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트인사이트, 그리고 예술 - 제10회 ART insight 수상자 인터뷰

글 입력 2023.12.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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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5일, 추운 날씨에도 아트인사이트 10주년 기념 행사를 맞아 많은 이들이 모였다. 이른 오전부터 이어진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제10회 ART insight’ 시상식이었다. 이번 ‘ART insight’는 10주년을 맞은 아트인사이트의 의미와 함께 문화예술이란 무엇인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참가한 마흔 명의 에디터는 모두 자기만의 시선과 생각이 담긴 글을 써 주었다.


최우수상의 부상이 순금으로 제작된 아트인사이트 실물 Tag였던 만큼 수상자가 누구인지 관심이 뜨거웠는데, 조회수와 에디터 투표, 심사위원 점수를 종합한 결과 윤지원 에디터최우수상을, 김인규, 류나윤, 김민주 에디터 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상이 끝나고 기쁨과 설렘이 흩어지기 전, 수상자들과 함께 약 40분가량의 공개 인터뷰를 진행했다. 행사 내내 사회자로 활약한 신지예 에디터가 인터뷰 진행과 정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어지는 인터뷰 내용 중 개별질문부터는 신지예 에디터가 정리한 부분이다.


신지예 에디터를 비롯해 인터뷰에 참가한 네 명의 수상자, 그리고 청중으로 함께한 모든 에디터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그날의 생생한 기억을 되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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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 네 분 모두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각자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지원: 일단 아트인사이트 관계자분들과 제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모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글에 ‘글과 그림 중에서 나는 나를 선택했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이렇게 쓰긴 했지만, 사실 저는 최근에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체념하고 좌절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런 저를 끝까지 응원해 줘서 제가 현실과 이상 모두를 소중히 여길 수 있게 해주신 분이 계신데, 그분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들께서도 제 글에 쓰여 있는 것처럼 예술에 중독되어서 아름다운 삶을 꽃피우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윤: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함께 글을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아트인사이트에 대해 저만의 개념이나 해석을 제대로 내놓지 못할까 봐 조금 걱정을 했는데, 글을 쓰면서 점점 만의 생각을 정교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민주: 저는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시작할 때 첫 번째 목표가 누군가 한 명이라도 제 글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제 글이 수상했다는 건 공감을 해주신 분이 계시다는 뜻이기도 하니 그만큼 기쁩니다. 이 글은 제 삶의 방식에 관해 쓴 것이기도 하기에, 제 삶을 응원받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규: 먼저 좋은 기회 만들어주신 대표님과 구성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제 글이 사실 인기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뻔하고 정직한 대답을 싫어해서 알아듣지 못할 말을 혼자 신나서 쓰기도 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논리적인 비약도 많은 편이거든요. 그렇게 에둘러서 건넨 말들에 귀 기울여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 숨겨진 간극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아직은 제 이름으로 된 책 하나 없지만, 나중에 좋은 작가가 됐을 때 또는 계속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아 있을 때 저는 이 순간을 글을 포기하지 않게 해준 순간이었다고 기억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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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 네, 소감 잘 들었습니다! 이제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공통질문 2건과 개별질문 2건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공통질문은 소원 님께서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원: 저도 심사위원으로서 네 분이 써주신 글 모두 잘 읽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고 시간이 지나면 제 글이 새롭게 보이곤 해요. 네 분도 글을 쓴 시점으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자신의 글을 읽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지원: 저는 제 글에 ‘예술 중독’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글에서 ‘어쩌면 금단 증상으로 인해서 예술을 끊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 아닐까’라는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여러분도 그러시겠지만 저는 평생 예술을 사랑해 왔고 예술과 한 몸이 되는 경험을 통해 기쁨을 많이 누렸어요.


하지만 예술과 가까이 있으며 늘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거든요. 예술을 통해 내 단점이나 결핍을 발견하게 되면 괴로워진다는 점에서 예술이 악마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악마를 생각하니 자연스레 마약이 생각났죠. 행복하면서도 괴롭고, 중독성 있다는 점이 비슷했거든요. 앞서 언급한 문장에서 예술에 대한 제 생각을 적나라하게 표현된 것 같아 가장 마음에 듭니다.

