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소통 창구 [문화 전반]

소통하는 삶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글 입력 2021.11.1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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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 뒤로 나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을 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언제 졸업할까 생각하며 까마득한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지만, 스무 살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브레이크도 없이 쭉 직진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을 리 만무하다.

 

졸업 후 불현듯 내 삶에 들이닥친 여백에 공허감을 느끼면서 우울과 함께 무기력 또한 찾아왔다. 그러나 작정 없이 이런 마음이 찾아올 때마다 그 여백을 채우는 것은 글쓰기였다.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몇 개의 건반이 빠진 피아노처럼 삐거덕거리고 자연스럽지도 못하며 허전한 삶이 되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내게 있어 어떤 주제로 글 한 편을 쓴다는 일이 삶의 허기를 달래주는 취미 생활이 되었다는 뜻이다.

 

또한 글을 쓰다 보면 난잡하게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던 내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이다. 여기에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글을 쓰면 삶의 안정감은 물론이고, 생각지도 못한 나를 발견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물론 가끔은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든다.)

 

그래서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글을 한 번 써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의 첫 출발을 위해 두 가지 정도의 글쓰기 플랫폼을 추천해보려 한다.

 

처음 글을 쓰기로 결심한 후 활용했던 소통 창구는 ‘블로그’였다. 블로그는 형식과 분량, 주제의 제한이 없고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일기장 정도가 될 수 있겠다. 나도 처음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그저 나의 일상을 담는 것에만 집중했었다. 즉 내 블로그는 친구나 가족, 애인이 아니고서야 제3자가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를 이야기들로 조금씩 채워졌다.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레 그 시간에 멈춰버린 사진이 되거나 혹은 흐려지는 과거 속에서 얼핏 떠오르는 기억에만 부지해 추억을 찾게 되는 이 슬픈 사실이 너무나도 싫어서 당시 무엇을 했는지, 누구와 함께했는지, 그때 나의 기분은 어땠는지 등등 나중에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생생한 추억과 감정으로 다가오게끔 한 글자씩 적어나갔었다.

 

물론 일기라는 것이 늘 그렇듯 매일 매일 꾸준히 적어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여행, 생일 등 특별한 일을 했다면 꼭 기록하고는 했다. 그렇게 써나가기를, 순간을 영원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나의 소망을 담은 ‘순간의 기록’이라는 블로그 명으로 이제는 여행, 맛집 블로거로서 열심히 활동 중이다.

 

이렇듯 블로그는 누구에게나 제약 없이 열려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떤 장르이든, 어떤 소재이든 상관없으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의 장벽도 매우 낮기 때문에 가장 추천하는 글쓰기 플랫폼 중 하나이다. 그렇게 쓰다 보면 나만의 방향을 찾게 되는 날도 분명 올 것이다.

 

*

 

어느 정도 글쓰기에 숙련이 되었다면, 다음으로 추천하는 글쓰기 플랫폼은 ‘브런치’이다. 브런치는 블로그와는 다르게 신청서를 작성해서 작가 등록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실제로 브런치에서는 출간 작가, 기자, 칼럼니스트 등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 등록의 절차를 걸쳐야 한다는 점이 조금 까다롭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나 이곳에서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 나에게 큰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음은 물론 가슴 뛰게 만들었다. 블로그와는 다른 주제로 좀 더 전문적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욕심이 컸던 나에게, 브런치는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가 등록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관문을 거쳐야 하는데, 특히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글을 쓸 것인지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써놓은 몇 가지 글을 자료로 첨부하고, 운영 중인 SNS나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2~3일 내면 그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나의 글에 대해 자만하고 신청서를 대충 쓰거나 부풀리기를 반복하다, 결국 솔직한 나를 드러내었더니 3번의 도전 끝에 작가 등록에 성공할 수 있었다. 브런치 역시 소재도 자유롭게 작가의 마음대로 선정하여 글을 쓸 수 있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은 꽤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나는 한 번의 브런치북을 발행한 이후, 잠시 브런치 글쓰기를 중단했다.

 

브런치북을 발행하면 나만의 책이 하나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수정할 수 없다. 내가 써 내려간 문장이 영원히 박제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서부터는 그 문장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구독자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독자들도 아직은 많지 않지만, 혹시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나의 글에 닿을 그 어떤 독자 한 명에게라도 진정한 위로가 되는 말을 전하고 싶었기에 글의 무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혹시 나처럼 단순 블로거에서 어떤 분야에서 글 쓰는 일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쓰는 글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과도기에 서 있다. 마음의 재정비가 끝나면 조금 더 성숙한 글쓰기에 도전해볼 것이다.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어떤 누구라도 글 쓰는 일에 도전해보자. 자신에게 조금 더 확신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윤주.jpg

 


[이윤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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