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춤으로 세상을 뒤흔들다 [문화 전반]

언더에서 오버로, K-콘텐츠의 또다른 주역이 된 춤을 보는 시선
글 입력 2022.04.1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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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K-콘텐츠 열풍의 시대다. K-팝은 2010년대부터 아시아권을 시작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는 모양새다. 드라마나 영화는 또 어떠한가. 2000년대 초반부터 K-콘텐츠 열풍을 주도했던 그들은 OTT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현재 외국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이들의 상승세도 대단하지만, 2021년 국내를 열광시켰던 프로그램이라 한다면 나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꼽을 것 같다. 일명 ‘헤이 마마’ 안무 열풍을 불러오며 큰 인기를 끈 이 프로그램은 여러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탄생시켰고, 2022년에는 다양한 춤 예능이 등장하며 해외에서 춤 버스킹을 하는 댄서판 ‘비긴 어게인’도 방영을 앞두고 있다. 그 외에도 댄서들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춤이 매력적인 콘텐츠가 된 것은 자명해 보인다.

 

제목에 이끌려 들어오게 되었다면 이미 춤에 작은 관심을 가지고 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춤의 매력과 최근 유행하는 예능을 지켜보는 작은 관전 포인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안무 속 숨겨진 다양한 장르


 

현재 많은 댄서들은 각자의 스타일을 녹여 안무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안무를 코레오그래피(choreography, 이하 코레오)라 부르는데, 최근에는 코레오를 장르로 분류하기도 하는 만큼 독특하고 개성 있는 안무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레오를 하나의 장르로 구분하기 이전에, 이미 춤에는 다양한 장르가 존재했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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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제목에 주목해보자. ‘스트릿’이라는 단어가 바로 춤의 대분류에 해당한다. 스트릿댄스는 힙합 문화가 융성하며 함께 발전해 온 문화이며, 크게 올드스쿨 장르와 뉴스쿨 장르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올드스쿨 장르에는 비보잉, 팝핑, 락킹, 왁킹 등이 포함되며, 뉴스쿨 장르에는 뉴스타일 힙합, 하우스, 크럼프 등이 속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것이 다는 아니다. 재즈 댄스, 현대 무용, 발레, 탭 댄스 등도 춤의 종류 중 하나에 포함된다.

 

이러한 장르가 무엇인지, 또한 각 장르의 무브는 어떤 특색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난 후 프로그램을 본다면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K-팝 노래의 안무에도 여러 장르가 녹아 드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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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뱅크 무대 중 일부.

 

 

대표적인 예시가 최근 발매되었던 권은비의 안무이다. 이 안무는 보깅을 기반으로 한 안무인데, 보깅은 이름에서 나타나듯 잡지 보그의 모델들의 포즈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래는 꽤 인기를 끌었는데, 보깅의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매력이 아티스트와 잘 맞아 떨어지면서 표현이 극대화된 점이 팬들에게 매력 있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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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서로 다른 장르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 보여준 예능도 있다. 바로 2013년부터 2년동안 3시즌에 걸쳐 방영되었던 ‘댄싱9’이다.

 

당시에는 춤으로 서바이벌 예능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생소했던 시기였기에 시청률이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고정 시청층 사이에선 꽤나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의 특이한 점은 2팀으로 나뉘어 무용에서 스트릿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댄서들이 함께 어우러져 안무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춤의 매력에 깊게 빠져보고 싶다면 오래된 프로그램이지만 한번쯤 시청하는 것도 추천하는 바이다.

 

특히 각 장르에 대한 지식은 후술할 스트릿댄스의 배틀 문화에도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최근 유행하는 스트릿댄스는 배틀 문화를 빼놓고 선 이야기할 수 없기에, 충분히 즐기고 싶다면 각 댄서들의 주 장르가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같은 음악, 다른 무브


 

춤은 음악을 빼놓고 설명될 수 없는 예술이다. 노래에 맞춰 무브를 가져가기에 댄서들은 웬만한 아티스트만큼 음악을 많이 들으며, 소리에 어떤 식으로 자신의 움직임을 가져갈 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거친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춤의 매력이 드러난다고 본다.

