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라 시대 한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돌아보는 우리의 현주소 - 그 곳이 멀지 않다

새로운 세대를 열어가는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하는가
글 입력 2021.07.0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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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통과 기성세대의 말은 언제나 옳은가


 

연극 <그 곳이 멀지 않다>는 지금으로부터 다소 먼 옛시절, 신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원술'은 당시 엄청난 공적을 세우며 장군의 지위에 있던 김유신과 나라의 수장을 맡고 있던 태종무열왕의 딸 지소의 사이에서 난 외아들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 치자면 둘도 없는 금수저, 아니 다이아 수저라는 말이다.


원술은 미래의 장수를 길러내는 화랑도 수업에서 친구 산새, 삼릉, 안남과 함께 소위 '인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검술 도중에는 질 것 같은 예감이 들자 꾀병을 부리고 성적표를 조작하는가하면 클럽에서 한바탕 놀다 환각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광대버섯까지 접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어쩐지 머나먼 시절의 이야기임에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자신 세대에서 일구고 소중하게 만들어온 기반을 다음 세대인 아들 원술이 그대로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에 원술을 다그치는 김유신과 그런 강압적인 아버지의 밑에서 벗어 나고 싶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방탕한 생활을 하는 원술. 당장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지금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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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 자신도 의문이 들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어째서 우리는 기성 세대가 가르치고 이끄는 그대로의 '올바른' 삶을 살아야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부터 전해져 내려왔는지 모를 그 단단한 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조각을 가지고 있다면 항상 그것을 고치거나 버리기를 강요 받는다. 어쩌면 그 조각들이 모여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원술은 기성세대의 압박에 못이겨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전장에서 공을 세우기 위해 애쓴다. 이 과정에서 그러나 그는 알고 싶지 않았던 끔찍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모두가 금수저인 주제에 방탕한 삶을 사는 그를 아니꼽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설사가상으로 그가 누구보다 믿었던 친구들 사이에는 간첩이 있었고, 그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10년지기 소꿉친구를 잃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어쩌면 원술은 뼈저리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기성세대부터 아무 의심 없이 따라왔을 탄탄대로처럼 보이는 길 끝에는 결국 무엇하나 남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는 결국 전장에서 도망쳐온 이후 방황자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그저 반항하기 위해 살아온 이전과는 달리 그의 눈빛에는 어떠한 확신이 있었고, 몸짓은 매우 당당하고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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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원술이 '하고자 하는 일', '있고자 하는 위치'를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었다.

 

여태까지 매체에서 보아온 기성 세대의 의견과 명령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인물에게는 '꼭 하고 싶은 일'이 있길 마련이었다. 예를 들면 명문 의사 가문에서 의사로서의 소명을 거부하고 예슐의 길로 들어선다든지 말이다. 그러나 원술은 달랐다. 그는 아무런 계획도, 목표도 없었기에 오히려 자유로워 보였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기성세대의 틀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맞춰오던 이가 어떻게 한순간에 자신의 새로운 목표를 찾아 나아갈 수 있겠는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는 어쩌면 '방황의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목표와 위치를 찾아 자유롭게 '무엇이든' 되어볼 수 있는 시간이야말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대를 열어갈 키워드일지도 모른다.

 

 

 

B급 코드를 가장한 연극적 기법


 

이 극은 분명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계속해서 '현대'를 암시하는 듯한 소품과 배경이 등장한다.

 

원술이 화랑도 수업이후 친구들과 '클럽'을 간다든지, 김유신과 그의 친구이자 원술의 선생님이 함께 '골프'를 친다든지 등의 상황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장면을 접하면서 관객은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게 되고, 끊임없이 이 극이 주는 메세지와 현실을 연결짓게 된다.


이는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복, 소품 등에서도 느껴볼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원술이 광대버섯에 취해 희명을 친 이후, 경찰이 그의 집에 들이닥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다. 이때 경찰은 정말 현대 걍찰들이 입는 유니폼과 유사한 옷을 입고 나타난다.

 

이러한 장면에서 관객은 현대의 공권력과 극의 메시지를 연결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기법을 이용해 이 극은 끊임없이 의도적으로 관객의 집중도를 환기하고 현실과의 연결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러한 연극적 기법은 어쩐지 브레히트의 서사극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극 중 인물들의 대사와 상황에 몰입해 ‘신라 시대’의 원술과 김유신에 집중하고 있으면 뜬금 없는 현대적인 요소들이 끼어들어 이들을 우리 주위의 전통적이고 엄격한 아버지와 적당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방황하는 한 소년을 떠올리게 한다.

 

덕분에 이 극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러한 기법을 타고 강조되고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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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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