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Universal Everything: 그래픽과 기술이 만났을 때 [미술/전시]

글 입력 2021.11.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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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al Everthing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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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al Everthing

 

 

2019년 수많은 작품이 가득했던 한국 국제아트페어, 나는 한 영상 필름 앞에서 좀처럼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사람인 듯 다른 동물인 듯 정체를 알 수 없는 복슬복슬한 형태들이 열을 맞춰 걷고 있는 영상이었다. 짧은 영상 속에서도 각기 다른 색과 재질, 보폭 등으로 형태마다 지닌 고유한 캐릭터를 보는 맛이 있었다. 아쉽게도 촬영 금지라는 안내에 영상을 담아오진 못했지만, 단순한 듯 흥미로운 영상을 연이어 마주치게 되었다.

 


Superconsumers, Universal Everything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외벽에 설치된 LED 사이니지에서 익숙한 움직임을 만났다. 백화점을 상징하는 향수와 패션, 가구, 식음료를 형상화한 형체들이 일렬로 걸어가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현대자동차의 모터 스튜디오에서는 원재료에 가까웠던 형체들이 빠른 속도감으로 달려가며 단단한 금속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 공간과도 수차례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트 컬렉티브 그룹, Universal Everything’이다. 작가 한 명의 개인작업이 아닌, 여러 사람이 모여 전에 없는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드는 Universal Everything을 만나보자.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동대문 DDP에서 열리는 ‘언폴드 엑스’ 전시에도 찾아온다고 하니, 절대 놓칠 수 없다.

 

 

 

그래픽과 기술이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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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 Pyke, @WordPress

 

 

Universal Everything의 시작을 연 사람은 Matt Pyke다. 그래픽 디자인과 드로잉을 전공한 그는, 음악 분야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 기술자들과 연을 맺게 되었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나는 점점 그래픽 디자인과 영상, 그리고 창의성과 기술을 결합하는 것의 잠재력을 발견했고, 스튜디오는 그것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런 형식은 비용을 낮추고, 스튜디오가 독립성을 유지하며 작업하는 프로젝트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YCK 매거진 인터뷰 中

 

 

Matt Pyke의 감독하에 글로벌 전역에 퍼진 다양한 예술가와 기술자들의 협업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독창적인 작업물은 곧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VR 작업물로 미국과 스위스, 프랑스 영화제를 찾기도 했고, 런던, 시드니, 도쿄, 이스탄불 등 전 세계 미술관에서 영상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이와 함께 구글, 나이키, 현대 같은 유명 기업과 기업 홍보를 위한 협업까지 활발히 진행해 왔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그들이 추가하는 가치와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다. Universal Everything이란 이름처럼 어느 곳에도 구속되지 않는, 폭넓은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들’이라고 부르지만 ‘그들’이 과연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분명한 대상이 없는 모호함이 주는 미묘한 즐거움이 있다. 그들은 어떻게 작품을 만들고, 이러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걸까?

 

 

 

함께 있지 않아도, 함께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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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You, Universal Everything

 

 

Universal Everything은 2004년 Matt Pyke의 시작 이래, 여러 사람들이 원격으로 작업해온 아트 컬렉티브 그룹이다. 함께 작품을 만들고 세상에 전시하는 예술 프로젝트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만나본 영상 작품을 보면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하는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팀일 것이라는 예상이 든다.


하지만 그룹이 탄생한 스토리를 들려준 데서 예상할 수 있듯, 영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작업한다. 보다 깊이 있는 주제를 탐구하고 머릿속에 머물던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실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과 감각을 지닌 사람들의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60명이 넘는 디자이너, 애니메이터, 음악가, 건축가, PD, 엔지니어, 개발자 등이 함께 한다고 한다.


이들이 매번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하진 않는다. 각 프로젝트의 주제와 사용하는 매체에 따라 그에 맞는 팀을 구성해 진행한다. 각자 맡은 부분을 각자의 자리에서 해내고 전달하는 작업이니 어디에 사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야말로 글로벌하고 유동적인, 미래적인 느낌마저 드는 아트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점은 코로나19 이후 종종 이야기되고 있는 원격 근무와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데에 불만과 부정적 의견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다. 함께 하는 프로젝트인데 필요시에 바로 대면해 이야기하지 못하고, 각자 자기 파트만 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 말에 공감할 때도 있지만, 이와 같은 성공사례를 볼 때면 의문이 들기도 한다. 기존에 얼굴을 보고 논의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관행 자체가 과연 일의 효율성과 결과물의 완성도를 고려해 정해진 것인지 말이다. 모든 업계에 디지털 바람이 부는 요즈음, 각자의 고유한 역량을 분명히 알고 분업해 진행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Universal Everything이 그린 모습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Do We All Dream of Flying?



