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무료로 음악을 듣는 여러 가지 방법 [음악]

모종의 이유로 음원 사이트의 이용이 꺼려진다면,
글 입력 2021.12.2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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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음악 사랑은 고등학생 때부터였다. 남는 시간 동안 글을 쓰며, 디깅을 하는 습관은 이때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때도 나는 남들보다 유별나게 법을 준수했다. 당시 나는 음원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불법 다운로드는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믹스테이프나 팟캐스트, 혹은 무료 스트리밍 앱을 사랑하게 된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1. 믹스테이프와 팟캐스트


 

이제는 전국에 광랜이 깔려서, 와이파이 존을 표기하는 것보다 노 와이파이 존을 표기하는 것이 편한 시대가 도래했지만, 그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고 느꼈다) 따라서 둘을 나누어 살펴보자면, 와이파이 존이 아닌 곳에서는 미리 다운로드를 해두었던 믹스테이프나 팟캐스트를 들었다.

 

 

◆ 믹스테이프

 

테이크원, 'takeone for the team'

   

 

내가 중학교를 졸업한 해에는 굵직한 디스전이 일어났었다. 그 유명한 컨트롤 디스전이다. 스윙스가 촉발한 그것은 현재까지도 국힙에서 가장 크고, 퀄리티가 높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던 디스전으로 언급되며, 이를 통해 밝혀진 사회 문제가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며, 힙합의 대중화가 일어났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 중에는 아직 중2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도 있었다. 당시에도 나는 시를 쓰고 있었는데, 펀치 라인들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특히 몇 년 동안은 그것에 푸욱 빠져 살았다. 직접 녹음해본 적도 있냐고 묻고 싶다면, 나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생각하여 삼가길 바란다.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믹스테이프란 CD나 음원 사이트가 아닌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공개되는 노래나 앨범을 말한다. 이때, 힙합 문화에 있어서 믹스테이프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도 자연스럽게 그것에 관심을 두고 그 문화를 즐기게 된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계정에 믹스테이프를 다운받을 수 있는 링크를 올리면 MP3에 그것을 담아뒀다가 듣는 식이었다. 섹시 스트리트의 [We Yello]도 참 많이 들었다.

 

 

◆ 팟캐스트

 

한편으로는 팟캐스트를 들었다. 초창기의 팟캐스트는 라디오 진행자가 라디오 방송을 녹음하여, MP3 파일을 플랫폼에 올리면, 그것을 내려받아 듣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현재에는 보통 팟빵이나 팟캐스트(앱) 같은 플랫폼을 많이 이용한다.

 

참고로 나는 팟빵을 이용했다.

 

이때, 알게 된 곡으로는 쇼스타코비치의 왈츠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영화 음악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있었던 것 같다.

 

 

▲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는 영화나 광고 음악으로도 자주 쓰인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무래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이다. 주인공 둘은 노을 진 해변에서 함께 춤을 춘다. 춤곡을 연주해대는 악기들은 필요 없다. 오로지 여자 주인공의 콧노래에 의지하여 발을 맞춘다.

 

여담으로 <번지점프를 하다>는 내가 억지로 눈물을 뺄 때 자주 보는 영화다. 이때, 이 장면은 아주 효과가 좋다. 너무나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답지만, 비극적 결말 앞에서 모두 해체되기 때문이다. 내가 한구석이 늘 어두운 까닭은 이렇게 사라질 것을 사랑해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2. 앱, <비트>


 

기숙사나 집과 같은 와이파이 존에서는 앱을 통해서 라디오를 들었다. 많은 것 중 나는 ‘한국형 스포티파이’를 주창하며 호기롭게 등장한 앱 ‘비트’를 사용했다. 비트는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했는데, 이를 이용하면 손쉽게 디깅을 할 수 있었다.

 

스웨덴 세탁소의 ‘답답한 새벽’ 또한 그 플레이리스트에서 찾았다.

