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는 과학기술 - 도서 '겸손한 목격자들'

글 입력 2021.12.0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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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소개글을 읽으면서 당혹감을 느끼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짧다면 짧은 나의 연구 경험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역시 초보 연구자가 느낀 소탈한 감상문에 불과하니, 이것을 감상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


나는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하는 사회과학 분야, 개중에서도 학습자, 매체, 교육자라는 다양한 구성요소 간 복잡한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교육심리학을 전공하였다. 특히 내가 공부했던 랩에서는 학습 과정의 정의적 요인의 측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선배를 포함해 나 역시도 대학원 생활 내내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떤 객관적인 기호`로 측정하려 노력했다.


얼핏 보면 우리 분야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연구 시행을 해본 입장에서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것이 정말로 온전히 객관적이었다고는 대답할 수 없다. 교육학에선 종종 학업성취도와 같은 측정 가능한 변인을 종속변인으로 삼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들은 복잡한 요인들의 총체가 만들어낸 어떤 결과치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교육은 복잡한 상호작용이기에, 제아무리 완벽한 실험환경을 구성하고 꼼꼼하게 연구를 설계하더라도 그 결과치가 연구 대상의 무언가를 정확하게 측정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물론 많은 연구는 여러 대상을 대상으로 처치한 후 연구 결과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개별 연구 대상의 `학습`을 다루는 교육 연구의 특성상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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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내가 전공한 랩에서는 `단일 대상 연구`라는 특수한 연구 방법을 사용했었다. `단일 대상 연구`는 사전-사후 검사라는 적은 측정 회기, 개별 아동의 중재 반응 과정을 관찰하고 측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제시된 효과 측정 연구 방법이었다. 많은 단일대상 연구가들이 매회기 연구 대상의 반응을 자세히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중재 과정에서 관찰되는 행동을 모두 기록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단일대상 연구자들은 개별 아동의 반응 속도와 효과성을 측정한다. 사전 사후 검사의 향상도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데이터인 것이다.


하지만 단일대상 연구는 대규모 집단이 아니라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 방법의 특성으로 인해 여러 차례 도전을 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그래프에 나타난 경향과 수준 등을 분석하는 `시각적 분석`은 연구자의 직관에 기댄 분석 방법이라는 오해가 제기되기도 했다. 좌우간 `몇몇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 방법`이라는 특성을 보인 단일대상 연구는 일반 아동보다는 개별 아동의 특수성이 강조되는 특수아동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주류 분석 방법`이 아니라는 점이 가끔 연구자로서 발목을 잡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었다. 연구 방법으로 졸업 논문 연구를 진행한 뒤, 졸업 논문 심사 연구기관 면접을 보러 다녔다. 모든 면접에서 단일대상 연구 방법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다. 사회과학 영역에서 여전히 통계와 같은 양적연구가 주류에 선 바, 소수의 연구 대상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단일대상 연구 방법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양적연구의 효과와 의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그러한 질문을 했던 사람들이 단일대상 연구 방법의 효과성을 부정했다고 서술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양적연구가 주류 방법론이라 해서 단일대상 연구의 방법론이 만들어낸 독특한 연구 데이터를 부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수한 연구 방법이 주류가 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이겠느냐는 의견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연구 방법이건 연구자로서 지켜야 할 윤리적 의무를 지킬 수 있다면 마땅히 환영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이 책 `겸손한 목격자들`을 읽는 경험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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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겸손한 목격자들`은 크게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있다. 독자리뷰를 제외하고 프롤로그와 인터뷰가 처음과 끝에 배치되어 있고, 그 중간에 과학 기술자 본인이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는 네 개의 글이 배치되어 있다. `과학기술학`이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익숙한 것을 고려한 것인지 책은 과학기술학의 정의와 2세대 과학 기술학자의 정의, 과학기술학의 연구 방법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이 장에서 책은 구체적으로 과학 기술학이 일반적인 `과학기술` 연구처럼 실험관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임을 밝힌다. 과학 기술학 연구의 뿌리는 과학지식의 객관성, 가치 중립성, 보편성에 도전장을 내민 사회구성주의적 전환을 기반으로 하며, 책의 저자들은 2세대 과학기술학 연구자로서 도나 해러웨이의 연구 방법을 택하였음을 밝힌다.


도나 해러웨이는 `겸손한 목격자`라는 책을 통해 실험실에서 과학자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고 하지만, 사실 실제 과학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여러 사물과 노동과 자본이 개입된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는 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겸손한 존재`가 되지만, 사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남성, 백인, 서구인에게 허락되는 것이다.


이에 연구자들은 현장에 참여하는 해러웨이식 겸손함을 택하여 그 자신을 현장에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전략을 취한다. 마치 제인구달과 침팬지와의 관계에서 그 자신을 지우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과학기술이 나아가야 할 앞과 뒤에 있는 대신 그 옆에서 그 현상을 자세히 관찰함으로써 과학기술과 그 관계를 살핀다.


