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름이면 생각나는 만화 영화들! [영화]

올여름을 보낼 준비를 하며.
글 입력 2022.06.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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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생각나는 만화 영화 LIST

 

 

 

1.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2008. 06. 26) 하라 케이이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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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란 초등학생에게도 인생의 무료함을 느끼게 만드는 계절이다. 여름 한낮의 더위는 밖에 나가지 않고도 재밌을 만한 것들을 집에서 찾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그것도 매우 열정적으로 찾게 만드는 힘을.

 

14년 전 여름, 당시 초등학생이던 언니와 나는 부모님이 출근을 하시고 한참 뒤에야 느지막이 일어나 달달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 앉아 TV를 보곤 했다. 유선 채널이 안 나오는 탓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이모가 불법으로 다운로드해 USB에 넣어둔 만화 영화들이었는데,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역시 그 당시 USB 안에 담겨 있던 영화 중 하나였다.

 

배경은 여름, 주인공은 초등학생, 그리고 강가에 파묻혀 있던 돌에서 나온 요괴 ‘갓파’, 특별할 것 없던 남학생의 여름방학에 불현듯 찾아온 특별한 존재는 우리의 이목을 끌었다.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선뜻 다가가지도 못하고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사춘기 소년 ‘코이치’에게 갓파 ‘쿠’는 새로운 친구이자 행복한 여름 그 자체이다. 하지만 여름이란 계절이 영원할 수 없는 것처럼 ‘쿠’ 역시 인간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쿠’는 갓파 친구들과 함께였던 자연에서의 삶을 그리워하고, ‘코이치’와 가족들은 결국 그런 ‘쿠’를 자연 속으로 보내주기로 한다.

 

여름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낸 이 영화에 그 여름, 언니와 나는 완전히 매료됐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또 보고, 그렇게 몇 주일을 돌려 봤다. 그때는 단지 요괴가 존재할 거란 아이의 순수함 때문에 좋아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요괴 친구가 있는 오키나와로 떠나는 ‘쿠’가 마지막을 했던 말, ‘꼭 다시 돌아올게’,에 어쩌면 난 이미 ‘코이치’가 되어 버렸던 게 아닐까. ‘코이치’가 ‘쿠’와 함께 했던 여름을 평생 추억하듯, 나 역시 언니와 영화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를 보고 또 보았던 그 여름을 추억할 거란 걸 어렴풋이 깨달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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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피아노의 숲 (2008. 10. 30) 코지마 마사유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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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숲속에 버려진 피아노 한 대, 그 위로 몇 줄기의 햇빛이 쏟아지는 광경을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공상과 망상은 어쩌면 태생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고독과 외로움이 타고난 걸지도 모른다. 재능이 태생적인 것처럼.

 

<이웃집 토토로> 속 숲이 오묘하고 판타지적 요소가 강했다면, 영화 <피아노의 숲>에 나오는 숲은 뭐랄까 현실에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코지마 마사유지 감독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광경을 실제 그림으로 만들어냈다. 숲속 버려진 피아노가 유일한 친구인 주인공 ‘카이’와 동경에서 전학 온 ‘슈헤이’는 피아노를 매개체로 가까워진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카이’는 숲속에 놓여 있던 피아노만을 쳐온 탓에 사실상 정석 피아노 연주와는 거리가 멀었고 연습벌레인 ‘슈헤이’는 그런 그가 피아노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신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카이’의 성장과 그런 그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되는 ‘슈헤이’의 내적 갈등이 담긴 영화 <피아노의 숲>을 처음 본 것은 아마도 개봉 당시였을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어렸고, 주인공인 ‘카이’에 감정을 이입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 ‘카이’에 가려져 있던 ‘슈헤이’의 모습이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이제야 ‘슈헤이’가 갖고 있던 감정을 온전히 알 것 같다. 실력의 차이, 재능의 차이, 결코 좁혀질 수 없는 거리, 나를 수없이 탓하게 되는 상황들. 날이 뜨거워질수록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은 길어지니, 여름은 참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 <피아노의 숲>처럼 말이다.