 

 

▲ 스웨덴 세탁소, '답답한 새벽'

 

 

2014년 겨울, 나는 잠시 기숙사에 살게 되었다. 이 시기 나는 매일매일 울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이 많이 휘발됐지만, 아무래도 학업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다. 잠자리가 바뀐 것도 한 건 했다. 공부는 해야겠고, 잠은 못 자겠고, 점심시간에는 미뤄뒀던 잠을 자야 하니 밥을 거르고…. 며칠 새에 살이 빠졌다.

 

수학 선생님께서는 기숙사 근처에 가면 늘 누군가가 엄마를 찾으며 운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스웨덴 세탁소의 <답답한 새벽>의 도입부는 참 슬프다. 그것은 이렇게 시작한다. “답답한 새벽, 잠은 안 오고, 불안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캄캄한 시간, 기댈 곳도 없는, 외롭고 아픈 날들”

 

이 곡은 플레이리스트의 중간 정도에 있어서, 그것의 첫 곡부터 듣다 보면 한참이 지나야 나왔다. 그래서 내 목표는 늘 “답답한 새벽’ 듣기 전에 잠들기”였다. 그러다 보니, 곡들이 끝날 때마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오늘도 잠을 몇 시간 자지 못할 것이고, 내일 또한 오늘과 어제처럼 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답답한 새벽’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 불안함이 증폭되다가, 첫 번째 후렴구가 시작되기 전에 나오는 한숨 소리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나중에 이것은 습관이 되어, ‘답답한 새벽’을 들을 때마다 울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듣지 못했다.

 

이러한 아련한 추억이 담긴 앱 ‘비트’는 한때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며, 음악 관련 앱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2016년 그것의 제작사인 미투데이가 몰락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첫 시작이 2014년이었음을 떠올리면, 짧고 강한 전성기를 누린 셈이다.

 


 

3. 사운드 클라우드



이쯤 되면, 다음 루트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바로 사운드 클라우드다.

 

사운드 클라우드는 지난 “한국 힙합의 새로운 대안, Moldy"에서 잠깐 다룬 적이 있다. 사운드 클라우드에서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온갖 비주류 음악들을 발굴하기 좋다.

 

그리고 그곳에서 특색있는 프로젝트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Me.in.zoo.park"이다. 이는 컴필레이션 프로젝트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Keiiti Aki'가 한국의 개성 있는 프로듀서들을 소개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웹진 온음이다. 온음에는 Me.in.zoo.park의 두 번째 프로젝트인 ”Leg-Quency"에 참여한 프로듀서들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것에서 Keiiti Aki는 '신기한 음악’이란 말을 쓰는데, 어떤 음악이길래 ‘신기하다’라는 단어로 표현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들었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음악을 구성하는 적지 않은 요소들을 틀에서 해방한다. 그것이 기존의 것을 해체를 위함인지, 자신의 것을 보다 분명하게 나타내기 위함인지 혹은 둘 다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정확한 것은 다들 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좋았던 곡들은 다음과 같다.

 

1. Keiiti Aki - Commuters

2. UN SHAPE - Nerve

3. iamnotsorry - 그들이 걸을 때 우리는 (Rat's eye View)

  

 

 

4. 글을 마치며,


   

이제는 유튜브 뮤직과 애플 뮤직을 동시에 구독하는 철없는 성인이 되었다. 현재의 나에게 앞서 설명한 것들은 주류에서 찾을 수 없는 것들의 대안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히 음악을 듣는 것에 쓰는 돈이 부담스럽거나, 그것을 둘러싼 여러 기술적 장벽들이 힘든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 부모님이 그랬다.

 

어머니는 산책하며 음악을 듣는 것을 사랑하였으나, 쉽지 않았다. 유튜브로 찾아서 듣기도 하고, 네이버에 검색하는 시도도 했지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어머니께 팟빵을 알려드린 게 몇 달 전인데 여전히 잘 이용하고 계신 걸 보고, 이에 대해 적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어려서 결제할 때 번거로운 친구들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미숙하여 결제가 걱정되는 어른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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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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