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젠 어른도 아이도 아닌 청소년들의 이야기 [공연]

글 입력 2021.07.1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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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작품을 기다린다는 것. 그것도 10년을 기다린다는 것은 나에게 흔한 일이 아니다.


하나의 작품이 공연을 마친 후 다시 극장으로 돌아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내가 기다리는 작품이 어쩌면 '아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2007년 미국에서 연극·뮤지컬 분야 최고의 상으로 여겨지는 '토니상'에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한 8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논란이 되는 소재들을 과감하게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 언제 돌아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작품. 청소년 시기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다룬 작품. 사춘기 청소년이 어른으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격렬한 변화를 대사와 음악, 안무로 무대에 옮겨놓은 작품.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2021년 여름 한국에, 새로운 캐스팅으로 돌아왔다.

 

 

캐스팅.jpg

 

 

 

줄거리



1891년 독일은 어른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어른들이 만든 강압적 세상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벤들라'. 자신의 몸이 겪는 변화와 아기의 탄생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엄마에게 자신의 궁금증을 물어보지만, 엄마는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한다. 극 중간에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데 그는 자신의 선택에 어떤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을지 무지했고 이로 인해 그의 인생이 급변한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열등생 '모리츠'. 가족에게 용기 내어 솔직하게 학업 문제를 털어놓지만, 아버지에게는 아들이 겪는 어려움보다 자신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 '벤들라'와 마찬가지로 사춘기를 겪으며 육체적·정신적 변화를 경험하며 자신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는 환상들에 수치심을 느낀다.


친구들의 우상과 같은 존재이자, 자기 생각이 뚜렷한 학교 우등생 '멜키어'. 정해진 답만을 요구하는 학교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설명해보려 하지만, 획일화된 교육을 강요하는 어른들의 세상은 그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다른 친구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친구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알려준다.


'벤들라'의 친구 '마르타'는 아버지에게 학대받으며 두려움을 느끼지만,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털어놓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처를 오롯이 인내하려고 한다. 유약한 성격의 '에른스트'는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어쩌면 자신이 동성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중요한 정보를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전달하지 않고, 보수적인 생각으로 어른의 생각을 그저 따르기를 강요하는 억압적인 태도만을 취한다. 젊은 여성으로서 알아야 하는 지식을 가르치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학습하며 남다른 생각을 지닌 학생을 야단치며, 심지어 '어른'들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불행한 일을 '아이'의 책임으로 돌리는 비열한 선택까지 한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시작


 

뮤지컬은 19세기 독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제목이 한국어로 '눈 뜨는 봄'으로,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된다. 극 작품은 1891년에 공개되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이야기 소재로 다루기 때문에, 15년이 지난 1906년에서야 독일에서 공연될 수 있었다.


원작의 내용을 바탕으로 200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다. 달라진 점은 독일에서 공연된 작품과 달리 뮤지컬의 형태였다. 데뷔 음원 'Barely Breathing'으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55주 연속 1위를 달성하고, '그래미상'에서 '최우수 남성 팝 보컬 퍼포먼스상'을 받은 'Duncan Sheik'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는데, 얼터너티브 락 장르를 활용하여 사춘기 인물들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잘 담아냈다.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캐스팅이 지금 시점에서 보면 상당히 인상적이다. 극에서 '멜키어'역은 영화 <겨울 왕국> 시리즈에서 '크리스토프' 목소리를 연기한 '조나단 그로프'이고, '벤들라'역은 미국 드라마 <글리> 시리즈에서 '레이첼'을 연기한 '레아 미셸'이며, '게오르그'역은 영화 <피치 퍼펙트> 시리즈에서 '제시'를 연기한 '스카일러 애스틴'이다.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배우들일 수 있지만 내가 이 작품을 알게 되는 기회를 제공한 정보이기 때문에 꼭 전하고 싶다.)


