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린내 나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드라마/예능]

나는 이것을 '비린내 감성'이라 부르기로 했다.
글 입력 2021.09.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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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세부 줄거리 언급 없이 소재 및 주제에 대한 감상 위주로 글이 전개될 예정이나, 리뷰에 필요한 극소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민감하신 분께서는 주의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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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네이버 통합검색-

 


< D.P. >의 인기몰이가 한창이던 지난 9월 17일에 넷플릭스는 또 하나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내놓았다. 빈지 워칭binge-watching; 주말이나 휴식 기간 등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영화나 드라마 등을 몰아보는 것을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답게 <오징어 게임>은 전 회차(9편)가 시간차 없이 한 번에 공개되었는데, 이름부터 벌써 비린내가 진동하는 이 드라마는 공개 일주일 만에 수많은 정주행러들을 낳았으며 시즌 2까지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부터 넷플릭스 구독자였던 필자는 그 유명한 <종이의 집>도, < D.P. >도 모두 귀찮다는 핑계를 대며 정주행을 미루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유행이 <오징어 게임>에까지 이르자 드디어 이 넷플릭스발(發) '신유행'에 백기를 들기로 했다. 첫 번째 이유는 9부작에 편당 1시간 남짓의 분량이라 빠르게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조금만 더 있으면 온 세상이 <오징어 게임> 이야기로 도배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12시간 안에 9회분을 몰아본 뒤 나의 감상은 대충 이랬다.

 

 
"이거 잡탕이네."
 

 

필자도 <오징어 게임>이 분명히 "재미있었음"을 인정한다. 애초에 이틀 만에 9편을 몰아보는 게 가능했다는 말은 '재미있었다' 내지는 '지루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나는 드라마를 보는 9시간 내내 극에 완전히 빠져들지는 못한 상태로 현실 속에 엉거주춤 서 있었다. 비슷한 감성의 수많은 영상들이 곳곳에서 떠올라 자꾸 몰입이 깨졌기 때문이다.

 

 

 

신이 말하는 대로+킹스맨+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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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2015)>

 

 

첫 번째로 떠오른 작품은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였다. <신이 말하는 대로>는 원작 만화가 있는 꽤 유명한 '데스 게임'목숨을 걸고 하는 서바이벌 게임 대표작이다. 한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갑자기 달마 인형 모양의 귀신이 나타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게임에 임하게 되는 이야기다. 여기서 게임이란 일본 전통 놀이들을 말한다.

 

사실 <오징어 게임>은 판타지적 요소를 뺀다면 이 영화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오징어 게임>도 '옛날 놀이'를 가져와 다수의 사람들로 하여금 '서바이벌'로 목숨을 걸고 플레이하도록 만드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징어 게임>의 첫 번째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인데, 이는 <신이 말하는 대로>의 첫 번째 게임과 동일하다.

 

치정극 또는 느와르물이 강세를 보이는 한국에서는 데스 게임이라는 장르가 생소하다보니 <오징어 게임>이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데스 게임'은 일본 공포 영화계에서는 이미 닳고 닳은 소재다. 따라서 이미 <신이 말하는 대로>나 그와 유사한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오징어 게임>이 클리셰처럼 보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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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

 


두 번째로 떠오른 작품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였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였음에도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큰 흥행을 거두었던 이 영화는 '잔인한 장면에 유쾌한 음악 또는 클래식 음악 삽입하기' 연출을 한국 대중들의 머리에 각인했던 최초의 영화다.

 

<킹스맨>의 시그니처 장면인 '머리 폭발' 엔딩 장면이 이 연출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오징어 게임>도 <킹스맨>처럼 드라마 전반에 걸쳐 사람이 썰리는(?) 장면마다 클래식 음악 또는 우스꽝스러운 음악을 삽입해 극적 효과를 도모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필자는 두 영화 사이에서 또 하나의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바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오징어 게임>과 <킹스맨>에서는 모두 '남성에게 자신의 몸을 제공하는 여성'을 담은 장면이 나온다. 필자는 이것이 상당히 불편했다. 그나마 <킹스맨>은 영화 내내 제일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인물 '가젤'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공주가 성행위로써 주인공의 노고를 보상함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을 모른 척 해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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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오징어 게임(2021)>

