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쁜 사람들을 감시하는 사람은 누가 감시하는가. [드라마]

범인을 잡는 사람들은 모두 정의로운가?
글 입력 2021.09.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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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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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들을 감시하는 사람은 누가 감시하는가."

 

글 제목을 적고 나니 이게 뭔 소린지.. 싶다. 조금 더 범위를 좁혀서 이 문장은 어떠한가.

 

"범인을 잡는 사람들은 모두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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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왓쳐>(2019,OCN)는 15년 전 사건에 모두 연관된 인물 세 명이 힘을 합쳐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진범을 찾는 이야기다. 이렇게 요약하면 흔한 범죄 수사물처럼 느껴지지만, <왓쳐>는 시청자들에게 '범인을 잡고, 범죄를 처단하는 사람들'이 과연 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계속 의심하게끔 하는 차별점을 가진 범죄수사 드라마다.

 

<왓쳐>의 비리 수사팀은 감찰반 출신인 '도치광'(한석규)을 필두로, '인간다움은 어디에서 올까요?'라는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지며 살해한 뒤 엄지손가락을 자르는 잔인한 범인을 찾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 범인은 뇌물 장부, 비리 경찰, 15년 전 누명을 쓰고 수감 생활을 하게 된 '김영군'(서강준)의 아버지이자 경찰 '김재명'(안길강)과 연관되어 있었다.

 

 

 

난 범죄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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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사람을 죽이고 엄지손가락을 자르는 범인의 정체는 한 명이 아니었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범죄자들을 사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경찰들이 모여 만든 사조직 '장사회'의 지휘 아래에서 '거북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청소부들이 전국에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녔다.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결과적으로 '살인'을 주도하고 다니는 '장사회'의 일원이었던 '박진우'(주진모)는 "범죄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라고 주장한다. 포장하자면, 나쁜 사람들을 감시하고 체포하는 '경찰'들이 그들을 더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더 큰 범죄를 막기 위해 작은(?) 악을 자처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론 흉악한 범죄자들을 제거하는 것이, 작은 희생으로 큰 희생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정의롭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망을 피해 가는 나쁜 사람들을 잡고 그들의 행위를 멈추는 방법이 똑같이 법망을 피해 가, 또 다른 나쁜 사람이 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 그게 진정한 정의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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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는 그동안 어처구니없는 처벌을 수도 없이 목도해왔다.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중범죄자를 감형하고, 어리다는 이유로 '촉법소년'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그동안의 우리나라 성범죄자 처벌은 그야말로 답이 없는 수준이다. 법을 너무나 잘 아는 고위공직자들은 법을 교묘하게 피해 가며 부조리한 짓을 해왔다는 뉴스는 끊임없이 나온다.

 

이러한 답답함을 풀어주기 위해서인지, <왓쳐>의 '장사회'처럼 악을 자처한 존재들이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한다. <비밀의 숲>의 '이창준'(유재명)이 그랬고, <모범택시>의 '김도기'(이제훈)가 그랬으며, <악마판사>의 '강요한'(지성)이 그랬다.

 

<왓쳐>에서는 범죄자들을 제거했고, <비밀의 숲>에서는 부패한 검경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으며, <모범택시>에서는 범죄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사적 감옥에 가뒀으며, <악마판사>에서는 막강한 권력으로 태형과 사형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 공개적인 태형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 사형 '집행'의 무게를 간과한 채로.

 

하지만, <비밀의 숲> 속 '황시목'(조승우)이 말했듯, 그들은 죄인을 단죄할 권리가 본인들에게 있다고 착각한, 시대가 만든 괴물일 뿐이다. 그들은 범죄를 막는 정의를 구현했다고 하기엔, 결과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으며, 사회 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들을 했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보며 차라리 저렇게라도 정의가 실현되길 바라며 그러한 악인을 필요로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진정한 정의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이루어지는지에 관한 고민은 끊이질 않는다.

 

 

 

난 내가 정의롭다고 생각한 적 없어. 난 다만, 나쁜 경찰을 잡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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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왓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사람을 잡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자의 양면성에 관한 질문도 던진다. 여기서 나쁜 사람을 잡는 사람들은 곧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경찰이고, 그러한 사람들을 감시하는 자는 감찰반 출신 비리 수사팀 반장 '도치광'이다.

 

드라마 속에서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경찰들이 잘못된 사상으로 인해 사적 처벌을 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나쁜 경찰'을 도치광이 잡는다. 하지만 드라마는 도치광이 감찰반 시절부터 나쁜 경찰을 잡는다는 명목하에 또 다른 범죄 및 비도덕적인 행동을 저지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묘사한다. 그리고 도치광 본인도 자신이 정의롭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나쁜 경찰을 잡을 뿐이라는 모호한 말을 반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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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를 잡는 과정에서 도치광은 납치를 꾸미기도 했고, 마약을 이용해 용의자를 잡기도 한다. 경찰로서 할 수 있는 '함정 수사'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는 이미 15년 전 김재명을 비리 경찰로 의심하여 그를 잡기 위해 물증을 찾기도 전에 증거를 조작한 전적이 있었다.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나쁜 사람들을 감시하는 사람은 누가 감시하는가? <왓쳐>에서 나쁜 사람들을 감시하고 잡던 경찰들은 '정의'라는 명목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또 다른 범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나쁜 경찰을 '감시'한다는 도치광 역시 범죄를 꾸며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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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트위터 @ZoeoNz]

 

 

<왓쳐>에서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도, 그리고 그들을 잡는 인물도 모두 '경찰'이었다. 경찰은, 범인을 잡고, 범죄 예방에 힘쓰며, 정의를 구현하는 입장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나쁜 사람'을 잡으려고 했다고 하지만, 과연 정의로웠는가에 관해서는 의문이다. 더하여, 정의를 위해서는 희생이 필수적인 것인지, 정의는 정의롭지 않을 때만 가능한 건지에 관한 고민도 이어진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위치에 있는 사람만이 그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감시할 수 있으며, 그 감시자는 과연 순수한 정의를 추구할 수 있을지, 그 감시자는 또 누가 감시해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주인공들마저 서로를 끊임없이 경계하고, 감시하고, 의심하며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인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 <왓쳐>는 현재 OTT 플랫폼 중 티빙에서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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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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