사춘기의 강렬함이 가장 잘 담겨있는 곡은 1막의 'The B**** Of Living'과 2막의 'Totally F*****'이다. 억압받는 청소년들의 고통과 자유를 열망하는 마음이 언제나 '심한 말'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두 곡은 어른들 앞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솔직한 속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인지 사전에 곡에 대한 정보가 없이 공연을 보면 당황하게 될 만큼 가사에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이 가득하다. 글에 담기 어려울 만큼 강렬한 언어들로 채워진 노래지만, 멜로디가 굉장히 경쾌하고 중독적이라서 처음 들어도 금방 따라 부를 수 있다.

 

 

이런 뭣 같은 인생 (이 뭣 같은)

손을 내밀지 (뭣 같은 예)

이런 뭣 같은 인생 내 손을 잡아줘

 

The B**** Of Living - <스프링 어웨이크닝> 1막 中


 

화려하게 뮤지컬계에 등장한 이 작품은 2009년에 드디어 한국 무대에서 공연하게 된다. 한국 초연 캐스팅도 브로드웨이와 비슷하게 지금 보면 놀라운 배우들로 구성되었다. 미국에서 화제작이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초연 이후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앙상블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제4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최우수 외국 뮤지컬상과 남우 조연상을 수상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극으로 인정받았다.

 

 

 

10년을 기다려 돌아온 <2021 스프링 어웨이크닝>



단체2.jpg

 

 

2011년 재연이 된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극에 등장하는 청소년 인물들보다도 어렸던 학생은, 이제 청소년과 어른 그 사이 나이가 되어 인물의 심리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글의 시작에 10년을 기다렸다고 했지만, 생각해 보면 당시에 작품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뮤지컬이 청소년의 충동과 반항을 숨김없이 그리는 만큼 관람 가능 연령이 17세 이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한국에서 세 번째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버전이 아닌, 2018년 영국 맨체스터 버전을 기본으로 한국 창작진이 재창작한 '세미 레플리카 버전'으로 선보인다고 전해진다. 이번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열린 공개 오디션에서 1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신예로 구성되었다. 지난 공연들과 달라진 점은 성인 역할을 제외한 11개의 역할이 모두 더블 캐스팅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더 많은 배우에게 기회가 주어진 변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래 기다렸던 만큼 프리뷰 기간으로 예매해서 보았다. 작품을 처음 감상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음악에 맞춰 인물들이 격정적인 안무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춤이라기보다는 어떤 몸짓에 가까웠다. 인물들은 몸을 자유롭게 곡선의 흐름으로도 사용하고, 단단하게 각 움직임을 끊어서도 사용했다.

 

이런 역동적인 신체의 활용은 음악과 잘 어울렸고, 인물의 심리를 훌륭히 표현해냈다. 또 메인 싱어와 함께 여러 목소리가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장면에서는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극의 주요 인물이 아니라도 각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던 것도 관객 입장에서 다양한 음색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기대했던 극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기쁜 마음에 들었고 다행히 기대만큼 만족스럽기는 했지만, 사실 뮤지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모든 장면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방황하는 청소년이기 때문인지 인물의 선택, 행동에 몸이 흠칫 놀라고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자신과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일부분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10년을 기다린 작품에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보고 싶었던 작품이기 때문에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넘버가 익숙했지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이었기 때문에 한국 가사로 접하는 신선함이 있었다. 직접 뮤지컬을 보기 전부터 가장 기대하던 넘버가 있었는데, 한국어로 들으니 인물의 감정이 더 잘 전달되었다. 특히 빛을 내는 봉을 활용한 연출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뮤지컬을 보면 더 마음에 와닿고, 뮤지컬을 보지 않더라도 위로가 되는 서정적인 음악이라 글을 마무리하면서 나누고 싶다.

 

 

너 떠나네 너 떠나네 

영영 가네 영원히 집을 두고 


아직 하고픈 일들 많은데 

부모의 그 바램 네가 가야 할 

수많은 길 너의 모든 꿈

 

Left Behind - <스프링 어웨이크닝> 2막 中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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