 

이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예시가 최근 방영을 준비하는 <스트릿 맨 파이터>이다. 아직 본격적인 촬영을 들어가지는 않았고 한창 출연진을 뽑는 단계에 있는데, 이들은 특이하게 지원자의 모든 지원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많은 댄서들은 자체적으로 제작된 음원에 안무를 만들어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었는데, 모두 같은 노래에 모두 다른 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정말이지 다채롭고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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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 맨 파이터>의 지원영상이 올라오고 있는 유튜브 채널. 많은 영상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고 여럿이서 감상을 나누어 본 사람들이라면 분명 같은 콘텐츠를 봤음에도 모두가 같은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때 타인의 시선을 알아가는 과정은 많은 배움을 주고 콘텐츠 향유자들이 보다 풍성하게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춤 역시 비슷하다. 사람들은 같은 노래를 다르게 해석하는 데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으며, 같은 장르의 댄서임에도 소리를 개성 있게, 다른 무브로 표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춤을 보며 ‘눈이 즐겁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말 그대로 스트릿, 배틀 문화


 

춤 예능을 보며 주목해보면 좋은 또 다른 포인트는 배틀 문화이다. 물론 배틀 문화는 스트릿댄스에 주로 한정되기는 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예능이 스트릿댄스를 주축으로 하여 방영되고 있기에 알아두면 이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

 

배틀 문화는 일반적인 대회의 개념과는 달리, 양측이 경쟁하며 조금은 전투적으로 기량을 겨루는 것을 의미한다. 배틀은 각 댄서가 DJ가 그 순간 선곡한 음악에 맞춰 정해진 시간동안 춤을 추게 되고, 이를 저지들이 평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즉, 댄서들은 어떤 음악이 나올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자신의 무브를 선보여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배틀 문화는 스트릿댄스의 즉흥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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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JTBC에서 방영중인 <쇼다운>과 유튜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후즈 더 보스>는 배틀 문화가 어떤 것인지 잘 느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쇼다운>은 배틀 문화가 처음으로 시작된 브레이킹 장르의 크루들이 한데 모여 경쟁하고, <후즈 더 보스>는 남성 댄서들이 최종 보스 자리를 두고 배틀을 통해 경쟁하는 과정을 담았다.

 

무엇보다 두 프로그램의 좋은 점은 배틀이 단순히 경쟁에만 초점이 맞춰진 문화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치열하게 자신의 무브를 뽐내기도 하지만, 댄서들은 배틀이 끝나면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열정적인 댄서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소위 언더그라운드 댄스씬에서 벌어지는 배틀 문화가 궁금하다면 꼭 시청해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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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춤출 수 있길


 

나는 댄서라고 말하기엔, 춤을 춘 지 경력이 그다지 오래 되지도 않았으며 모든 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있지도 못하다. 다만 춤 예능을 보며 음악에서 받는 느낌을 토대로 자신만의 방식대로 풀어내는 댄서들에게 크게 매료되었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알아가며 이를 직접 향유하고 싶어 취미로 춤을 추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가 참 반갑다. 해외 댄서들의 안무가 멋지다는 반응을 볼 때마다 국내에도 충분히 멋진 댄서분들이 씬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을 개인적으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년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존재는 한국 댄스씬의 변곡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언더그라운드 문화로써 일부 사람들만 알고 있었던 춤이 프로그램의 방영을 기점으로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또다른 문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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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퇴경아 약먹자> 영상 중 일부.

많은 사람들과 함께 K-팝으로 랜덤플레이댄스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매력적이라는 말을 이전의 글에서도 한 적이 있는데, 춤을 추는 댄서들을 보며 역시 많이 느낀다. 여기에 서로의 실력을 리스펙하고 편견 없이 무브를 바라보는 댄서들의 태도는 보는 사람들 또한 그 문화에 융화되어 감동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같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음악에 가려지는 예술에서, 가수를 받쳐 주는 백댄서가 아니라 ‘춤’이라는 독립된 예술로, 이를 향유하는 댄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자리잡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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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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