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K팝 덕질 문화는 변화한다, 팬 플랫폼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7.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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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K팝과 팬 문화는 공동체였다. 90년대에는 공개 스케줄이 있었고, 2000년대에는 아이돌과 직접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팬레터 프로그램 ‘UFO TOWN(유타)’이 있었다. 그리고 2010년대를 지나 뉴미디어 시대에 도래한 현재는 앱으로 아이돌과 다방면으로 소통할 수 있는 팬 플랫폼이 구축되었다.

 

기존에 공식 홈페이지나 팬 카페, 팬 페이지 등을 통해 이루어지던 것이 팬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쌍방향 소통으로 변화되었다. 가수들의 팬 서비스는 그들의 업무 중 하나로 여겨져 이전부터 팬들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했고, 팬덤의 힘으로 거대한 수익이 창출된다는 사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으로 만날 기회가 없는 지금 소통의 중요성은 서비스 차원을 넘어서 영향력에까지 확대되었다. 코로나19가 미래를 앞당긴 것이다. 이에 몇몇 회사에서는 팬덤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사업체를 구상하여 팬 플랫폼을 개발하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팬 플랫폼으로 하이브의 ‘위버스’, 디어유의 ‘버블’,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가 있다. 팬들의 플랫폼 선택 기준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속했는지의 여부이다. 이에 각 제작사는 단순히 팬심만으로 가입자 수를 늘려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앱을 더 오래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추가시켜 새로운 유입의 지향점을 만든다. 각각의 팬 플랫폼은 소속 아티스트부터 운영방식, 기능 등이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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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스는 하이브(전 빅히트 엔터)가 제작한 팬 플랫폼으로 2019년 6월에 론칭되었고, 가장 규모가 크다.

 

하이브 소속의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은 물론이고 타 소속사의 다수 국내 아티스트가 있으며, 최근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면서 여러 해외 가수들도 확보했다. 위버스는 다른 팬 플랫폼에 없는 해외 아티스트를 입점하면서 전 세계 팬들의 접근을 쉽게 하였다.

 

위버스의 구성은 기존의 팬 카페 운영방식과 비슷하다. 팬들이 자유롭게 게시물을 작성하면 아티스트가 댓글을 달거나 아티스트가 작성한 게시물에 팬들이 댓글을 다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하이브는 위버스를 출시하면서 팬 카페 운영을 중단하고 가수와 팬 사이의 소통 창구를 위버스에 주력했다.

 

위버스는 로그인을 한 후 원하는 아티스트를 추가하기만 하면 손쉽게 해당 아티스트의 커뮤니티에 소속될 수 있다. 팬 카페에서 고수하던 정회원 승격을 없애면서 쉬운 접근성을 구축했지만,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특성에 따라 간혹 불건전한 게시물이 작성되기도 하는 단점이 있다.

 

하이브는 위버스와 함께 MD, 콘텐츠, 온라인 콘서트 티켓 등을 판매하는 위버스 샵을 출시했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방탄소년단의 팬 미팅 역시 위버스 샵에서 티켓 구매를 해야만 했고, 전 세계 약 133만 명의 팬들을 위버스로 집합 시켜 약 79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로써 팬 플랫폼은 단순한 팬 문화가 아닌 하나의 사업체이자 주요 수익창출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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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은 SM 엔터의 자회사인 디어유에서 제작한 프라이빗 메시지 팬 플랫폼으로 2020년 2월에 론칭되었다. 얼마 전 JYP 엔터에서 214억을 투자하면서 JYP 소속 아티스트들이 입점했고, SM 소속 아티스트를 포함해 약 13개 엔터의 150여 명의 아티스트가 버블에 참여하고 있다.

