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잡념

반죽 덩어리처럼 뒤섞인 잡념들에 대하여
글 입력 2022.03.14 06:3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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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은 늘 신선함과 동시에 벅찰 때가 있다. 몸만 익숙한 것을 추구하는 줄 알았던 나는 마음 또한 그렇더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지도 못했고 겪어보지도 못했던 상황에 던져진 나는 최근 들어 새로운 루트를 밟고 있다. 이 정도면 감사하지,라는 과도한 긍정이 지친 마음을 달래주지 못할 때가 많아졌다. 치유되지 못한 마음을 채찍질해가며, 해가 뜨면 시간에 쫓겨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타는 몸이 무겁기만 하다.

 

무거운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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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랜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야 하는 나는 나름의 관찰 거리를 찾는다. 어떻게든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한 시선이 이곳저곳에 가닿는다.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탄 사람들의 표정은 안타깝게도 피로로 가득하다.

 

그들의 반쯤 감긴 눈을 보며 나 또한 저럴까,라는 생각으로 창에 비친 내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시야가 밝아졌다. 창문 너머로 한강이 눈에 담겼다. 마치 풍경의 일부를 네모난 조각으로 떼어와 창문에 걸어놓은 것 같았다. 나는 얄팍한 풍경의 조각을 보며 본래의 광활함을 상상했다.

 

사람들이 대거 올라타는 구간이 있다.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껴안고 우리는 좁은 지하철 안에서 부대낀다. 눈길조차 닿기 쉽지 않은 타인과 부득이하게 살갗은 맞대면서, 문득 그들의 행선지가 궁금해졌다. 다들 어느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며 하루를 채우는 걸까. 알 수 없는 그들의 하루를 어림짐작했다.

 

피로에 절은 그들을 보며 약간의 소속감을 느끼는 스스로를 얄궂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루트를 함께 밟고 있는 집단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 대열의 틈에 껴서 주어진 할 일 잘 해치워가며 나름의 몫을 챙기고 싶은 마음. 지칠 만도 한데 혼자일 때 보다 함께여서 외롭지 않은 안정감 같은 것들이 치솟았다. 그러면서 소속감에 특수성이 희미해질까 노심초사하면서 말이다.

 

반죽 덩어리처럼 마구 뒤섞인 감정들이 마음 한편에서 뒹굴었다.

 

*

 

'그냥'보다는 '잘'이 좋다.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그냥 지낸다는 덩어리 같은 대답보다는 잘 지낸다며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냥 해낸다기보다는 자긍심을 느끼며 결과를 일구어내고 싶고, 그냥 사람을 만난다기보다는 상대의 가치를 온몸으로 느끼며 순간에 머물고 싶다. 그냥 느끼는 것보다 온전히 느끼고 싶고, 그냥 살아내는 것보다 잘 살아내고 싶다.

 

무엇보다 몸이 앞서더라도 마음마저 쫓아가기에 급급해지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바라며, 여유의 촉감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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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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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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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녀
    • 힘내세요 ^^그래도 오늘은 다시 오지않으니 오늘을 잘 살아보아요 너무 공감하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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