 

나윤: 저는 ‘예술이란 ‘굳이’라는 물음에 대답하는 과정’이라는 주제 자체가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이든 머리로 납득한 다음에야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예술만큼은 정의 내릴 수 없고 납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주변을 기웃거리기만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이번에 주제를 정하고 글을 써가면서 비로소 예술에 관해서도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하면 되겠다.’, ‘이런 방향으로 나가면 되겠다.’ 같은, 좀 더 구체적인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특정한 문장보다 글의 주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민주: 저는 ‘내 삶의 순간순간을 어떤 모양으로든 붙잡아놓는 행위는 어떻게 해서든 내 길잡이가 된다.’라는 문장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이 문장의 의미를 이 글을 쓰며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한번 방황하기 시작하면 방황이 길어지는 편이라서 생각이 깊어지려 하면 바로 끊어내는 성격이었거든요. 이제는 조금 우울해지는 시기가 와도 예전에 제가 썼던 글을 읽으며 그때를 떠올리면 평정심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반영된 문장이라 가장 마음에 듭니다.


인규: 저는 요즘에 제가 쓰는 문장들이 전부 다 저 스스로를 향해 있는 같아요. 대부분 제가 삶에서 치지 않기 위해서 써나가는 글들인 것 같고요. 이번 글을 쓰면서도 꾸밈없이 나의 불안과 우울들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러면서도 지나온 날들보다 다가올 날들이 더 좋을 거라는, 그런 맹목적인 기대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던 것도 마음에 듭니다.


무엇보다 글에 쓴 것처럼 크리스마스가 정말 오고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이제 좀 있으면 12월이잖아요. 딱히 약속이 있는 게 아닌데도 이렇게 기다려지는 걸 보니 크리스마스는 일종의 상징인 것 같아요. 그날이 온다고 해서 아마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이 앞에 무언가 더 좋은 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많은 결 견딜 수 있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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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두 번째 공통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공통 주제 글쓰기였는데, 각자 고른 주제를 어떤 과정을 거쳐 글로 발전시켰는지 궁금했어요. 글 쓸 때 마음이나 생각, 완성 과정 등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인규: 저는 보통 글을 쓸 때 하나의 문장에서부터 시작해요. 이번에도 그냥 앞뒤 맥락 없이 우리한테도 곧 크리스마스가 올 거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 우리 앞에는 또 다른 날이 기다릴 것이다, 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지라도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사는 삶이 참 좋다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로는 제가 살고 있는 삶의 솔직한 모습을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저는 요즘 굉장히 평화롭거든요. 엄청나게 흥미롭고 대단하거나 바쁜 일상을 사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모습을 기록해 놓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포기하지 않고 오래 해나가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답을 해보고 싶었고요. 대체로 그렇게 솔직한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민주: 저는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지난 3월부터 시작했는데, 올 한 해를 되돌아보니 제가 제 이야기를 하려고 펜을 잡았던 그 순간을 기점으로 전후가 나뉘더라고요. 예전에는 흘려보내던 것들을 글을 쓰면서부터는 유심히 바라보고 거기에 색을 입히게 되었어요. 그게 제 일상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든 것 같아요. 글을 쓸 때도 아트인사이트 활동이 저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강조해서 글을 썼습니다.

 

나윤: 인규 님의 글쓰기 스타일이 저와 비슷한 것 같은데, 저도 항상 평소에 생각이 많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계속하다가 어떤 자극을 받으면 문장이 딱 완성되는 순간이 있어요. 이번에 주어진 5가지 주제 중에서는 ‘문화예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와 ‘자신이 생각하는, 현재 문화 이슈는 무엇인가요?’를 보자마자 ‘굳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거기서부터 글을 쌓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할리우드 작가조합 파업 이야기도 넣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 <거미집> 이야기도 넣었죠.

 

지원: 저는 5가지 주제 중에서 '문화예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와 ‘아트인사이트는 무엇인가요?’를 골랐어요. 제게는 답하기 쉬운 질문이었거든요. 보자마자 어차피 ‘답은 내 삶이다, 나다.’라는 생각을 했죠. 그걸 어떻게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나갈지가 고민이었어요. 마침 그 대답을 떠올렸던 장소가 학교, 그중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삶이란 거시적으로 보면 정적인 모습이잖아요.


가장 동적인 장소에서 가장 정적인 것을 생각하다 보니 제 글도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봤기에 기승전결로 글을 나눴어요. 또 그 기승전결에 내가 살아온 삶을 진솔하게 밝히는 것이 좋은 글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같아서 글 안에서만큼은 솔직해지려 노력했습니다.