 

 

그러나 <오징어 게임>의 여성 인물들은 자신의 성을 팔아서 힘이 있는 남성 인물에게 의지하려들거나, 아예 앙칼진 청소년으로 등장한다. 몇 등장하지도 않는 여성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남성들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답답한 설정은 <오징어 게임>을 보는 내내 나를 매우 짜증나게 만들었다. 신체 능력이 남성에 비해 부족하면 지적 능력을 활용해서 팀에 기여할 법도 한데, <오징어 게임>에서는 여성 캐릭터들에게 전혀 그러한 역할을 부여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오징어 게임>에는 여성의 사체에서 장기를 적출하던 도중에 남성 요원 여러 명이 돌아가며 사체에 '그 짓'성행위를 암시한다을 했다는 대사도 등장한다. 일련의 연출들은 '여성은 남성의 소유다'라는 명제를 합리화하려는 시도였거나, 반대로 '모든 남성들의 밑바닥에는 이렇게 비윤리적이고 기괴한 성욕이 있다'는 것을 풍자로써 드러내려는 시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어느 쪽이었든 정말 불필요한 시도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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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2019)>

 

 

마지막으로 떠오른 작품은 <기생충>이었다. 필자는 사실 이 영화가 제일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적인 가족/친구 간의 유대를 어필하는 동시에 사람을 죽이는 인물들에게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서사를 부여하고, 비윤리적인 장면에 클래식 음악을 삽입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더불어 두 작품 모두 등장인물들의 얼굴 주름과 칙칙한 얼굴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색감을 연출한다.

 

<신이 말하는 대로>, <킹스맨>, <기생충>은 각각의 확고한 개성으로 모두 매니아층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영화였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은 이 세 영화가 공유하는 기괴한 감성을 따라가되 그 위에 마라맛 향신료를 한 통 통째로 부어 놓은 느낌이다.

 

 

 

'비린내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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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에 오마주되다시피 한 세 영화를 제하더라도 그 기괴한 감성을 공유하는 작품들은 상당히 많다. 당장 넷플릭스 오리지널만 해도 <킹덤>, <스위트홈> 등의 좀비물 또는 아포칼립스물들이 가득하다. 서로 남남인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기괴한 상황에 대한 생존투쟁을 벌이며 자신의 밑바닥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이야기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말이다.

 

나는 이것을 '비린내 감성'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오징어 게임>류의 감성을 '비린내 감성'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오징어'라는 명칭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개운치 못하고 오랫동안 코 주위를 맴도는 비린내와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잔인한 장면 그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 드라마에서는 <킹스맨>처럼 학살을 마냥 신나고 즐거운 행위로 묘사하지 않는다. <신이 말하는 대로>처럼 작정하고 비현실적으로 잔인한 장면만을 나열하지도 않는다. 다만 잔인한 선택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인간성을 잃어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특히 <오징어 게임>은 상당히 구질구질한(?) 감정선이 도드라진다. 살아남기 위해 여기 저기 떠돌며 아첨하는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살아남기 위해서 타인을 죽여 놓고 죄책감이 남아 자살하는 캐릭터도 있다. 그들이 각각의 선택을 내리는 순간마다 그 눈빛과 호흡을 여과 없이 담아내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이 흘리는 피는 더더욱 비릿한 잔향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연출은 지켜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끔 만든다. 타인이 인간성을 상실하는 과정을 목도한 인간은 마치 자신의 안에 있던 비인간성이 파헤쳐진 것만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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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시즌 2를 다시 볼 것 같지 않다. 여러 유명 작품을 죄다 섞어 둔 시나리오에 개운하지 못한 뒷맛까지 더해지니 속이 더부룩해지는 기분이다. 그 모든 고초를 겪고도 머리를 파워레인저마냥 붉게 물들인 채 가족을 버려두고 또 다시 생판 남을 구하러 가는 주인공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데스 게임 류의 작품을 한 개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혹은 영화 <기생충>을 감명깊게 본 사람이라면 시즌 1 정도는 한 번쯤 시도해보기를 추천한다. 그것이 MSG든 뭐든, 라면수프를 넣은 음식이 맛은 확실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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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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