Do We All Dream of Flying?, Universal Everything


 

“An airport is a special place full of human diversity, each person heading for the freedom of the skies."

 

"공항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특별한 장소이며, 각자 하늘의 자유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습니다.”

 

- 작품 소개 中

 


우리에게 익숙한 인천공항에 전시된 영상 작품이다. Universal Everything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퐁실퐁실한 형체들이 등장한다. 복슬복슬한 것들이 등장하고, 따끔할 것 같은 형체도 있고, 얇은 색종이처럼 종이 질감이 날것만 같은 형체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시각 예술임에도 가상의 형체들을 손으로 만진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촉감을 가장 자극한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형체들은 Universal Everything이 반복적으로 다뤄온 소재다. 하지만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과 그 맥락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전하기도 한다. 글의 초입에서 소개한 현대백화점 스크린에 전시된 superconsumers를 떠올려보자. 그들은 백화점에서 주로 판매되는 상품들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으로 표현했다.

 

생명이 느껴지는 형체들은 백화점 안에서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향수 같기도 하고, 향수를 구입하려 백화점에 향하는 고객의 모습 같기도 했다. 상품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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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al Everything

 

 

Do We All Dream of Flying?은 그 배경이 공항이라는 점에서, 형체들이 또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부드럽고 날카로운 형체들은 열심히 걷다 이내 하늘로 날아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긴 여행을 향해, 바쁜 출장 일정으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공항을 찾는다. 그래서 영상 속 다양한 형체들은 다양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동시에 함께 힘차게 날아 올리는 다양한 감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새로운 출발 앞에 선 이들의 막연한 희망과 낙관, 꿈과 사랑이 눈으로 보이는 듯하다. 또 다른 이들이 느끼는 날선 불안함과 그리움, 고독이 담겨있기도 하다. 이렇게 공간에 따라 변형되고, 다른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Machine Learning


 

Machine Learning, Universal Everything


 

“Can the robot keep up with the dancer? At what point does the robot outperform the dancer? Would a robot ever perform just for pleasure? Does giving a machine a name give it a soul?"

 

"로봇이 댄서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 어떤 점에서 로봇이 댄서를 능가합니까? 로봇이 단지 쾌락을 위해 일할 수 있을까요? 기계에 이름을 부여하면 영혼이 생기나요?”

 

- 작품 소개 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등장한 것들, 예를 들면 로봇,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는 미디어 아트에서 종종 다뤄지는 주제다. 또한 스튜디오에서 댄서가 로봇에게 동작을 가르치면서, 둘 사이 관계를 조명하며 로봇이라는 존재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상에서 로봇은 학습 과정을 통해 움직이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작품 설명에서는 이를 통해 사람과 로봇 사이에 흉내 내기, 균형잡기, 도전하기, 경쟁하기, 능가하기 등의 물리적 대화가 나타나며 일종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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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al Everything

 

 

로봇은 인간이 편의를 위해 인간이 자발적으로 창조한 존재다. 그럼에도 자연적으로 탄생과 소멸을 겪지 않는 존재라는 점, 그리고 인간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질적이고,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영상을 보면서 인간과 로봇이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두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데서 친근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원래 그러면 안 될 것이 현실화되기라도 한 듯 이상하게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들이 그린 기계와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해 보게 된다.

 

 

 

이제는 직접 만나볼 시간


 

우연히 마주친 그날부터 좋아해온 Universal Everything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부터, 작품 안에 담긴 이야기를 고민해 본 시간이었다. 때마침 그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니, 놓치지 않길 당부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 박물관에서 11월 15일부터 28일까지 <언폴드 엑스>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Universal Everything과 함께 미디어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함께 찾아오는 전시다. 기술과 예술이 빚은 실험적 무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겠다.

 

 

<참고한 글>

Universal Everything 공식 홈페이지

[INTERVIEW] 영국 셰필드에서 세계와 손을 잡는, 'UNIVERSAL EVERYTHING' - YCK 매거진

 

 

 

컬쳐리스트 명함.jpg

 

 

[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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