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전시 되돌아보기] DNA: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

글 입력 2022.02.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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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막을 내린 [DNA: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은 한국의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을 한자리에서 비교 · 감상하며 동시대에 살아 숨쉬는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총체적으로 조감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였다. 전시는 한국의 미에 대해 선구적으로 언급하였던 고유석, 최순우, 김용준 등의 한국미론에 기반하여 한국의 문화재를 특징짓는 10개의 테마를 선정한 뒤 그것이 한국의 근현대 미술에 미친 영향과 의미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국 미술의 역사에서 전통은 언제나 중요한 화두였다. 전시를 기획한 학예연구사 배원정은 “식민지와 제국주의, 근대화,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압축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에서 ‘전통’을 찾는 것은 당시의 한국 미술이 당면했던 가장 커다란 숙제이자 불가피한 명제였으나, 그 과정에 있어 다소 조급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하는 한편, “이 전시는 그와 같은 강박과 컴플렉스로부터 벗어나, 한국미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우리가 계승 · 발전시켜나갈 전통은 무엇인지, 나아가 현재 한국에서 추구되는 미는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하며 본 전시의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

 

지금까지 한국의 미는 에카르트나 고유섭이 주장했던 ‘소박미’와 김환기, 최순우가 언급했던 ‘자연미’가 한국미를 설명하는 두 가지 큰 축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본 전시는 한국 미술이 이처럼 소박하고 자연스럽기만 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19세기까지의 한국 미술과 20세기 미술의 관계를 ‘성聖’, ‘아雅’, ‘속俗’, ‘화和’의 네 가지 핵심적인 키워드로 재정립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일제강점기의 시대 상황과 맞물려 많은 부분 왜곡된 채로 진행되었던 한국미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국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시도로 여겨진다. 더불어 그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문화재를 동시대에 향유할 수 있는 미술의 범위에 포함함으로써 “사각지대 없는 한국미술의 온전한 유희”를 도모하고, 문화재를 새로운 미술 창작의 원천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현대미술이 전통미술의 내용과 형식에 뿌리를 두고 그 정체성을 공고히 하며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의를 지닌다.

 

관람객에게 일반적으로 유물로 인지되는 문화재를 미술품과 함께 배치한 구성은 기존의 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구성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와 같은 전시구성은 문화재와 미술품이 적극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열어주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두 분야를 나누는 인위적인 구분법을 넘어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로 읽혔다. 다만 문화재와 그림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이를 전시 공간에 함께 배치함으로써 그 연결관계를 보여주는 전시 디스플레이 방식은 때로 지나치게 단순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예컨데 도상봉의 <라일락>과 해당 작품 안에 등장하는 <백자대호>를 한 공간에 배치하는 구성 방식은 흡사 퍼즐 맞추기와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문화재를 동시대 미술의 범위에 포함함으로써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정립하고자 하는 기획 의도는 유의미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전시 공간 안에서는 그와 같은 포부가 직접적으로 전달되기보다는 전통 문화재와 미술품 사이의 연결지점을 일차원적으로 제시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는 인상이 들어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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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DNA: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은 동시대 전통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의 요구를 칼럼과 논고라는 학문적 영역에서의 논의와 더불어 전시라는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였다. 관람객의 입장에서 이 전시는 실제 작품을 마주하는 생생한 경험을 통해 동시대 한국 미술의 첨예한 이슈를 보다 내 삶과 맞닿은 것으로 인식할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다.

 

좋은 전시는 막을 내려도 사라지지 않는다. 전시는 끝났지만, 앞으로 우리는 이 전시가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전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지, 나아가 우리가 현재 발딛고 서있는 전통은 무엇인지, 앞으로 계승시켜나갈 전통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재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지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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