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럭>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글 입력 2021.06.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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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되었을 때의 내 반응이 아직도 머릿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방송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장면을 보고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는 기억한다.


‘새로 시작한 건가? 음... 딱히 끌리진 않네.’ 라고 생각하며 뒤로가기를 눌렀다.

 

그 후 이 프로그램에 대해 아는 것도, 관심도 제로인 상태로 지내던 어느 날 우연히 다시 이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었다. 첫 방송 때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다른 곳에 눈을 돌렸을 법도 한데, 편한 자세로 고쳐 앉아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가운데에 앉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어서였다. 평소 내가 잘 모르는 직업을 가진 그 사람은 본인의 일에 대해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특별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니 하나하나 프로그램을 찬찬히 보게 됐는데, 그 중 눈에 들어온 것은 개그맨 유재석과 조세호가 경청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찌나 그 모습이 따듯하고 크게 보였는지 타 예능에 비해 약소한 스튜디오와 작은 의자,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무척 커보였다. 또 하나는 주제였다. 잘 정한 주제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조화를 이루고, 하나의 책처럼 느껴졌다. 이런 점에서 신선함과 강한 이끌림이 느껴졌다. 그 날 이후로 방송을 챙겨봤다. 매회 따듯함과 교훈을 주는 매력에 빠져버렸고, 그렇게 나는 뒤늦게 <유퀴즈>의 팬이 되었다. 예능인데도 긴 여운을 주고, 소중한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6월 2일에 방영한 109화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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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주제로 모인 사람들은 배우 박정민, 플랭크맨 김영달 선생님, L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 윤여순, 보건소 의사 신승건이다.


네 사람은 성별도, 자라온 환경도, 직업도, 성향도 다르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정신은 서로 닮아있었다. 그들은 길 끝에서 또 다른 길을, 마지막에서 시작을 만들었다.


첫 번째로 출연한 배우 박정민은 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조연상을 수상했다. 이 배우는 순탄하게 배우의 길을 걸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영화 ‘파수꾼’으로 얼굴을 알리게 되었지만, 무명생활은 계속 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막막하기만 한 상황에 그는 연기를 그만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때, 기적처럼 기회가 찾아온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던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던 그는 기회를 단숨에 잡았다. 그 뒤 여러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았고, 끊임없이 재능과 노력을 드러내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조연상까지 수상했다. 연기를 향한 열정과 노력이 지금의 배우 박정민을 만든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데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났다. 나뿐만 아니라 현실만 쫒느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들여다보지 못한 청소년과 청년들,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지만 지친 사람들에게도 그의 이야기가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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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출연한 사람은 플랭크맨 김영달이다. 그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매일 정확한 자세로 플랭크를 한다. 플랭크 덕분인지 젊은 사람들보다 더 건강해보였다. 그동안 나는 나이가 들면 뭘 하든 무리하는 것 같고, 운동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를 보면서 조심하는 것은 좋지만 모든 가능성을 막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플랭크 외에도 다른 것들을 배우고, 도전하고 있다. 그에게 배움 또는 도전에 있어서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며 지식과 지혜, 건강을 얻었다. 나도 계속 성장하고 배워야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으면서 은연중에 나이라는 핑계로 뒷걸음질 쳤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눈을 반짝이던 나는 이제 사라진지 오래며 다시는 가질 수 없다고 여겼다. 얼마나 살았다고 그렇게 거만한 생각을 했던 것일까. 부끄러웠다. 그를 보면서 더 이상 나이라는 핑계로 도망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도 어릴 때의 빛나는 눈빛을 다시 가질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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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출연한 사람은 L그룹 최초의 여성임원 윤여순이다. 그녀는 여자 임원이 거의 없었던 시대에 당당하게 임원의 자리를 맡게 되었다. 그것도 주부의 몸으로. 스카우트 돼서 입사했지만 그녀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힘들어도 꿋꿋이 버텼지만 결국 지친 그녀는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며 대신 뭐라도 해내고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녀의 마지막 결심은 인정 받는 시작이 되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를 받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을 겪기도 하지만 당당하게 맞섰다. 뒤로 물러나지 않는 굳센 의지와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그녀는 오랜 시간동안 능력을 인정 받고, 자리를 지켰다. 현재는 또 다른 도전으로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걷고 있다. 인터뷰 하는 내내 그녀에게서 일을 향한 열정과 자부심이 드러났었다. 위대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기운이었다. 그것이 여자도 남자도 아닌 커다란 한 인간으로 보이게 했다. 이제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대중의 시선 또한 달라졌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편견 때문에 눈치 보느라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는 주부들이 윤여순의 이야기가 용기를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편견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가족이나 동료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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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출연한 사람은 보건소 의사 신승건이다. 그는 세 번의 심장수술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다른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었다. 세 살 때 처음 심장수술을 받고 그 후 두 번의 수술을 더 받았다.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것을 직접 실화로 들으니 놀라기도 했고, 코끝이 찡해졌다. 특히 그동안의 힘들었던 것을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과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내며 의사가 된 이야기가 방송이 끝나고나서도 계속 가슴에 남았다. 만약 나였다면, 그처럼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건강 때문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왜 하필 나라며 세상을 부정적으로 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앞을 향해 나아갔다. 꿈도 가졌고, 그 꿈을 이뤘다. 그의 생활을 직접 들여다본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만으로 평소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건강하고, 보람되고, 좋은 기운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 방송을 본 날이 왠지 모르게 불평불만만 가득했던 하루였는데, 그를 보면서 반성했고 또 한 번 나의 삶에 고마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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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의 원래의 포맷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포맷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고, 작은 스튜디오에서 섭외한 사람들을 인터뷰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첫 방송부터 좋게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유퀴즈>의 매력은 신선함과 색다른 재미였다. 스튜디오가 아닌 길거리로 나가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 미리 섭외된 사람, 장소도 없이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듣다가 시간이 다 되면 단호하게 Bye를 외치는 방식.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등 짜여 있는 게 아닌 만큼 파란만장한 상황을 지켜보는 재미 말이다. 보통 시청자를 사로잡은 재미가 사라지면 방송은 대부분 인기를 잃거나 종영하게 된다. 하지만 <유퀴즈>는 달랐다. 다른 예능과 비슷한 스튜디오 + 인터뷰 방식이지만 <유퀴즈>만의 개성을 찾아갔다. 그것이 지금까지 팬도 잃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심지어 나처럼 새로운 팬까지 얻었다. 109회의 주제처럼 이 프로그램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 셈이다. <유퀴즈>를 비롯해서 끝에서 시작을 만들어낸 네 사람의 이야기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 주부 또는 나이 등 처한 상황 때문에 하고 싶은 일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 길 끝에서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응원이 되길 바란다.

 

 

[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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