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메이징 벨리곰의 미학 [도서/문학]

글 입력 2022.06.0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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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잠실에 거대한 핑크색 곰돌이가 나타났다.

 

이 곰돌이는 벨리곰이라는, 롯데 홈쇼핑이 지난 2018년 MZ세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캐릭터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광장에 위치한 이 “어메이징 벨리곰”은 무려 15m 높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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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곰 전시는 오픈 2주만에 방문자 200만명을 돌파하며 화제가 되었고, 이에 롯데는 전시를 연장하기도 했다.

 

sns에도 벨리곰 게시글이 2만건 이상 올라갔으며, 벨리곰의 팝업스토어 굿즈샵 뿐 아니라 온라인 스토어의 굿즈들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당연하게도 롯데월드몰의 방문객 역시 전시 기간동안 크게 증가했다. 롯데의 캐릭터 마케팅의 승리다.

 

벨리곰을 보며, 그리고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벨리곰에 열광할까에 대해 생각하다 한병철 저의 <아름다움의 구원>이 다시 떠올랐다.

 

이 책에서 그는 매끄러움에 대해 비판한다. 그리고 그 매끄러움은 제프 쿤스(미국의 현대미술가) 의 작품으로 대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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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쿤스의 <풍선개>)

 

 

“오늘날 우리는 왜 매끄러움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매끄러움은 미적 효과의 차원을 넘어서서 하나의 사회 전반적인 명령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긍정사회를 체현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한병철의 이전 저서 <피로사회>에서도 그는 긍정성 과잉의 현 사회를 비판한다. 그의 철학은 사회에 있어서도, 예술에 있어서도 같다. 긍정성 과잉의 사회에서는 실재하고 있는 부정성의 책임이 개인에게 지워지기 때문에 낙오자와 우울증 환자를 낳는다.

 

거칠거칠함과 일체의 부정성이 제거된 매끄러움의 미는, 오로지 만족의 예술이며, 그가 보기에 이것은 미의 위기이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미란, 직접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전율과 엄습의 부정성을 수반하며, 그를 통해 자아에서 벗어나 그 속에서 머물 수 있고 관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예술가라고 할 수 있는 제프 쿤스는 매끄러운 표면의 대가다. (중략) 제프 쿤스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관찰자가 그저 ”와!“라는 말만 내뱉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의 예술 앞에서는 어떤 해석도, 해석학도, 성찰도, 사고도 필요하지 않다.”

 

 

사실 벨리곰이 롯데의 첫 대형 야외 전시작품은 아니다. 롯데와 송파구는 그간 2014년 러버덕, 2016년 슈퍼문, 2017년 스위트 스완, 2018년 카우스의 홀리데이, 2019년 루나 프로젝트라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을 선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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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하나같이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작품들이라는 점은 한 번 생각해 볼 법하다. 그리고 제프 쿤스의 말처럼, 우리는 이 작품들을 보고 그저 “와!”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러버덕의 평화의 메시지나, 카우스의 홀리데이가 도시인들에게 휴식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 이 작품들은 그 거대한 형상과 매끄러움으로 우리의 시각을 압도시킨다. 그리고 이 거대함은 거대한 자본의 상징이기도 하다.

   

나는 이 작품들이 가치가 없다고 비하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롯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작품은 지금껏 시민들, 관광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들은 동심을 자극하며, 그 귀여움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편, 많은 이들에게 혹평과 비판을 받기도 하는 제프 쿤스는, 어쨌거나 현시대의 가장 비싼 작품 중 하나를 만들어낸 미술가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어떠한 시각 컨텐츠들에 노출되어 있는가는 한번쯤 생각해볼 법하다. 이러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작품들은 이미 우리가 "매끄러움의 미"를 추구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의 두 요소를 구별한다.

 

 

"스투디움은 "나는 좋아한다/나는 싫어한다. 라고 말할 때의 영역이다. " "그는 사진을 보면서 눈요기를 하듯이 즐긴다. (중략) 그것을 이끄는 것은 "막연하고 피상적이며 무책임한 관심이다."

 

 

"풍크툼은 재현 뒤에 남아 있는 완강한 잔여이며, 의미와 의미 부여를 통한 매개를 거부하는 직접적인 것이며(중략), 나아가 상징적인 것에 대립하는 실재적인 것이다."

 

 

우리의 요즈음의 소셜미디어는 스투디움인 것 같다.

 

우리는 수많은 이미지와 영상들을 매끄러운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손가락으로 슥슥 넘기며, 좋아요, 즉 "무책임한 관심"을 남긴다. 벨리곰의 사진도, 다른 전시의 사진들도 그렇게 접하곤 한다. 그 과정에는 어떠한 깊은 사유도 관조도, 머무름도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게걸스럽게 컨텐츠들을 소비한다.

 

앞으로 어떤 것들을 보고 느낄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나의 미로, 나의 취향으로 쌓아나갈지를 말이다. 컨텐츠와 작품을 접할 때 단순히 긍정성의 유혹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잔상과 감정을 남기기 위해, 기꺼이 부정성도 감수하는 향유자가 되고 싶다.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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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대상을 보고 와~ 하고 깊은 사유를 하지 않는 건
      현대사람들이 그야말로 피로사회에 너무 지쳐있어서 아닐까요?
      갓난아이나 유아를 볼 때 우리가 느끼는 매끄러운 감정,
      그 아이들한테는 그 어떤 비평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유, 특히 비평하는 사유는 피곤하고 또 피곤하죠
      현대인은 그냥 와~~로 감정이 시끄너워지지 않고 정화되는
      짧은 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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