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가 몰랐던 한국을 빛낸 12가지 비밀들 - 힌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글 입력 2022.01.2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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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뱀파이어, 좀비 등 우리는 외국, 특히 서구의 영험한 존재들에 대해서는 많은 상상들을 해왔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설화에 나오는 도깨비나 귀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도깨비는 드라마 제목으로 더 유명하고, 사신(현무, 주작, 청룡, 백호)의 이름을 댈 수 있다면 많이 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고유의 설화와 기담은 충분한 문화컨텐츠로서의 서사와 매력을 가졌음에도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그런 우리를 위해, 가엾게 잊힐 뻔한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건져 올린 전시가 있다. 지난 12월 10일부터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진행하는 전시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입으로만 전해진 영물에 대한 환상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전시 속에서는 우리의 전통 설화와 민담을 바탕으로 그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 괴물, 상상 속 동식물의 이야기를 재해석하여 공감각적 미디어 언어로 구현했다.

 

총 12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화려한 그래픽과 AR 기술을 활용해 시각적 집중도를 높였다. 각 파트를 지날 때마다 펼쳐지는 다양한 컨셉은 12개라는 꽤 많은 테마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다. 또한, 관람객들의 참여를 이끄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는 관람객이 단순히 전시를 시각물로서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예술의 한 부분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몰입도를 높였다.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신비한 신들을 직접 찾아보게 하거나 부분 부분 놓인 포토존은 전시 이후에도 평생 남겨질 물질적 만족도까지 챙길 수 있어 매력을 한층 더한다. 12개의 파트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있으나 내게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파트만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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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시장의 입구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전시의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하는 첫 번째 테마관 <신도울루가 지키는 상상의 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청의 향연과 귀여운 일러스트, 문을 형상화한 거대한 조형물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화려한 패턴은 은연중에 갖고 있던 전통에 대한 지루함과 무게감의 편견을 단숨에 깨트린다.


 

이 문을 지나 전시공간으로 들어가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기묘한

상상 속 세계가 펼쳐지게 됩니다.



전시 설명문처럼 거대한 상상의 문을 지나는 순간, 우리의 상상은 파괴되고 더욱 찬란한 상상이 재현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테마관부터 세 번째 테마관까지의 연결이 굉장히 좋다고 여겨졌다. 어디에 시선을 둬도 화려한 일러스트들이 어우러진 입구로 들어가 바로 보이는 붉은 레이저의 향연을 지나면 갑작스럽게 백색의 정적이 찾아온다.

 

 

03_시공간의 초월.jpg

 

 

세 번째 테마관 <시공간의 초월>은 에밀레종의 고요하지만 강렬한 소리가 반복되는 와중에 온통 흰색과 거울뿐인 공간이다. 첫 번째, 두 번째 테마관이 앞으로의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이라면, 이곳은 마치 ‘앞으로 이런 멋진 것들이 잔뜩 나올 테니 정신 차려!’라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해주는 느낌이다.


거울은 세 번째 테마에서 가장 중요한 메인 오브제로 활용되었으나 다른 테마에서도 많이 활용되었다. 바로 이전 두 번째 테마관을 비롯해 다섯 번째, 일곱 번째 테마관은 거의 모든 벽면이 거울로 이루어졌고, 열 번째 테마관에서도 거울이 등장했다. 이는 인스타와 각종 SNS에 업로드하는 사진들이 전시 홍보로 이용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추측된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나와 백색만이 반복되는 희뿌연 무한한 공간 속에서 오로지 들려오는 과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댕-하고 몸속까지 울린 후 한참 동안 느껴지는 여운의 떨림이 온갖 화려함을 집약한 이 전시의 무게감을 잡아주고, 앞선 산만함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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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들어서기 전, 티켓을 배부하는 안내 데스크에서는 입장 전 나의 생년월일을 물어보더니 바코드를 붙여주었다. 이는 여섯 번째 테마관 <기원을 지나 별을 만나다>와 이후 나오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위한 것이었다.

 

이 전시관에서는 나의 별자리에 대해 묻고, 별자리를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우리는 이미 우리의 별자리를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전시관에서 알려준 나의 별자리는 생전 처음 듣는 것이었다.


정체는 바로 서양이 만든 것이 아닌 우리의 전통 별자리였다. 이전까지 동양의, 특히 우리나라만이 가진 고유의 별자리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거대한 스크린 앞에 놓인 기계에 나의 바코드를 찍는 순간, 봉인되었던 마법이 풀리며 마법진이 그려지듯 나의 별자리가 뿅 하고 나타났다.


전시에서 처음 만나는 인터랙티브 아트인만큼 임팩트가 가장 컸는데, 다른 것들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인 별자리를 활용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전통 별자리를 소개한 방식이 참신했고, 우리의 것을 뒤로하고 다른 나라의 별자리만 지금껏 널리 알려졌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11_우리는 가택신과 함께 살고 있다.jpg

 

 

우리나라는 전통문화를 국가 마케팅 요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편이다 보니, ‘전통’이라는 키워드는 꽤나 지루한 옛날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 전시는 그러한 틀을 완전히 깨부수고 현대에 전통을 잘 녹여내면서도, 우리나라만이 가진 고유의 결을 잃지 않았다.


맥시멈으로 가득 찬 전시는 정조와 단아함으로 무장한 전통의 관습을 완전히 부쉈고, 빨, 노, 파를 필두로 한 원색 위주의 고유색에 형광과 네온사인이 더해져 현대의 사이버펑크로 재탄생했다. 이러한 지점들은 현대적 시각물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 전통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몰랐던 전통의 매력을 체감하게 했다.


전시를 통해 우리 전통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냈으니 앞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많은 컨텐츠들이 생산되어 전통문화가 우리나라의 새롭고 강력한 문화 컨텐츠로서 빛을 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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