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큐멘터리 영화가 전하는 진심이라는 가치 [영화]

제13회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다녀오다
글 입력 2021.09.1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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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파주와 고양에서 개막한 제13회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는 16일 목요일을 마지막으로 폐막했다.

 

‘디어 평양(2006)’, ‘굿바이 평양(2011)’을 제작한 양영희 감독의 작품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시작으로 39개국, 126편의 국내외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다. 다채로운 다큐멘터리 작품들은 코로나의 장기화로 지쳐있는 많은 사람들, 특히 많은 시네필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장르는 사실 영화에서 소외적인 느낌이 강하다. 필자 또한 지금까지 본 다큐멘터리 영화를 양손으로 꼽아본다면 손가락을 다 접지 못할 것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화씨 9/11(2004)’ 정도를 제외하고는 흥행에 성공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많지 않다. 더하여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상업적인 영화시장에서 흔히 배제된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일은 진귀한 경험이다.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는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장르적 소외성을 해소시키고 대중들이 다큐멘터리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영화제를 직접 다녀오면서 다큐멘터리는 ‘재미없고 졸린 장르’라고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 부서지는 경험을 했다.

 

그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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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본 영화의 제목은 20대 시절 고한벌 감독에게 위로를 줬던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의 첫 구절을 따서 만들었다. 영화는 초등학교 교사로 지냈던 감독의 미숙했던 경험을 토대로 제천 덕산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담임선생님을 1년간 촬영한 관찰 다큐멘터리이다.

 

담임선생님 윤재와 아이들 사이에는 선이 있다.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는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쳐주지만 쉬는 시간에 찾아와 하는 사적인 질문에는 무시로 일관하면서 아이들과 내적 친밀감을 쌓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런 태도의 선생님을 싫어해 험담을 하거나 같이 무시하기로 마음먹는다. 선생님 윤재도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도를 지나치는 아이들의 질문과 행동들, 그렇기에 더 냉정하게 반응하는 선생님, 이 둘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된 것일까? 여름방학이 지나고 계절이 흘러가면서 선생님과 6학년 아이들의 관계는 점차 원만해진다.

 

영화는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 학생들의 삶을 사실적이고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배경이 된 덕산 초등학교처럼 소규모 학교를 다닌 필자의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아이들의 행동과 대사, 표정과 말투까지 모두 유년기의 기억과 소름 끼칠 정도로 동일하거나 유사했다.

 

그 사실감은 104분이라는 러닝 타임 동안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초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을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의 전부였던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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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바야'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잡은 현재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핍박받고 있으며 어린 소녀들을 비롯해 여성들을 탈레반의 전사와 강제 결혼시키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탈레반만의 만행은 아니다.

 

IS는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살고 있는 소수민족 야지디족이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여성들을 납치해 사바야(Sabaya), 즉 성 노예로 삼고 있다. 영화는 마하무드와 지야드, 그리고 그의 동료들이 시리아 알홀(Al-Hol) 난민 캠프에 잠입해 사바야가 된 야지디족 여성들을 구출하는 여정을 그린다. 그들은 200명이 넘는 여성들을 구출했으며 피해 여성들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영화는 일부를 담고 있지만 그들의 목숨을 건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억압받고 있을 그들이 떠오르기에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작품이다. “영화 같다”라는 말의 의미처럼 일반적으로 ‘영화’하면 픽션이 떠오른다. 하지만 사바야는 다큐멘터리다. 그 말은 논픽션, 즉 사실이라는 것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와중에 ‘한 편의 잘 짜인 드라마 장르의 영화 같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다 다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그 끔찍함에 소름이 돋는다. 선댄스 영화제,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만큼 작품성 있는 시의적절한 영화이다.

 

 

 

진심이라는 영화의 가치


 

영화제는 대중성과 흥행에 밀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지만 의미와 작품성을 갖춘 귀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장르, 성별, 장애, 나이 등을 초월한 다양한 영화제 속 작품들은 영화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는 그 영화적 가치를 공유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126편의 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말해 126가지의 생각과 진심을 상영했으니 말이다. 영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영화제 자체 OTT 플랫폼을 통해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으니 이를 통해 다큐멘터리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 가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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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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