 

지예: 네, 지금까지 공통질문 2건에 관한 답변 들어봤습니다. 각자의 뚜렷한 생각과 가치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제 각 수상자분들에게 개별질문 2건씩을 드리려 합니다. 먼저 지원 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예술 중독'에 빠진, 최우수상 수상자 윤지원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기고할 때면,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진정한 '나', 내가 되고 싶었던 '나', 현실에 대한 걱정 없이 좋아하는 것에만 몰입할 수 있는 '나'가 된 것 같아 행복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물었다. "글과 그림 중에 넌 뭘 선택한 거야?" 지금의 나는 답한다. "나는 '나'를 선택한 거야. 꼭 하나로 규정할 필요는 없어."

 


소원: 지원 님의 글에서 나는 ‘나’를 선택했다는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접 창작 활동도 해보고, 아트인사이트에서 문화예술 글도 써보신 지원 님이 생각하는 ‘진정한 나’는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지원: 지금까지 돌이켜보면 한 번도 ‘나’를 부정해본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어제 생각했던 정답이 오늘은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오늘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내일은 정답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라는 정체성’에 뚜렷한 정답을 정하지 않으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끊임없이 ‘나'에 대한 고민과 탐구를 이어온 거 같아요. 그 고민의 대상이 정체성이든, 문화예술이든, 그 무엇이든지요. 수없이 ‘가장 올바른 게 무엇이고’, ‘부끄럽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민해왔어요. 나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는 뚜렷한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탐구하려는 자세가 있었기에 저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예: 「예술 중독」을 읽어보니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원 님이 하고 계신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들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과거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지원: 저는 ‘불확실함’을 생각하면 종종 우울해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이게 최선일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왔어요. 인생을 대하는 태도, 문화예술을 대하는 태도, 꿈을 이루기 위한 태도는 매번 끊임없이 생각한 거 같아요. 결론을 말하자면 과거의 나에게는 ‘그냥 해! 네가 하는 게 맞아!’라고 말하고 싶고요, 미래의 나에게는 “오늘까지 열심히 살았으니, 내일 또 증명해보자”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자꾸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 우수상 수상자 김인규




다들 지나간 기억들에 너무 오래 매여있지 않길. 그리고 다가올 날들이 언제나 더 좋을 거라는 근거 없고 맹목적인 기대에 모르는 척 힘을 실어줄 수도 있기를 바라면서 나는 자꾸만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그런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겠지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이 더 많은 것을 기다릴 수 있게 해줄 거라는 예감에 기대어 영문도 모른 채 산타와 루돌프와 트리를 상상한다.
 


지예: ’자꾸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을 읽다 보면 특유의 에너지에 놀라곤 했습니다. 운동, 베이킹, 글 등 여러 가지 취미를 한꺼번에 하시는데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했어요. 한정된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하시는지도요!

 

인규: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제게도 많은 불안과 우울이 있어요. 제가 하는 많은 일은 매일매일 불안의 겹을 하나씩 걷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불안과 우울은 ‘수용성’이라서,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면 쉽게 씻겨 내려가더라고요.


그리고 장교로 군대에서 근무했던 시간이 많은 것을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제한된 환경이 주는 힘이 분명 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오히려 바쁜 군 생활을 할 때 더 많은 것들을 열심히 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내 정체성과 마음을 여러 곳에 나눠놓는 게 되게 중요하더라고요. 어느 하나가 내 마음 같지 않아도,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다른 정체성들이 저를 지켜주는 기둥이 되었어요. 불안을 떨쳐버리고, 살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 해보고 있습니다.

 

소원: 문학은 언제나 내가 빌려올 수 있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좋았는데, 최근에 본 문학을 한 편 소개해주세요.

 

인규: 올해 가장 많이 봤던 건 김연수 작가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소설집이었어요. 평범하기에 특별할 수 있는 날들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미래의 멸망 같은 건 오지 않고, 오늘 같은 삶이 지속된다는 게 좋았고요. 지금의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면 별거 아닌 일들이 많잖아요. 스무 살이 지난다고 청춘이 다 가는 것도 아니고, 군대에 간다고 해서 혹독하기만 한 날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지금의 나를, 미래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으면 조금 더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기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내 우주는 그렇게 넓어져간다, 우수상 수상자 김민주




돌아올 집이 있고, 실패라는 건 없다. 경험은 어떤 형태로든 남는다. 흉터도 사실 파이는 것이 아니다. 살아온 인생의 모양대로 위로 솟아오른다. 무언가의 결과물을 계속해서 남기는 것은 살아내는 것의 총합과도 같다. 경험의 산물은, 살아내는 것은 예술이다.
 


