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끄적임, 완결을 위한 시작

글감을 찾으면 글쓰기엔 큰 진전이 생기니까
글 입력 2024.02.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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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잘 못 해서 두려움이 크기에 시도를 하지 못 하는 편이다. 텍스트와 활자는 꽤나 가깝게 여기는 사람이지만, 선과 면은 참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 그러던 어느 날,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의 SNS에서 그림을 잘 못 그려 그리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빈 종이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 남기신 짧은 글을 보았다.

 

 

결국 그림을 그리는 것은 선을 긋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일단 마음이 가는대로 그어보세요. 그리고 애정하는 것들을 그려 나가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그게 별 것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두려워했던 나에게 꽤나 인상깊게 남은 말이었다. 이미 알고는 있지만 쉽게 간과했던 것이랄까. 무언가를 완성하려면 일단 결과물을 생각하지 말고 시작부터 해야 한다. 글을 쓰는 행위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막막하다고 빈 종이만 붙잡고 있으면 그 어떤 것도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만의 글 기고 노하우를 묻는다면, 당연 ‘끄적임’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끄적임이 완결된 글을 담보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그 끄적임이 없었다면, 나는 여태 써 온 많은 글을 완성하지 못 했을 것이다. 혹자가 보기엔 썩 대단한 방법도, 효율적인 방법도 아닐 수 있겠다. 그러나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글이라는 것도 문단의 집합, 문장의 집합, 그렇게 계속 쪼개다 보면 수많은 단어들이 모인 집합체 아니겠는가.

 

물론 일기부터 오피니언, 리뷰까지 다양한 글을 써오며 이 끄적임에도 어느 정도 방법이 생기긴 했다. 처음엔 무작정 빈 종이를 놓고, 펜을 들어 여기저기 쓰고 싶은 단어와 문장 등을 끄적이곤 했으니. 특히 개인적인 글이 아닌 독자가 생기는 글을 쓸 땐 더욱 그러했다. 자연스레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많았던 날들. 지금은 나름의 방법을 갖게 되면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에선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그리하여 이후론 모든 글을 쓰기 전 거치는, 끄적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1. 초석을 위한 마인드맵핑


 

주변에서 글 작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문제는 대개 2가지로 분류되곤 했다. 글감을 잡기 어렵거나,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어렵거나. 이들 중 글을 어떻게 시작할 지 모르겠다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전자인 경우가 많았다.

 

매번 글을 쓰지만 나도 2가지 문제에 똑같이 부딪힌다. 앨범리뷰, 공연리뷰 등 주제가 미리 정해진 글이라면 모르겠지만, 필자가 나서 직접 글감을 정해야 한다면 이를 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느는 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마인드맵핑을 시도한다.

 

mindmap.jpg

 

어렸을 적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해봤을 마인드맵 그리기. 나 또한 그랬는데, 당시엔 한 단어에서 여러 가지를 뻗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우연찮게 시도해보았던 마인드맵핑이 글을 쓰는데 정말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또한 나에게 잘 맞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우선 대략적으로 글을 적고 싶은 주제를 떠올려본다. 그게 한 단어일지라도, 글을 완성하는데 부족해 보일지라도 전혀 상관없다. 나머지는 마인드맵을 통해 뻗어나가는 가지들이 해결해주기 때문. 그 주제를 중심에 두고, 조금이라도 연관되었다 생각하는 단어, 문장들을 계속 적어 나간다. 그러다 보면 때론 전혀 예상치 못 했던 두 대상이 연결되어 하나의 글에 녹아 있기도 한다. 마치 이번 글과 같은데, 이 또한 마인드맵핑을 통해 발견한 ‘그림’, ‘낙서’라는 단어를 가져와 작성되었다.

 

이 방법을 통해 글감을 잡는 것뿐만 아니라, 개요를 작성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여러 가지 속 단어를 보며, 어떤 내용을 글에 담고 싶은지 추릴 수 있기 때문. 이를 배치하는 것은 그 다음 몫이지만, 적어도 글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모든 초석을 마인드맵핑으로 다질 수 있다.

 

 

 

2. 질문 던지기


 

다음으로 끄적일 때 항상 질문을 던지는 것 또한 나름의 방법이다. 뭘 적어야 하는지조차 막막할 땐 반대로 나에게 질문을 통해 물어보는 방법이 효과가 좋았다.

 

특히 이 방법은 처음에 마인드맵핑을 한 번 거치고, 이후 개요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주로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

- 누가 읽을 것인가, 혹은 누구를 위한 글인가?

- 글의 목적이 무엇인가?

 


간단하게 요약하면 What, Who, Why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글 쓰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글을 쓴다면 적어도 방향성을 잃은 글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굉장히 기본에 충실한 말인데, 꽤나 맞는 말이라 여긴다. 예나 지금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일관된 흐름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더욱 공감되는 말이 아닐지.

 

 

 

3. 틈나는 대로 메모해두기


 

방법론적인 것은 아니지만, 평소 글을 쓰고 싶은 주제가 생각난다면 틈나는 대로, 생각난 즉시 적어 두는 편이다. 실제로 그래서 작은 노트와 펜을 항상 가지고 다니기도 하고, 핸드폰 어플 중에서도 메모 어플을 자주 켠다.

 

 

note.jpg

 

 

생각나는 것들을 그때그때 메모해두는 것이 중요한 건 억지로 주제를 떠올리려 할 때보다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생각들이 글로 쓰기 좋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전시, 공연 등을 보고 난 후 감상을 써야 하는 때라면 관람 후 최대한 빠르게 생각을 메모해두는 것이 좋다. 기억에 의존한 감상은 몇 시간만 지나도 바로 휘발되더라. 때문에 바로바로 옮겨 두어 생각을 텍스트화 하는 것이 글로 작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


이렇게 글을 작성하는 데 있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이른바 작성 준비 단계에서 행하는 끄적이기에 대해 상술해 보았다. 사실 글쓰기를 준비하는 단계 이외에도 본격적으로 글을 작성하는 순간이나, 퇴고하는 시간까지 글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글 쓰는 중간중간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계속 읽기도 하고, 좋은 단어는 더 없을까 사전을 뒤적거리기도 하는 등 각 단계마다 내가 반드시 하는 여러 일을 거치다 보면 훌쩍 시간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글을 작성하는 단계에서 주로 하는 끄적임을 주제로 잡은 것은, 그만큼 글감을 설정하고 내용을 조직하는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쓸 지 정해진다면 문장을 쓰고, 수정하는 것은 한결 편해지므로. 마치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기고 노하우를 적어보았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다. 맞다 혹은 틀리다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도 하고, 계속 쓰다 보니 드는 생각은 이젠 자기 만족을 위해 노력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하우라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일 테다.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쓴다면, 훗날 다시 이러한 주제를 마주했을 때 더욱 말할 내용이 많아지지 않을까. 그러니 앞으로도 무엇이든 끄적이는 행위를 놓지 않길, 글쓰기를 놓지 않길 바란다.

 

 

 

컬쳐리스트_정하림.jpg

 

 

[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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