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랑스러운 추억을 고이 접어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일주일
글 입력 2022.04.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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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다는 흔적도 무색하게, 교환학생의 생활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학기의 절반이 지나가고 단 일주일만 주어지는 봄방학에는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떠났다. 한국에서는 잘 신지도 않던 워커를 신고, 커다란 가방을 멘 채 비행기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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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샌프란은 듣던 대로 바람이 많이 불던 도시였고, 그 때문에 종종 몇 가지 옷을 더 껴입곤 했다.

 

구불구불한 가파른 언덕도 참 많았는데, 오르면서도 힘들지 않았던 이유는 날이 무덥지 않아서였고, 거리가 예뻐서였던 것 같다. 유럽의 향이 짙은 이 도시에는 여유로움과 분주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게다가 고층 빌딩들 사이로 덜컹거리며 다니는 케이블카가 더 낭만을 더해 길거리를 걷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의 여행은 초기 계획이 있었지만, 점차 발과 눈이 닿는 곳으로 여유롭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상가를 둘러보다 시간이 지나기도 일쑤였는데, 첫날은 배가 고파 맛집이라고 소문난 식당의 얼큰한 훠궈를 먹었고, 이튿날엔 작은 한식당에서 따뜻하게 한 끼를 해결했다. 보글보글 끓인 순두부찌개와 비빔밥의 만남은 타지라 그런지 유독 황홀했다. 아마 깔깔거리며 여행을 다니다가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포만감은 늘 정답일 것이다.


그렇게 곧 발걸음을 서둘러 가다가 다시 와보자던 작은 서점에 들어갔다. 배가 불렀고, 늦은 오후가 되니 은은한 갈색으로 빛나는 서점이 더 예뻐 보였다. 분주히 책 정리를 하던 점원의 굽은 고개가 보였고 우리는 추위에 얼었던 몸도 녹일 겸 책들을 뒤적거렸다. 반가운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 Oh, to Be a Painter! >라는 책도 여기서 처음 발견했다. 이 작가의 예술적 면모에 놀라 잠깐 읽어보기도 하고, 아무튼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구경하다 보니 비가 내리는 것도 까무룩 잊고 있었다.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처럼 서점의 향은 향기로웠고, 빗방울은 토독토독 내려 거세졌다. 이러한 소소한 기억 하나하나가 잊히지 않는 것을 생각해볼 때, 아마 나는 여행에 흠뻑 빠져있었던 모양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지금부터 인상 깊었던 샌프란시스코의 장소를 중심으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먼저 샌프란하면 빠질 수 없는 금문교부터이다.

 

 

금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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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은 안개가 자주 껴서 맑은 날의 금문교를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던 우리는 이후 몇 번을 더 가곤 했다.

 

처음 금문교를 마주했을 때 안개에 의해 거의 반 토막이 난 수준이었지만, 금문교 주변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화로웠다. 하지만 금문교의 다른 면모는 해가 지고 난 다음에 있다. 현지 친구의 도움으로, 밤 금문교를 보기 위해 가파른 길을 차로 올라가 보았다.

 

밤이 될수록 상당히 춥기에 나는 담요를 둘둘 감싸고 가야 했는데, 꽤 웃긴 차림새였으므로, 두껍게 옷을 입고 가길 추천한다. 금문교 근처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도 밤에 방문한다면, 예쁜 별들과 함께 유럽에 온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 &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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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게이트 공원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걷기엔 지칠 정도로 넓고 차를 타기엔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지루하지 않은 속도와 함께 주변 풍경을 볼 여유를 선물한다.

 

공원은 울창한 숲을 품고 있고, 푸른 녹음 사이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 바비큐 파티를 하는 일행들, 벤치에 앉아 멍을 때리는 사람들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중간에 멈추는 경우도 많은데, 그 이유는 이와 같은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다. 찰나로 지나는 빛나는 순간을 붙잡기 위해 얼마나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는지 모르겠다. 참, 자전거는 관련 앱으로 결제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좋겠다.


이번에는 케이블카이다. 도시 내 대중교통이 잘 구축되어 있기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굳이 케이블카에 매달려 서서 가는 이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들의 얼굴에 서려 있는 해맑은 표정이 케이블카의 멋을 더해준다. 이 케이블카와 관련한 일화가 하나 있다. 샌프란에서 마지막 일정을 끝내고 케이블카를 타려고 기다리던 어느 저녁이었다. 기다리던 줄 앞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아이들이 춤을 추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은 케이블카 관리원과 스스럼없이 놀기도 하고, 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도 즐겁게 기다렸고, 그들과 함께 케이블카를 탔는데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이 국가를 함께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류장마다 울리는 수동 벨 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합쳐진 그 시간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음악이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선물처럼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뭉클하기도 했다.

 

 

치오피노, 클램차우더


물론 샌프란의 음식도 빠질 수 없다. 페리 플라자 주변 레스토랑에서 고소한 클램차우더와 싱싱한 굴을 먹어볼 수 있었는데, 현지 음식을 먹어볼 수 있던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치오피노도 꼭 추천한다. 통통한 게살과 홍합, 조개가 들어가 있고, 새콤하지만 깊은 맛이 나는 국물 때문에 어느새 속이 든든해져 있을 것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치즈케이크 팩토리점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한 곳인데, 샌프란이 한눈에 보이는 야경과 함께 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꼭 방문해보셨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룸바드 스트리트, 샌프란시스코 모던아트 뮤지엄, 자연사 박물관 또는 쇼핑할 수 있는 유니온 스퀘어 등 볼 것이 셀 수 없이 많다. 갈 곳도 많지만,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분위기 때문에 여행의 묘미를 푹 느낀 듯싶다.


오래된 서점에서 책을 사고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가는 길, 야경을 보며 케이크를 먹었던 일, 밤의 팰리스에서 신난 나머지 성큼성큼 뛰어서 구경하던 일, 추위에 서로를 보듬어 주며 버스를 기다렸던 일 등등 모든 기억이 즐거웠다.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이토록 사랑스러운 거리를 거니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편지를 뜯어보는 일처럼 설레는 샌프란시스코의 추억을 이렇게 고이고이 글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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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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