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들의 예술 행위를 응원합니다.

글 입력 2021.07.2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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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 '도이' 인스타그램(@tattoist_doy)의 일부.>

 

 

유명 타투이스트 '도이'는 얼마 전 의사 면허 없이 타투를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무죄 탄원서 운동으로 이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국회의원들의 관심까지 더해져 문신 행위에 관한 기존의 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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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 '도이'의 무죄 탄원서 작성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

 

 

한국에서 문신은 의료 행위로 간주되어,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문신을 하는 건 위법행위가 된다.

 

즉, 우리나라 거의 모든 타투이스트들은 불법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존재를 부정당하고 있다. SNS만 봐도 여러 타투이스트들을 발견할 수 있고, 타투를 한 사람들도 있고, 타투 스튜디오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요즘 시국에 코로나19 방역 지침도 없다.

 

과거에 어둠의 조직들, 조폭들의 문화로 여겨지던 '문신(타투)'은 시간이 지나면서 유명인들에 의해 미디어에 노출이 되며 (물론 여전히 한국 TV 방송에선 가리고 나와야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문신'하면 위협적인 모양을 떠올리던 이전과 달리, 귀여운 디자인부터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그림들, 그리고 각자 삶의 모토를 담은 의미 있는 그림과 글귀들을 새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문신'에 관해, 그리고 '문신을 한 사람들'에 관한 인식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우리나라 타투이스트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정교한 작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해서 외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타투를 받으러 한국에 오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국내 타투이스트들이 외국에 출장을 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문신을 하는 사람들에게 의사 면허를 요구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다. 대부분은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한 특정한 절차를 거치고, 자격을 갖추게 되면 문신 행위를 할 수 있게 되며,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정정당당하게 경제활동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당연히 타투이스트로서 활동하면서 고려해야 하는 위생 문제에 관한 제도가 있으며, 여러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떳떳하게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이 평생소원인 한국의 타투이스트들과 다르게 말이다.

 

물론, 서양권 사람들이 모두 문신에 호의적이고, 개방적이며 우리나라만 문신 행위에 보수적인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문신은 '낙인'을 목적으로 새겨져왔고, 전 세계 어디에서나 문신 행위에는 호불호가 갈린다. 서양권 역시 문신을 향한 시선이 바뀌기 시작한 건 최근에 들어서였고, 여전히 '화이트칼라'로 분류되는 전문직에서는 지양하고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문신'을 보고 이것을 '의료 행위'라고 칭하며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만이 행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하다못해 문신을 의료 행위라고 지정하게 된 이유였던 '눈썹 문신'도 역시나 의사가 병원에서 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애초에 미용 목적에 가까운 눈썹 문신을 의료 행위로 판정한다는 논리도 납득하기 어렵다. 때문에, 법으로 제정된 눈썹 문신 역시 제대로 된 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법을 만들고 유지해오신 국회의원들이 TV에 나온 것만 봐도 다들 눈썹 문신은 한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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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 '도이'를 포함한 총 6명을 필두로 한 '타투 유니온'의 공식 계정.>

 

 

타투에 관한 불합리한 법을 바로잡고, 타투이스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타투 유니온의 행보를 응원하고 지지해왔던 나는 지금의 여론과 국회의원들의 관심이 반갑다. 타투이스트의 자격 부여 방식, 법의 제재 범위에 관한 이견은 존재하지만, '문신 = 의료 행위' 라는 법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묻고 싶다. 이게 하나의 예술, 혹은 그림으로 보이는지, 의료 행위로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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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은 다양해졌고 이에 따라 문신의 인식은 변화해왔으며, 새로운 문신들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과거부터 문신하면 떠올리는 다소 강한 디자인부터, 멋진 문구를 다양한 폰트로 새기는 레터링, 자신을 상징할 수 있는 여러 꽃들 (탄생화 등), 낙서 느낌의 키치한 그림, 좋아하는 영화의 장면, 부모님의 손글씨, 반려동물, 가족사진 등등을 몸에 새기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안 좋은 흉터를 커버하기도 하고, 자해 흔적을 커버하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문신은 이제 하나의 추억이 되고, 이야깃 거리가 되고, 소중한 존재를 기억하는 방식, 그리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나에게도 귀여운 문신이 6개 있다. 처음엔 정말 소심하게, 아주 작은 달과 별로 시작했다. 문신에 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쳤을 때, 스스로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싶은 의도였고, 별 거 아니지만 그걸 보면 힘들었던 시간과 그리고 그걸 이겨낸 나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작고 별 거 없어 보이는 게 내 자신감을 채워준 것이다.

 

그렇게 나는 좌우명이라고 하면서도 잘 지키고 있지 않은 문장을 새기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고, 힘든 시기에, 초심을 잃었을 때 하나씩 새로운 가족을 맞이했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문득 이들을 보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타투이스트들의 예술 행위는 누군가에게 위로이고, 추억이고, 용기다. 부디 이 문화지체 현상이 해결되고, 그들의 행위들이 인정받아 법의 울타리 안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권리가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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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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