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록이 아닌 동시대 음악의 한 섹터. [음악]

베이시스트 황호규의 앨범 [Stiger Live!]
글 입력 2022.03.0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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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규 - Stiger Live! (Blue Room Music, 2021)

 

기록이 아닌 동시대 음악의 한 섹터


좋은 연주자는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시대에 응답하기도 한다. 베이스 연주자 황호규는 이번 앨범의 첫 곡 ‘Dear Audience’로 각자의 자리에 있을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파동을 전달한다. 이어지는 과거의 공연 실황과 같은 장소에서 누구도 없이 홀로, 오직 콘트라베이스 한 대로. 그는 만나기 어려운 많은 관객들을 떠올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리된 지금을 자신의 경험 위에서 음악으로 해설한 후, 5년 전 관객 앞에 서있던 때로 돌아간다. 서문을 지나 본문으로 들어온 우리는 이제 관객과 함께 있다. 10분이 넘어가는 치열하고 치밀한 연주들은 함께하는 연주자들의 자작곡 한 곡씩과 델로니어스 몽크의 스탠더드 곡이자 황호규를 대표할 만한 곡인 ‘Straight, No Chaser’, 이 곡과 함께 첫 리더작에 포함됐던 그의 자작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몽크 인스티튜트에서 함께한 색소폰 연주자 가드윈 루이의 자작곡 ‘Siwel’은 밝고 통통 튀는 리듬이 곡의 진행에 따라 템포와 함께 여러 번 변하면서 스튜디오 녹음이 아닌 공연 현장에서 느껴지는 연주자들 사이의 호흡을 엿볼 수 있다. 이어지는 빅터 굴드의 ‘Clockwork’는 그의 음악 스타일을 십분 반영했는데, 본지 1월 호에서 인터뷰한 황호규의 얘기에 따르면 이전 트랙과 이 곡 모두 그가 두 아티스트와 몽크 인스티튜드에서 함께 있을 때부터 연주했던 곡이라고 한다.

 

인트로에서 피아노의 인상적인 강약 조절과 서정적인 멜로디는 점점 템포가 빨라지면서 드럼, 베이스와 만나고 주선율로 진입하는 색소폰이 합세하여 레이어를 형성한다. 고음역대에서 진행되는 가드윈 루이의 색소폰은 빈틈없이 밀도가 높은 연주임에도 곡의 흐름에 말려들지 않고 촘촘하게 곡을 엮어낸다. ‘Vision Ahead’는 드럼 연주자 조너선 바버의 곡인데, 황호규의 빠르고 정확한 그루브가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드러밍과 나란히 가면서 곡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후반부에 이들은 피아노의 반복되는 멜로디 연주와 다층적인 소리를 만들다가 일시의 순간에 서로 소리의 위치를 역전시킨다. 여기서는 오히려 색소폰이 리듬 섹션 역할을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첫 앨범의 자작곡을 연주한 트랙의 경우 자연스럽게 둘을 비교하면서 듣게 되는데, 기타가 빠진 자리의 공간감은 멤버들의 자작곡을 연주할 때와 다르게 훨씬 풍부하게 다가오고 연주의 결도 정제됐다.

 

세월호 참사라는 동시대의 비극을 마음에 담고 만든 ‘Beautiful Mind’와 ‘Beyond’는 참담한 사고를 이토록 음악적인 방식으로 현시한다. ‘Beautiful Mind’의 경우 첫 앨범과 이번 앨범의 진행이 대동소이한데, 전자의 경우 기타를 포함한 쿼텟의 소리가 집단적으로 포진해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곡 중반부 이후에 색소폰이 합류한다.

 

‘Beyond’는 사고에 대한 도식적 접근을 흩뜨리면서 그들이 이해하는 방식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충실하다. 5년의 시차를 두고 찾아온 실황이지만 아직 이 음악들의 이야기는 기록이 아닌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는 의미심장한 섹터로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식으로든 보관되고 들춰 보일 이야기들임이 분명하다.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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