 

 

 

3. 폭풍우 치는 밤에 (가부와 메이 이야기 2006. 02. 09)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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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태풍은 어마어마한 게 온다고 하더라”라는 말을 매년 듣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옛날 태풍을 넘어서는 태풍은 아직까지는 없는 듯하다. 비 오는 날, 그냥 비가 오는 정도가 아닌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이 무섭게 비가 퍼붓는 날에 밖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가. 그런 경우에 사실상 우산은 아무 의미가 없다. 비와 함께 바람이 불어대면 도로 위엔 차마 하수구로 내려가지 못해 발목까지 고여 있는 물이 마치 바다처럼 파도치기 시작한다. 그 위로 천둥소리와 함께 벼락이 꽂히는 걸 상상해 보라. 아주 무서워 돌아가시는 거다. 만약 당신이 한 마리의 양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런 상황에서 늑대와 단둘이 있어야만 한다면 어떻겠는가.

 

영화 <폭풍우 치는 밤에>(가부와 메이 이야기)는 말 그대로 폭풍우 치는 밤, 오두막에서 늑대(가부)를 만나게 된 염소(메이) 그 둘의 우정 이야기다.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이야기를 나누던 그 밤 그들은 대화를 나누며 돈독한 정을 쌓는다. 그다음 날, 그들은 서로의 정체를 알고 깜짝 놀라게 되지만 늑대와 염소라는 큰 벽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우정을 이어 나간다.

 

과연 염소와 늑대가 친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당신, 어쩌면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물론 나 역시도 이미 동심 따위는 잃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비가 폭풍처럼 쏟아지는 날이면 컴컴한 오두막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가부와 메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둘의 우정에 감동받아 울먹이던 기억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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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썸머 워즈 (2009. 08.13) 호소다 마모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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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떻게 여름을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내는지. 일본 만화 속 여름은 유난히 청량하고도 시원하다. 그리고 완벽한 여름의 미화를 보고 싶다면 단연 영화 <썸머 워즈>만한 것이 없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그리고 <용과 주근깨 공주>의 감독인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인 만큼 뛰어난 작화와 함께 여름이라는 계절을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한다.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풍경과 시골이라는 공간 설정,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는 북적이는 여름날은 분명 낭만적이지만 뻔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 뻔함을 날리는 요소가 있다. 바로 메타버스 게임인 ‘OZ’다. 가상 공간에서 그려지는 색색의 캐릭터들과 캐릭터들 간의 결투 장면들은 영화를 신선하게 만든다.

 

하나의 영화를 보며 두 가지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더운 여름 에어컨을 틀고 한 잔의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 같은 감각을 맛보고 싶다면 필요한 영화는 단연 <썸머 워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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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펭귄 하이웨이 (2018.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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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건지. 몸은 어른인데 정신세계는 아직까지 11살의 ‘아오야마’ 보다 못하다. 누군가 나에게 동네에 펭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면 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펭귄을 찾아내겠다 난리를 칠 것이다. 만약 뒷산에 요괴가 산다는 소문이 들리면 동네 초등학생들과 팀을 꾸려 뒷산 모험을 떠날 것이다. 물론 요즘 시대에는 초등학생들이 더 그런 얘기를 믿지 않을 것 같지만. 아니 혹시 모르겠다. 유튜브에 찍어 올리기 위해서라도 나와 함께 떠나 줄지도.

 

이제는 조용히 지나가는 여름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제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 주기를 하염없이 바라며 <펭귄 하이웨이> 같은 영화만을 계속해서 볼 뿐이다. 동네엔 펭귄이 나타나고, 알고 봤더니 치과 간호사 누나가 펭귄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이었고, 나는 그 둘의 연관성을 추측해 나가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꿈꾸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맥주 한 잔에 더위를 식히며 어린아이들이 볼 법한 만화 영화를 즐겨 보는 나는 조금은 불완전한 어른인 것인가. 여전히 매 여름이 되면 평생 잊지 못할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대하지만, 이제 나는 수수께끼를 맞혀야 하는 11살 소년 ‘아오야마’가 아닌 수수께끼를 내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올여름, 꿈꿔왔던 판타지 장면이 가득한 영화 <펭귄 하이웨이>를 마지막으로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작별을 고할 준비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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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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