 

버블은 앞서 설명한 위버스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 번째로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팬 카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위버스와 달리 버블은 자신이 선택한 아티스트와 단둘이 채팅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프라이빗 메시지로 운영된다. 예전에 한창 인기 있었던 ‘UFO TOWN’과 비슷한 운영 방식이다. 두 번째로는 이 서비스가 ‘유료’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한 명의 아티스트당 월 구독료 4,500원이 있으며, 자신이 두 명을 하고 싶으면 두 배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

 

채팅방은 한 명의 아티스트와 다수의 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오직 아티스트의 휴대폰에서만 다수의 팬이 보일 뿐, 팬들의 휴대폰에는 아티스트와 본인밖에 없기 때문에 1대1로 대화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실 아티스트는 몇만 개에 달하는 메시지를 받기 때문에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읽었는지에 대한 확인조차 되지 않지만, 이는 팬들이 월 구독료를 지불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비공개 사진과 일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강력한 팬덤의 힘이 선명히 드러나는 것이다.

 

처음 버블의 출시 소식이 나왔을 때 월 구독료로 운영되는 방식에 대한 비난이 꽤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유료 구독자 수 100만 명 중 해외 비중은 약 70%에 달했고, 늘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던 디어유는 버블을 출시하면서 흑자로 전환했고, 올해 1분기 매출 89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을 기록했다.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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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는 셋 중 가장 후발주자로 IT 기업인 엔씨소프트가 2021년 1월에 출시한 팬 플랫폼이다. 현재 큐브 엔터 소속 아티스트와 강다니엘, 위아이 등이 입점해있다. 버블과 위버스에 비해 다소 약한 라인업이지만 탄탄한 모회사의 지원으로 꾸준히 이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유니버스의 운영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버블과 마찬가지로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가수에게 프라이빗 메시지를 받을 수 있고, IT 기업의 제작이라는 명성을 보여주듯 콘텐츠와 게임을 결합했다.

 

앱을 이용해 팬들은 미션을 수행하고 업적을 달성하면 게임머니로 불리는 ‘클랩’을 받는다. 이는 MD 구매와 팬 미팅 응모권 등에 사용할 수 있고, 게임을 플랫폼에 접목하면서 유니버스 사용을 더욱 권장시킨다.

 

또한, 유니버스 자체 세계관을 구축해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다양한 자체 콘텐츠를 생산한다.

 

 

 

콘텐츠는 돈이고, 팬덤도 돈이다.


 

초등학생 장래 희망 TOP 10에 유튜버가 들어가고, 바이럴 마케팅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지금은 콘텐츠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유튜브에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연예인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영상은 얼마 되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사이 유튜브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주 연령층은 MZ세대이다. 이들은 돈과 소비에 편견에 없는 소비자로 자본주의적 요소에 친숙하고 자본주의 생리를 몸으로 체득한 세대이다. 최대한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고 콘텐츠나 광고에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기꺼이 소비하는 행태를 보인다.

 

대부분의 팬덤에서 MZ세대 비중은 매우 크다. 아마 각 제작사는 MZ세대의 소비행태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를 시도했을 것이다. 그들의 예측은 정확했고, 팬덤은 경제로 발달하여 콘텐츠와 결합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보였다. 콘텐츠와 팬덤의 결합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예시로 음악방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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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1%라는 저조한 성적을 띄는 음악방송이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직캠 영상’이 있다.

 

음악방송 유튜브 채널에 티브이로 송출되는 무대 영상만을 업로드 하는 것이 아닌, 그룹 전체 직캠과 개개인의 직캠, 앵콜 직캠 등을 전부 업로드 하여 카메라에 비치지 않는 모습까지 모두 공개해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많게는 1억 뷰까지 있는 직캠 영상은 음악방송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콘텐츠가 됐고, 팬덤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사랑은 ‘희생’이다. 오랜 시간 기다리는 건 일상이고, 자신의 아티스트를 위해 돈을 지불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삐딱한 시선을 받으며,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다. 가장 견고하면서도 연약한 팬들의 사랑이 새로운 경제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팬덤 경제는 무수히 발전할 것이며, 많은 회사에서는 이를 끊임없이 이용할 것이다.

 

트렌드는 절대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위 세 가지 팬 플랫폼 외에도 더 많은 것들이 개발되는 것은 물론, 이제껏 보지 못한 기발한 기능으로 덕질의 판도가 뒤집히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될 거로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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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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