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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 M발레단이 어린이날을 맞아 특별한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 5월 2일 소월아트홀에서 펼쳐진 ‘민쿠스 발레 Suite’는 자칫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장르를 가족 단위 관객의 눈높이로 풀어내며, 클래식 발레가 더욱 친숙한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19세기 발레 음악의 거장 루드비히 민쿠스의 대표작인 ‘돈키호테’와 ‘라 바야데르’의 주요 장면을 엮은 하이라이트 공연이다. 스페인의 태양처럼 뜨겁고 유쾌한 에너지를 품은 ‘돈키호테’, 그리고 이국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라 바야데르’까지 클래식 발레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연의 ‘친절한 구성’이었다. 막이 오르기 전 단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작품과 관객 매너를 설명했고, 공연 중간에는 관객이 직접 발레 동작과 마임을 따라 해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흔히 발레는 사전 지식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장르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날 공연은 그 거리감을 허무는 것으로 막을 열었다.

 

덕분에 관객은 부담을 내려놓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온전히 발레에 집중할 수 있었다.

 

 

 

웃음과 환호가 끊이지 않는 무대, 돈키호테


 

‘돈키호테’는 공연 초반부의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공연에서는 가난한 이발사 바질리오와 연인 키트리아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바질리오의 친구 무사초는 다소 짓궂은 인물로, 키트리아를 돈 많고 멍청한 귀족 가마쉬와 결혼시키려고 한다. 여기에 돈키호테까지 등장하며, 상황은 더욱 극적으로 흘러간다.

 

‘돈키호테’는 고전 발레 특유의 엄숙함 보다는 코미디에 가까웠다.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장면들과 익살스러운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고, 관객들 역시 어렵지 않게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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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발레의 ‘마임’이 얼마나 직관적인 언어인지를 새삼 체감하게 됐다.

 

대사가 없는 공연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몸짓과 표정에 집중하게 된다. 사랑, 질투, 슬픔, 분노 같은 감정은 손끝과 시선, 움직임의 방향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된다. 또한 바질리오 역의 김세용 무용수는 안정적인 테크닉과 힘 있는 도약으로 무대를 이끌었다. 키트리아 역의 현지연 무용수는 밝고 생동감 있는 에너지로 작품의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었다. 두 무용수의 호흡은 단순히 기술적인 완성도에 그치지 않고, 인물 간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무용수의 고난도 테크닉과 서사가 더해진 무대 덕에 객석 곳곳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선의 아름다움으로 완성된 라 바야데르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한 사원을 배경으로 무희 니키아와 연인 솔로르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편, 솔로르와 공주 감자티의 결혼이 공표되며, 니키아와 솔로르의 사랑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이전 무대와 달리 ‘라 바야데르’는 인물 간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특히 ‘망령들의 왕국’ 장면에서 펼쳐진 백색 발레(Ballet-Blanc)는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하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반복적인 동선으로 무대를 채워가는 장면에서 클래식 발레가 왜 ‘선의 예술’이라 불리는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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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단지 아름다운 동작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예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니키아 역의 최솔지 무용수가 눈에 띄었다. 곧고 길게 뻗는 선, 과장되지 않은 표현력, 그리고 섬세한 감정 전달이 인상적이었다.

 

화려한 테크닉을 앞세우기보다 인물의 감정을 움직임 안에 담아내며 작품의 서정성을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어려운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을 뿐


 

공연장을 나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발레는 어려운 장르가 아니라, 단지 익숙하지 않은 장르였을 뿐이란 사실 말이다.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사람은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이날의 공연은 생애 첫 발레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다.

 

어린 시절의 문화예술 경험은 오래 남는다. 어떤 장면은 정확한 대사보다 감각으로 기억되고, 어떤 음악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형태로 몸 안에 남는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앞으로 발레 공연을 마주할 때,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객석에 앉게 될 것이다.

 

결국 좋은 공연이란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설렘과 기대감을 먼저 건넨다. 그리고 그 감각은 결국 예술을 향한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 M발레단의 ‘민쿠스 발레 Suite’는 바로 그런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갔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무대다.

 

또한 우리는 예술 앞에 덜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객석에서 숨죽인 채 감탄을 삼키기보다 감동하는 순간에 주저하지 말고, 박수를 치고 브라보를 외쳐야 한다.

 

그렇게 무대와 객석이 함께 호흡하는 순간이 비로소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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