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신의 명령에 의해 정당화되는 폭력 - 연극 'Is god is'

글 입력 2022.04.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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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god is는 미국의 신진 극작가인 앨리샤 해리스(Aleshea Harris)가 집필한 희곡으로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남부에서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쌍둥이 자매의 복수극이다.

 

 

시놉시스

미국 북동부 원룸 아파트, 화상흉터를 가진 쌍둥이 러신과 아나이아는 죽은 줄만 알았던 엄마의 편지를 받는다. 쌍둥이가 찾아간 곳에서 엄마는 꺼져가는 숨을 붙들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남자를 잔인하게 죽여달라는 부탁을 한다. 쌍둥이는 당황하지만 이내 엄마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두 사람은 남자를 찾아가는 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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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경멸이 이 극의 전반을 지배한다.

 

러신과 아나이아의 아빠는 그녀들의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한 뒤 그녀의 몸에 기름을 뿌린 뒤 불을 붙인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데려와 그녀의 곁에 두었다. 엄마가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춘다고 생각했던 어린아이들은 엄마에게 다가갔고, 이에 러신은 몸과 등에, 아나이아는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게 되었다.

 

그 후 그녀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외형 때문에 사람들의 경멸 어린 눈빛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특히, 아나이아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제 더 이상 화상이라는 흉터에 얽매이지 않으며 그것을 그들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죽은 줄만 알았던 엄마에게서 편지를 받고 엄마를 찾아 떠나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마주한 그들의 엄마는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링거에 간신히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엄마는 그녀들에게 자신의 목숨이 별로 남지 않았음을 말하며 말한다. “그를 죽여”라고 말이다.

 

그녀는 자신이 아니아이와 러신을 ‘낳았다(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을 그렇게 만든 그를 죽여서 신체의 일부를 가져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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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피해자였지, 폭력을 행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녀들은 그녀의 부탁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러다 러신이 말한다. “신의 명령이야” 그녀들은 그들의 엄마를 ‘신’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계속해서 강조한다. 신이라고 표현하는 순간 그들의 모든 행위는 정당화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녀와 그들을 괴롭혔던 그와 그와 재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보이는 새 부인, 그리고 남자 쌍둥이들을 차례로 잔인하게 살해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살인’이라는 행위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면서 폭력의 피해자였던 그들은 점점 가해자가 되어간다.

 

심지어, 러신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신의 명령을 수행하였지만, 아나이아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소심하고 순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이 명령을 따르는 것에 있어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태도 또한 적극적으로 바뀌어 간다. 궁극적으로, 신의 명령에 따라 그의 신체 일부를 자신의 엄마이자 신에게 가져간 것은 러신이 아니었던 아나이아였다. 가장 순진했던 아이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쟁터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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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도대체 ‘신’이 무엇이기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동시에 신의 명령으로 인해 피 터지게 싸우는 인간들의 모습은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전쟁으로 인해 서로를 학살하던 트로이 전쟁 등을 연상케 한다.

 

연출의 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제 [Is god is]에서 Is God은 질문이다. 그리고 God Is는 답이다. 질문이자 답인 신, 혹은 대답과 질문 사이에 숨은 신. Is God Is는 미국 사회 혹은 흑인의 삶에 파고든 신에 대한 이격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 기독교가 지배하는 미국 사회의 이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6개월 남짓 직접 경험한 미국 사회에서 느꼈던 기독교 이념과 그들의 실제 생각 간의 괴리감이 떠오른다.

 

원래 이 작품에는 실제 흑인 배우가 등장하는 듯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인종적인 것을 인물의 소개로서만 정의할 뿐, 무대 위에서 이를 구현해 내지는 않았지만, 이런 측면에서 보면 차별과 억압 속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인간들의 신이라는 이름 하에 행해지는 폭력을 보여주는 극이라고 볼 수 있겠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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