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상해도 괜찮아!"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

글 입력 2021.07.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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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서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 당하는 순간은 그리 빈번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들었던 감독과 배우가 참여하지 않은 작품들이 대거 상영된다는 점에서 영화제 관객들은 몇 줄의 시놉시스에 의지한 채 작품을 선정해야 하는 촉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응원하고 싶은 작품을 만나는 건 과장 조금 보태서 하늘이 내린 인연이라 말할 수 있다.


운 좋게도, 올해 25번째를 맞이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그런 반가운 인연들을 세 차례 맞이했다. 물론 취향의 차이를 고려하여 이번에 소개될 세 작품이 모두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번 영화제의 모토인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취지에 걸맞은 상상력만큼은 누구라도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번 지면을 빌려 소개드리는 3편의 영화제 작품은 모두 7월 18일까지 '웨이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감상 가능하다. 팬데믹 사태로 외부 활동이 어려운 분들께는 기이하면서도 기발한 바이브로 가득한 작품들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PICK 1.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 The Feast

프로그램: 부천 초이스 / 감독: 리 헤이븐 존스


 

영국 의회 의원인 그윈과 아내 글렌다 그리고 두 아들이 저녁 만찬을 위해 웨일스 지역의 럭셔리한 저택에 도착한다. 만찬을 돕기 위해 마을 처녀 카디가 고용되고, 만찬을 준비하면서 그윈 가족과 카디 사이에는 묘한 시선의 교차가 이어진다. 만찬의 손님들이 도착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긴장감은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폭발한다(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공식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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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만의 특색을 꼽자면 단연 가감 없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짙은 장르적 색채! 심장을 하염없이 쥐어짜는 서스펜스와 상업 영화에서는 쉽게 마주하기 힘든 표현 수위로 중무장한 작품들을 매년 소개해오며 국내 영화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는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를 찾는 영화팬들이 기대하는 선홍빛 가득한 장르적 색채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호러 장르 내에서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 모티브를 중심으로 아버지의 자리를 노리는 자식들의 욕망과 더 큰 재물을 탐하는 자본가들의 욕구가 영화 전체를 감싸는 불편한 분위기를 형성시킨다.

 

지극히 정적이다 못해 부동자세를 시종 유지하는 카메라는 내면에 꿈틀거리는 저마다의 욕망을 대조적으로 부각시키며 영화의 기묘한 정서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PICK 2. <핑크 클라우드> The Pink Cloud

프로그램: 월드 판타스틱 블루 / 감독: 이울리 제르바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분홍색 구름이 전 지구의 맑은 하늘을 서서히 뒤덮고, 모든 사람들은 집 안에 갇혀 바깥 출입을 금지당한다.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 지오바나와 야고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갇혀버린 두 사람은 몇해 동안 계속되는 격리 상태를 겪으며 커플이 되고, 부부가 되고, 아이도 낳고, 화상통화를 통해 바람까지 피운다(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공식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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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팬데믹 사태를 반영한듯한 <핑크 클라우드>의 이야기는 이미 2017년도에 기획되었다.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과 너무나도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핑크 클라우드>의 서사는 당연시되었던 일상의 변화에 내포된 의미를 깊게 생각하게끔 이끈다.

 

보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분홍빛 외관과 달리, 노출되는 즉시 죽음으로 이어지는 구름으로부터 노출되지 않은 채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관객들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첫날밤 우연히 만남을 가진 두 남녀가 외부와 격리된 채 평생을 같은 공간에서 살게 되었다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영화는 변화를 직면했을 때의 반응하는 인물들을 주목한다.

 

어쩔 수 없는 환경 변화로부터 수긍하는 남자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창한 날씨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맡았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여자. 동상이몽에 부합하는 상황들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구름이 상징하는 변화의 풍랑 앞에서 우리가 대해야 할 자세를 숙고하게 만든다.

 

 

 

 

SF 장르에 나올법한 최첨단 기술 대신, 현실지향적이면서도 은은한 색채와 포근한 질감이 감도는 미장센은 그 자체로 충분히 눈을 즐겁게 한다. 더불어, 기이하면서도 매혹적인 관능이 공존하는 분홍빛 구름을 연상시키는 Caio Amon의 몽환적인 사운드트랙 또한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다.

 

 

 

PICK 3. <슈퍼히어로> Super Hero

프로그램: 패밀리 존 / 감독: 김민하


 

청주의 한 시내에서 어린이 특촬물 ‘골드 타이거’를 공연 중인 배우 기영과 우영, 그리고 해리. 최고의 어린이 극을 선사하겠다는 그들의 당찬 야심과 달리 관람석은 매번 텅 비고, 죽느냐 사느냐의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은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인가?(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공식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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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밀린 임대료를 해결하지 못한 극단 배우들은 어린이 관객을 유치하고자 사방팔방 뛰어다니지만, 돌아오는 것은 늘 재미없어 보인다는 매몰찬 평가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팬데믹 사태로 외부 활동을 장려할 수 없는 외부적 환경 또한 이들의 목덜미를 잡게 만드는 주된 요인. 영화 <슈퍼히어로>는 가족들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소재와 쓰린 현실이 공존하는 오묘한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얼핏 유치해 보일지라도 그 속내는 김민하 감독의 절치부심이 담겨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장편이다"라는 마음으로 <슈퍼히어로> 제작에 임했다는 감독의 진심은 관객 대기석을 침대로 삼을 만큼 처지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일의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극 중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서 제대로 드러난다.

 

쓰린 현실 앞에서 휘청이는 배우들의 모습은 웃기면서도 서글픈 감이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낸 끝에 맞이한 배우들의 진심 어린 모습은 제목 그대로 히어로 행위를 통해서 그 빛을 발휘한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모토, "이상해도 괜찮아!"에 걸맞는 톡톡튀는 감성이 그야말로 2-30대 '어른이'들에게 딱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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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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