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통예술, 진짜 우리의 전통인가요? [음악]

그 유효성에 대한 질문
글 입력 2021.11.1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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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것', '전통적인 것'을 강요받는 요즘이다. 여러 매체에서는 소위 한국의 미라 불리는 것의 대중화를 꾀한 작품이라 손 치며 내놓으며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제시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어떠한 것이 한국적이며 한국의 미라 일컬어지는 전통적인가?

 

우리는 보통 전통예술이라 함은 국악을 쉽게 떠올린다. 국악은 항상 보존되어야 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으며 한국의 음악 정체성에 자연스레 포함되어왔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그대, 국악이라는 산이 너무나 높고 멀게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 삶에 스며들지 않은 이러한 문화를 우리 입으로 우리 문화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것이라고 말하기엔 오늘날 어딘가 다소 어설픈 형태로 우리 주위를 맴도는 전통예술,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의 소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인가?


 

‘서양 어법’으로 작곡 또는 기보 된 전통음악이라 불리는 ‘국악’을 연주하는 일에 대한 궁금증은 현시대 국악을 향유하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누려왔던 음악적 모국어가 서양의 음악 문법이기에, 오선지가 그려진 악보 위에 서양의 기호 체계를 따르며 표현되지 않은 음악을 상상할 수가 없으며 그에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국악은 12 음률을 모두 공평하게 분할한, 평균율로 이루어진 선율 체계를 바탕으로 향유하는 음악이 아니다. 연주 기법의 하나인 농현을 예로 들면, 미분음은 정확하게 오선체계에 기보 될 수 없을뿐더러 사람마다 다른 연주 방식을 서양식 기보법이 모두 대변할 수 없다.

 

실제로 국악 작곡가들에게서 서양의 음악 어법으로 작곡된 곡을 서양식 음률체계로 악기를 재조율하여 연주하리란 국악 연주자들 모두에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사실 이는 60년대 대학에 국악과가 많이 설립되면서 보다 많은 학생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편의상 서양 음악 어법을 채택함으로 인해 생긴 문제들이다. 그 이후 우리 실정에 맞는 기보법으로의 변화의 필요성은 곳곳에서 이야기가 나왔지만, 현행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서양 음악이라는 수백 년간 이어진 거대 서사 앞에서의 복종을 의미하는 것인지, 굴복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어 보인다. 화성과 형식이 절대적으로 중요시되는 서양음악 어법을 토대로 한 전통음악 작곡이 이제는 우리 음악 어법에 맞춰 변화할 때가 오지 않았나 목소리를 높여본다.

 

 

 

한의 정서?


 

한 작품의 영화가 떠오른다. 남자 주인공인 동호가 소릿재 주막 주인의 판소리 한 대목을 들으며 회상에 잠기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1960년대 초 전남 보성의 소릿재를 바탕으로 제작된 '서편제'라는 영화이다.

 

이 작품 전반에 걸쳐 강조되는 것은 '한'의 정서이다. 우리나라가 과거에 전쟁이 계속되어온 점을 고려했을 때 한이라는 정서가 어쩌면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정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한과 함께 살풀이 같은 문화요소가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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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한'이라는 정서를 '학습해 온 점에 주목해보자.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만 봐도 우리는 시 한 편을 읽으며 '한'이라는 정서가 무엇인지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한 채 학습되어왔다.

 

한이라는 정서가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는 내내 한이 정말 우리 민족의 정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지니게 된다. 1970-80년대 전후 민족적 단합을 위해 성립된 프로파간다의 일종은 아니었을까에 대해 의문을 던져본다.

 

그러면 21세기 다원화된 세상에 사는 우리는 우리의 전통예술을 어떻게 바라보여 향유해야 할까. 위와 같은 의견을 내는 나 또한 하나의 입장일 뿐이다. 하지만 이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주체적 사고와 반성 없이는 그 어떤 형태로도 우리 문화를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우리 자신에게 묻는다. 우리는 왜 그토록 한국적인 것, 전통적인 것에 매달리는지. 어쩌면 하나의 상업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우리가 전통예술에 대하여 여러 논쟁의 장을 벌이는 것이 우리의 상황을 재진단하는 그 자체로의 목적이어야지, 이것이 그 어떤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본 글을 마친다.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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