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전의 '딱딱함'을 벗다 - 클래식은 처음이라

가볍게 시작해 들을수록 빠져드는 클래식 교양 수업
글 입력 2021.07.2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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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클래식은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관문이었다. 나는 한때 스피커에 흐르는 피아노 선율 혹은 바이올린 선율을 듣고 바로 어떤 클래식 곡인지 알아차리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사람처럼 작곡가와 곡에 대한 정보를 줄줄 외고 싶었다.

 

하지만 클래식 문외한에 가까운 내게 그 목표는 너무 원대해서 이루기 힘들었고, 자연스럽게 클래식에 대한 관심도 옅어졌다. 어느새 클래식은 내 플레이리스트에서도 사라진 장르였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제대로 알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지만, 나를 변화시켜줄 계기가 없었다. 그러던 중 <클래식은 처음이라>를 만났다.

 

이 책의 서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이렇게 시대를 뛰어넘는 음악과 이런 음악을 만들어낸 음악가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을 던져줍니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알고 음악을 들으면 음악에 깊이 이입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중략) 마음에서 진정한 공감이 시작되면 같은 음악이라도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 7p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


 

저자 조현영은 클래식이 필요한 이유로 ‘통찰’을 들었다.

 

클래식에 담긴 희로애락을 느끼며 공감하고,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고,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클래식이 시간을 견디게 한다고 했다. 음악을 들으며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게 하는 것, 클래식에 집중하며 마음의 안정과 편안을 찾는 것. 이것이 지금 클래식을 들어야 하는 이유다.

 

<클래식은 처음이라>는 클래식 입문자에게 적합한 서적이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등 클래식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음악가 10명을 뽑아 흥미롭게 소개한다. 음악가의 연대기적으로 풀어가면서도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도 놓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음악가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랑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들의 궁핍한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단순 서술에 그친 것이 아니라, 저자의 시선으로 함께 음악가를 보며 그들에게 이입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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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입장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곡을 들으면서 읽을 수 있게 했던 점이다.

 

음악가의 주요 곡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중간중간 삽입돼 있다. 핸드폰 카메라로 코드를 스캔하면 유튜브 페이지로 바로 연결된다. 각 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추천곡을 한 번에 들을 수 있는 링크와 저자가 직접 나레이션한 예술가의 생애 요약 영상이 QR코드로 삽입돼 있기도 하다. 사소하지만 세심하게 독자를 챙기는 부분이다.

 

 

 

인사이트의 확장


 

저자 조현영은 음악가에 대한 정보를 토막토막 나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간다. 이 책의 진가를 볼 수있는 부분이다. 음악가와 음악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수 있게 한다. 예상치 못한 연결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먼저, 그는 클래식 음악사에 등장한 순서대로 음악가를 소개한다. 덕분에 머릿속에서 중구난방 뒤섞였던 클래식 역사와 흐름이 단정하게 정리된다. 글의 특성상, 다른 음악가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바로 앞에서 정보를 습득한 음악가를 다시 만나니 친숙함이 더해진다. 예를 들어, 베토벤에 대한 설명을 하지만, 그를 설명하면서 그가 존경한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베토벤 바로 직전에 모차르트를 설명하고 있기에 이해가 쉽다.

 

한편, 그는 음악가 사이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쇼팽을 설명할 때, 그의 장례식에서 모차르트 ‘레퀴엠’이 연주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해당 일화를 통해 음악가들의 실체성을 상기시킨다. 그들도 존경하는 음악가가 있었다는 사실, 그들이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다는 사실 등으로 악보 뒤에 숨겨졌던 그들의 존재를 다시 불러온다. 책을 읽으며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표현된 그들이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클래식 서적이라고 해서 꼭 음악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베토벤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불멸의 연인>를 언급하며 새로운 이야기로 들어가기도 하고, 모차르트와 그의 라이벌 살리에리의 대결을 보여준 영화 <아마데우스>가 퍼뜨린 오해를 꼬집기도 한다. 이 외에도 모차르트의 오페라 곡이 쓰인 <쇼생크 탈출>, 쇼팽의 곡이 삽입된 <피아니스트>를 언급한다. 음악 장르에만 국한하지 않고 영화와 다른 예술로 확장해 나간 부분이 인상적이다.

 

*

 

클래식, 대개 수 백 년 전에 쓰인 곡들이다. 그 당시에는 마땅한 레코딩 장비가 없었기에, 몇백 년 전의 연주를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악보가 남아있다. 그 해석은 현대 연주자의 몫이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음악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연주자에 의해 새롭게 재현된다. 시간과 감정이 떨림과 울림으로 표현된다.

 

 

클래식은 처음이라 입체.jpg

 

 

[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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