소원: 최근에 경험했던 ‘네모가 아닌’ 민주 님의 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민주: 저는 지금까지 네모의 길만 걸어왔어요. 퇴근하면 집 가고, 아침이 밝으면 회사를 가는 그런 길이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해보게 된 것도 많아졌어요. 최근에는 전자책을 발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매주 개인적으로 쓰기 시작했고요. 근처에 있는 새로운 도서관을 가서 책을 읽어보기도 했어요. 얼마 전에는 평소에 절대 가지 않았을, 핫한 페스티벌에 가서 1박 2일간 밤을 새면서 놀기도 했어요. 스태프로 갔지만 그 경험을 통해 삶이 더 다채로워진 느낌을 받았어요. 일직선의 길이 아닌, 울퉁불퉁하더라도 색다른 콘텐츠를 쌓아가면서 저만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지예: 글을 읽으며 민주 님께서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며 더욱 다채로움을 꿈꾸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이 있었어요. 아트인사이트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가장 보람찬 순간들은 어떤 때인지 궁금합니다.

 

민주: 위로와 응원을 받을 수 있기에 에세이집이나 개인의 삶을 파고드는 콘텐츠를 좋아해요. 그런데 이제 저도 남들에게 공감을 주고, 위로를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느껴요. 이전에 제가 신혼 일상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너무 공감된다’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참 보람차더라고요. 주위에서도 제 글을 읽고 ‘쉽게 읽힌다. 공감이 간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 보람찬 순간들을 느끼곤 합니다.

 

 

 

‘굳이' 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며, 우수상 수상자 류나윤




예술가들은 항상 ‘왜 굳이?’라는 질문에 직면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항상 이 ‘굳이?’라는 질문을 마주하고, 그것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행동을 보았을 때 자신의 의도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을 설득할 필요는 없다. 최소한 자신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예술 활동’의 시작이자 목표이지 않을까.
 


지예: 나윤 님의 글을 읽으며 AI가 너무 많은 것을 대체하는 세상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는데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 작가만의 독보적인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나윤 님 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나윤: 최근에 챗GPT와 관련한 재밌는 얘기를 들었어요. 챗GPT는 윤리적인 규칙이 있으니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정품 코드 같은 정보를 물어봐도 안 알려줘요. 그런데 이걸 오히려 역으로 이용해서 챗GPT에게 역할극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AI보다 인간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 뉴스보다 더 재밌는 삶이 인간들의 이야기잖아요. 인간들의 삶 자체가 워낙 변수도 많고, 거기에서 미치는 나비효과도 있죠. 언제나 예외적이고 신기한 인간들의 이야기가 있기에, 스토리텔링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능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소원: 나윤 님이 ‘굳이’ 이 일(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쓰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윤: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에 해명의 기회를 주고 싶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받지 못한 영화나 작품들을 보면 “왜 싫어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반대로 기존에 명작이라고 칭송받은 작품이 왜 좋은지 모를 때도 있었어요. 이럴 때마다, 저를 거쳐 간 작품들에게 나름의 해명의 기회를 주고 싶어서 예술에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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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일. 물어보고, 답하는 일. 감탄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일. 몰랐던 서로를 알아가는 일. 형형색색 마음들이 모여 하나 되는 일. 이 많은 일들이 마침내 꽃을 피워냈다. 울긋불긋한 생각과 고민들이 만개했다.

 

수상자 그룹 인터뷰는 아트인사이트의 모토, ‘문화예술은 소통이다’를 다시금 확신하는 계기였다. 문화예술을 떼어놓고는 생을 논할 수 없는 윤지원 님, 충실한 현재를 살면서도 다가오는 미래를 두 팔 벌려 반기는 김인규 님, 울퉁불퉁하더라도 다채로운 길을 나아가고 있는 김민주 님, '굳이'라는 물음에 끊임없이 답을 만들어 내는 류나윤 님까지. 자신만의 ART insight를 빚은 이들의 눈에는, 단단하고도 튼튼한 확신이 어른거렸다.


ART insight ‘공통 주제 글쓰기'에 참여한 모든 분과 수상자에게, 이번 인터뷰가 새로운 꿈을 꾸는 계기가 되었기를. 아트인사이트는 이제 새로운 10년을 향해 첫 발걸음을 다시 내딛는다. 그 길에서 언제나 이들과 함께, 우리의 인사이트가 더 깊어지고 다채로워지길 바라본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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