나오는 족족 ‘꽝’이었다. 45개의 숫자 중 6개를 고르는데, 그중 하나를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다. 1등에 당첨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6개를 다 맞추는 것인지. 매주 약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로또 1등에 당첨되는데, 오히려 10명씩이나 당첨된다는 것이 신기하다.


비록 김칫국을 마시는 것과 다름없지만, 그래도 로또에 응모하면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상상해본다.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대개 많은 사람이 로또에 당첨되면 집부터 살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나의 거주 공간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오히려 돈을 불릴 수 있는 자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일까? 혹은 해외여행을 가거나, 차 혹은 명품 등 거금의 물품을 구매하려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나는 아직은 이처럼 거창한 꿈은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돈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삶’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제법 달콤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부분에 돈을 쓰기 때문에. SNS에서 한 이용자가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속 가사에 나오는 행위들에 사용되는 비용을 매긴 것을 본 적이 있다.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 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지 쓰고파

 

 

이동 시 필요한 교통비, 칵테일을 마시는 비용, 전시회 입장료, 편지를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을 따져보던 SNS 게시물로 기억한다. 그때는 매 구절 비용을 따져보는 것이 제법 웃겼는데, 막상 되돌아보면 일상에서 돈이 나가지 않는 곳이 없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 실제로 외출할 때도 실감한다. 돈을 쓰지 않고서야 들어가서 잠시 휴식을 취할 만한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구나, 하고.


이제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문구에 많은 사람이 반감을 표한다. 이 격언이 의미하는 바는 ‘돈이 없다고 무조건 불행한 것은 아니며,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돈만 좇아가며 살지 말라.’일 것이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돈이 있어야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무언가를 구매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까지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논리가 자본의 이동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부분이 그러하다.


이처럼 수많은 곳에 가격표가 매겨진 일상 속에서 그 가격표를 따지지 않고, 잔액을 확인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삶은 어떤 기분일까? 로또 당첨자들의 수기를 보면 갚지 못하고 있던 빚을 갚고, 돈 때문에 포기하고 살았던 목표나 꿈에 다시 도전하고, 일상 속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교통비, 관리비 등)을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 그 돈에 그치지 않고 재테크를 통해 돈을 불리려는 경우가 많다. 왜 몇억에 달하는 돈을 얻고도 그 이상을 노리게 되는 것일까? 단순히 만족이 되지 않아서? 혹은 그저 기왕이면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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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한 것은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벌거나 불리고, 그 과정은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더 커지는 잔고를 보면 행복하겠지만, 그 과정에는 욕심과 근심이 생겨난다. 돈이 돈을 낳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욕심과 근심은 또 다른 욕심과 근심을 낳고 있다. 그 끝에 행복이 있다고 한들, 그 과정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리고 정녕 돈을 불린다고 해서 우리는 그 행복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인가?


확실한 것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말에 매몰되어 돈에 끌려다니면 오히려 돈으로 행복을 사는 인생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평생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은 얼마일까?’라고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이야말로 나 자신을 돈에 끌려다니게 만드는 것 같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행복이지, 돈이 아니었는데.


돈은 행복을 살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일 뿐,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돈으로 삶의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행복이라는 감정까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의 안정감, 사소하더라도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자연과 동화되어 쉬어갈 때 느낄 수 있는 여유.


우리는 여전히 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또다시 로또라는 유혹에 끌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꾸준히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한다. 돈을 원하지 않는 게 아니다. 돈을 목표로 삼지 않으려는 것이다.


적어도 이 짧은 생에서, 돈으로 불행을 사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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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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