책에서 소개된 소재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과학`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성한아는 철새 조사과정을, 김연화는 경락을, 장하원은 자폐증을 공부하는 엄마를, 임소연은 성형외과를 연구주제로 하고 있다. 이들의 주제는 과학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이들이 다루는 주제들은 과학기술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특이하게도 내용 기술에 있어서 이 책의 저자들은 일반적인 `과학 교양서`에 기대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본 책이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양 도서로써, 어떤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많은 독자가 앞서 기술한 `겸손함`, 해러웨이의 겸손함이 아닌 과학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겸손함을 요구한다. 즉, 과학적 지식의 전달을 위해 그 자신을 지우는 것이 요구된다.


하지만 책의 저자들은 자신의 배경, 감정, 연구 과정에서 느낀 바를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그들을 해러웨이식 `겸손함`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겸손함에 관한 내용이 저자 인터뷰에서 한 번 더 반복되는데, 저자들은 그들 스스로가 겸손한 태도로 임했기보다는, 그 관련인들을 직접 만나면서 겸손해졌다고 기술한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스스로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현실에서 드러난 과학기술의 현 모습을 객관적으로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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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해당 책의 감상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개중 가장 인상 깊었던 두 연구를 가볍게 소개하고 감상을 공유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먼저 성한아는 야외 조류 탐사 과정에서 시행되는 조사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성한아는 실험실이 아닌 새, 조사자, 관찰자, 환경 간 이루어지는 과학적 조사과정을 좇는다. 실험실 연구와 달리 조류의 수를 측정하는 과정은 전문가의 능숙함을 통해 주도된다.

 

어떤 기계가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에 의해 조사가 진행된다는 점은 굉장히 새로웠다. 일견 그들의 측정 과정은 과학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철새와 같은 생물은 고정된 곳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각 생물의 습생을 이해한 전문가의 측정이 더 신뢰할만하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아주 흥미로웠다. 기계학습과 빅데이터에 대한 기대가 팽창되는 시기 인간의 전문성을 드러낸 논문이 21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 그랬다.


이러한 자리를 과연 기계가 완벽히 대체할 수 있을까? 기계도 현재 조사를 진행하는 전문가처럼 어느 장소 어떤 순간 새가 단체로 움직이고 각 새의 종류를 빠르게 캐치할 수 있을까? 각 이미지를 캐치하고 그 수를 세는 것은 기계가 가능할지 몰라도, 그 현장을 찾아 분석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했다.


두 번째 섹션은 물리학 베이스를 가진 연구자 김연화의 글로 경락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의 관찰을 주제로 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영감을 받은 주제였다. 주요 주제로 서는 것은 `프리모관`의 존재였다. 북한의 사라진 연구자 김봉한의 연구 성과인 프리모관은 그 연구 과정이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그가 선전에 사용된 북한의 지식인이었다는 점, 한의학에 베이스를 두었다는 점에서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김연화가 추적한 한의학의 실험 과정은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그는 실제로 실제로 한의학 연구실에서 발견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이 연계된바, 사실 나 역시 읽으면서 한의학적 실험 과정은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과학에 관해서는 문외한인 내가 그렇게 생각하였다면, 아마 실제 연구 현장에서는 더 많은 오해가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하나의 연구 방법은 하나의 가능성만을 보여준다. 김연화의 추적과정에서 드러난 경락 연구의 가능성은 기존 연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한의학 연구에 대한 애매한 시선을 극복하지 못하고 어느 시점에 끊겼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난 가능성은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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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버 보겸과 여성학자 윤지선 간 진행된 재판으로 인해 `옳은 철학 연구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심지어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인문학 연구에 대한 경시가 커지고만 있다.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지만, 내가 할 말은 대부분 여성주의의 관점에 따른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두 사람 간 진행되는 재판에 대해서는 딱히 더 덧붙일 말이 없다.


하지만 보겸이라는 실제 인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과 상관없이 윤지선이라는 학자가 선택한 연구 방법에 대해서 가해지는 작금의 비판에 관해서는 무척 회의적이다. 그가 선택한 연구 방법은 그의 연구목적에 맞추어 선택되고 인정된 것이고, 학계나 대중에 의해 지워져야 할 것이 아니다.


책 `겸손한 목격자들`은 위의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낯설어 보이는 연구주제, 연구 방법이 보여줄 수 있는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의 실험실 연구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만이 지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그 자신을 드러내고, 과학기술이 활용되는 곳을 추적하여 인간과 비물질 간 상호작용을 성공적으로 추적했다. 실험실 연구의 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익숙하지 않은 연구 방법을 선택한 그들의 용기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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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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