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내 우주는 그렇게 넓어져간다

글 입력 2023.09.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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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걸.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네모난 꿈 가사 중)


“울룩불룩 돌멩이들이 튀어나온 길도 싫고, 그 길로 걷다 넘어지는 것도 최대한 피하고 싶어. 도드라진 흉터가 생기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


잔잔하게, 최대한 ‘무탈‘하도록 나의 일상을 감싸 안는 하루가 겹겹이 쌓였다.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가 내쉬는 습관이 생겼다. 네모난 일상에 갇혀버린 게 확실하다.


네모난 테두리를 따라 출근했다가, 다시 네모난 보도블록 위로, 각진 빌딩 사이사이를 걸어 퇴근했다. 퇴근 후 만난 친구들과도 네모난 테이블 위에 팔을 괴고 이야기했다. 직사각형 티브이로 세상을 내다봤다.


내 몸 하나 누일 수 있을 정도의 네모는 결코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 무결한 공간이었다. 고요한 숨소리에 파묻혀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쳐다만 보는 것을 반복했다.


매일 미끄러져 들어오는 이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 안전했지만 느낌표가 없었다. 문장의 시작과 끝, 마침표만 가득했다. 톡 하고 피워내는 꽃봉오리의 감동도, 아침과 밤에 창문을 두드리는 햇살과 별빛의 두근거림도 없었다.


다시 걸어볼까.


삶은, 그러니까 숨을 잔뜩 들이켜 일상을 향유하고 나의 발자취를 남기는 모든 행위는 예술이다. 네모에서 벗어나 별 모양이든, 꼬불꼬불한 나선형이든, 동그라미든,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개개인의 발자취를 감히 누가 예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꿈을 꾸고, 부딪히고, 물감을 흩뿌리고, 다시 일어나고, 나만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은 거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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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순간순간을 어떤 모양으로든 붙잡아놓는 행위는 어떻게 해서든 내 길잡이가 된다. 흘림체의 글로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는 나는 이제야 그 기쁨과 의미를 알게 됐다.


이제는 길을 헤맬 때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안다. 내가 뿌려놨던 조각조각들을 어루만지며 걸어오면 어느새 집이다. 네모 밖 세상으로 나오는 것도 더 이상 두렵지 않은 이유다.


돌아올 집이 있고, 실패라는 건 없다. 경험은 어떤 형태로든 남는다. 흉터도 사실 파이는 것이 아니다. 살아온 인생의 모양대로 위로 솟아오른다. 무언가의 결과물을 계속해서 남기는 것은 살아내는 것의 총합과도 같다. 경험의 산물은, 살아내는 것은 예술이다.


눈을 뜨고 창문을 열었을 때 부서지는 햇살, 가을바람에도 쉽게 감동하고, 자주 웃자. 떠들고, 그리고, 쓰고, 읽자. 삶을 기록하면 오직 나만의 것이 된다. 별도, 사랑도. 내 우주는 그렇게 넓어져간다.

 

 

[김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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