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칼 가는 소녀, 불륜의 연좌제 [웹툰]

아이들이 모를 것이라는 착각
글 입력 2021.08.27 14:4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네이버 웹툰, '칼 가는 소녀'


 

[크기변환]칼 가는 소녀.PNG

 

 

새벽에 우연히 보게 된 웹툰이었다. 그리고 그날 동이 틀 때까지 마음이 아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이 웹툰은 보다 많은 것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 글에서 나는 '연좌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것을 연좌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구은조'라는 캐릭터는 또래보다 어른스럽다. 그리고 이유 모를 우울함을 지니고 있다. 사실 이 아이는 매일 외출 전과 후, 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어머니에게 인사를 한다. 집 안은 늘 삭막하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당신에게 복수하려면



이 웹툰이 사실적인 이유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한때는 얼마나 어머니에게 좋은 사람이었는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은조의 어머니는 빛나는 사람이었다. 주변에 수많은 남자들이 있었고, 그중에서 은조의 아버지를 택했다. 은조는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다른 가족들처럼 부모님과 화목한 나날을 보냈다. 무엇보다 은조의 어머니는 아버지 덕분에 행복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바람을 피워 아이를 낳았고 내연녀를 선택했다. 그리고 은조의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그 뒤로 이 아버지는 새로 갖게 된 가정에 충실했다. 내연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구혜주'에게 누구보다 좋은 아버지였고, 아내에게는 다정한 남편이었다.


웹툰 제목이 '칼 가는 소녀'인 이유는 은조가 복수하고자 하는 대상이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은조는 기본적으로 선한 아이였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딸, 자신의 이복동생 '구혜주'를 만나고도 그 아이가 너무 밝아 보여 차마 네가 불륜으로 탄생한 자식이라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은조의 친구 '천사랑'은 어떻게든 그 남자를 괴롭게 만들려면 아무 죄 없는 자식을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구은조는 구혜주에게 네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라는 것을 털어놓는다.

 

 

 

결국 상처를 받는 대상은 아이들이다


 

구은조는 행복했을까.

 

그 뒤로 가정은 파탄이 났다. 아버지와 내연녀와의 관계는 틀어졌고, 그들이 그토록 아끼던 딸은 자신이 바람으로 태어난 아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완전히 변해버렸다. '아빠,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은조 언니를 버린 거야?'라는 말에서 자신에게는 전혀 선택권이 없었음에도 불륜의 결과물이 된 혜주의 비참함이 드러난다.


결국 구은조에게 사과하는 것은 바람난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니었다. 그 딸이었다. 아직 초등학생인 구혜주는 언니 구은조에게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며 울면서 사과한다. 그 모습을 보며 구은조와 마찬가지로 내게도 든 생각이 있었다.

 

 

 

잘못된 사랑의 연좌제


 

과연 구은조의 선택이 옳았을까? 사실 나는 그 선택을 조금은 이해한다. '자식에게는 죄가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아무 죄 없는 구은조의 어머니는 왜 남자를 잘못 만난 죄로 그토록 고통받았는가. 은조의 아픔은 어머니였다. 자신의 상처보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속에서 칼날을 갈았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아무 죄 없는 자식을 이용해 죄 있는 사람에게 대신 복수를 하면 안 되는 것일까?


물론 아이는 아무 죄가 없다. 그러나, 애초에 불륜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죄를 갖고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웹툰을 읽고 나의 의견을 친구와 공유를 해보았다. 대부분은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냐'며 구혜주가 불쌍하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그 의견도 맞는 것 같았다. 정작 죄지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잘못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아무 죄 없는,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한다. 결국 고통받는 것은 그들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세상에 태어난 구혜주일 뿐이다.


연좌제라는 것이 이런 경우에도 적용이 될까. 인과응보가 없는 세상에서 대부분의 불륜남, 불륜녀, 바람난 남자, 바람난 여자는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들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아무 죄 없는 그들의 사랑하는 주변인'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대상자로 하여금 그들과 같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허향기.jpg


   

[허향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