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데이터의 바깥 [문화 전반]

우리는 데이터의 주권을 가지고 있는가
글 입력 2021.07.12 13:2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앱이 다른 회사의 앱 및 웹 사이트에 걸친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겠습니까?”

 

최근 아이폰으로 새로운 앱을 실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알림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자체적인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당신의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냐’는 뜻이다. 나는 보통 ‘추적 금지 요청’을 누른다. 그동안 사용자 데이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온갖 곳에서 수집되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있냐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그 사실을 막상 내 눈으로 확인하면 다소 거부감이 든다.

 

물론 각종 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의 수혜를 본 적도 없지는 않다. 넷플릭스와 왓챠는 귀신처럼 내가 좋아할 영화를 추천해주고, 유튜브도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영상이 업로드되면 재깍 피드에 올려준다. 구글에 가방을 검색하고 나면 잠시 후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가방 광고가 올라오는 것도 (조금 무섭긴 하지만) 편리하다.

 

이처럼 미디어 서비스가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주된 이유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도 분명 있었다. 정치적 성향이나 성적 지향처럼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개인정보가 알고리즘을 통해 노출되기도 했고, ‘이루다’라는 AI 챗봇이 개발사의 다른 앱에서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의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이용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이런 사건들은 오늘날의 미디어 생태계에서 나의 데이터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그리고 원치 않는다면 나의 데이터가 수집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지 고찰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QR.jpg

출처: 카카오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상기한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기 전에 시작된 유례없는 팬데믹은 개인의 데이터가 더욱 철저하게 수집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특정 지역에서 몇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는지, 확진자의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 집단 감염이 일어난 구체적인 장소가 어딘지 즉각 확인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나의 동선이나 출입 기록 같은 데이터 역시 철저하게 수집, 유통된다.

 

팬데믹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은 터라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평가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팬데믹은 오늘날 미디어를 통해 개인의 데이터가 어떤 규모로 얼마만큼 수집되고 있고, 또 수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팬데믹이라는 예외 상태는 사람들이 데이터화를 일종의 의무로 받아들이게 했다. 이전까지 개인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선택 사항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당위성 아래 개인의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시대가 된 셈이다.

 

핵심은 이와 같은 통제의 당위성이 정치, 계급의 차원이 아니라 생명의 차원에서 얻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푸코가 말한 근대적 생명 권력(구성원의 생명을 보장하고 육성하는 권력)의 새로운 형태다. 예외 상태의 생명 권력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작동하며, 이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에 대한 전방위적 통제는 억압이 아닌 관리가 된다.

 

이런 구조는 데이터화를 거부하는 개인을 그저 ‘악한’ 존재로 전락시켰다. 이런저런 사유로 데이터화를 거부한 사람들은 다른 존재가 아니라 틀린 존재가 되었다. 특정 미디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이제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는다. 사회적 예외 상태 아래 생명 권력이 개인을 데이터화하고 감시하는 것을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데이터화를 거부하는 인간을 합법적인 악으로 규정하는 상황은 과연 옳은가?

 

 

zachblas_edith-russ-haus_fws02.jpg

출처: 작가 개인 홈페이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열린 전시였지만, MMCA의 ‘불온한 데이터’전은 어떤 의미에서 지금, 여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였다. 빅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초래하는 현상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주제로 삼은 전시에서 자크 블라스는 안면 인식 기술로 탐지될 수 없는 플라스틱 가면인 <얼굴 무기화 세트>로 데이터화의 폭력성에 물음을 던진다.

 

작가는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로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를 언급하는데, 안면 인식 데이터에 기반한 딥 러닝으로 개인의 성적 지향 및 정치적 성향을 추정한 이 연구는 결과의 정확도가 아주 높지는 않았지만(약 70%) 향후 기술이 인간을 어디까지 해체하고 데이터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처럼 개인의 모든 것이 데이터 단위로 식별되는 날이 온다면, 데이터의 바깥으로 도망쳐야 하는 것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

 

팬데믹이 사람들에게 남긴 것은 어쩌면 ‘데이터화의 당위성’일지도 모른다. 빅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이뤄낸 성공적인 K-방역의 이면에는 사회 구성원의 철저한 데이터화가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빅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대한 성찰적 사유 없이, 해당 기술의 필요성만을 너무 일찍 접한 것일지도 모른다. 철저한 데이터화가 사회의 정상성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느낀 만큼, 데이터의 바깥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은 더 쉽게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물론 팬데믹이라는 예외 상태가 끝나고 나면 강제적인 데이터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보가 권력인 시대에 이미 수집된 수많은 데이터를 관리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이 데이터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이용될지 우리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나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면 편리함도 얻을 수 없고, 나의 데이터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쓰이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데이터의 주권을 갖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박호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18541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09.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