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2017)>와 <페르소나: 키스가 죄(2019)>, 그리고 전고운 감독

글 입력 2021.06.1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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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소공녀(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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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술, 남자친구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미소. 그런데 가사도우미 일당은 그대로건만 담뱃값은 올라버렸다. 포기 못 하는 담배 대신 월세를 희생하기로 결정한 그녀.’ 2019년, 넷플릭스 작품을 찾아 헤매던 중 이 흥미로운 문장을 읽어버린 필자는 무턱대고 <소공녀>를 재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떻게 이런 영화를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정말 단숨에 엔딩을 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미소’는 가사도우미이다. 온종일 쓸고, 닦고, 씻고, 돌리고. 그렇게 하루 45,000원을 버는 것이 그녀가 버는 수입의 전부인데, 월세와 식비, 담뱃값과 하루 한잔 위스키 값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시 빠듯하다. 그런데 하루아침 사이 50,000원이 올라버린 월세, 2,000원 값을 더 부르는 담배, 13,000원이 되어버린 위스키 한잔 값. 보일러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바퀴벌레와 함께 살아야 하는 쪽방에서 무엇이든 아끼고 쪼개며 생활해도 야금야금 올라버린 물가는 미소에게 선택과 집중을 요구한다. 그리고 미소가 궁지에 몰리는 순간, 우리는 함께 고민하게 된다. ‘월세를 확보하는 것과 술 담배라는 취향을 포기하지 않는 것, 이 중에서 선택해 마땅한 것은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필자는 미소의 선택이 결정되기 전, 일단은 급히 확신 없는 결론을 지어야 했다. ‘월……, 세를 먼저 만들어야겠지?’ 그러나 곧 미소의 로드무비는 조용히, 그럼에도 점점 강하게, 그 질문에 정해진 답이나 틀린 선택지 따위는 없다고 외친다. 선택하고 싶은 것을 고르고, 거기에 집중하면 그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어떤 선택을 한 사람이든, 누군가 자신과 다른 가치에 우선순위를 매긴 것에 대하여 나무라거나 내려다볼 자격은 딱히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미소에게는 ‘더크루즈’라는 대학교 시절 밴드 동아리 멤버들이 있다. 그들은 한때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고 목청껏 노래하며 즐겁게 술을 마시고 담배를 나눠 피는 청춘들이었다. 그런데 미소가 여전히 그 취향과 좋아하는 것들을 쭉 좋아하며 살아가던 반면, 다른 멤버들은 각자만의 다른 우선가치에 따라 전혀 다른 삶들을 살게 되었다. ‘문영’은 스펙과 자기 계발에 집중하며 더 높은 커리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점심시간마다 야근을 위해 혼자 포도당 수액을 맞는 것쯤이야 더 큰 회사를 향한 작은 노력일 뿐이다. ‘현정’은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남편에게 시집을 가 시부모 댁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고, ‘대용’은 20년어치 빚을 져 아내와 살 깔끔하고 예쁜 신혼집을 마련하게 되었다. 비록 두 인물이 꿈꿨던 안정적인 결혼생활은 펼쳐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록이’는 부족하지는 않은 집에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아들 대접을 받으면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다. 그리고 ‘정미’는 경제적 기반이 탄탄한 남편에게 시집 가 그들의 재력을 누리며 다른 직업 없이도 잘 살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모두 같은 청년 난민 신세에 있다. ‘청년 난민’은 안정적인 거주지 없이 표류하는 이들만을 일컫는 단어가 아니다. 소속된 곳과 공동체가 시원찮은, 부재하는 청년들은 경제적 여부를 떠나 모두 이 호칭의 범주에 속한다. 공동체와 소속감을 절실히 하여 자신에 대한 희생을 감수하거나, 주변의 인정을 받고자 목매는, 또는 사회 통념적 가치를 쫓다 스스로의 정신 안정적 서식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모든 청년들의 문제. ‘주체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청년들의 문제. 전고운 감독은 영화 <소공녀>를 통해 이러한 사회 양상을 청년적인 시각으로 크게 주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정미는 “나는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게 술 담배라는 것도, 그것도 한심하고, 그런 것까지 다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게, 네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 안 드니?”라며 미소를 나무란다. 사실 그녀의 그러한 언행은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시집을 간 대신 경제적으로 부유한 시부모의 재력을 제 것처럼 누리는 자신의 의존적 우선가치 실현방식에 당위성과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 또는 자신만의 우선가치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행위로서 강하게 꼬집고 넘어갈 수도 있는 요소였다.

 

또, 록이와 그의 부모는 대뜸 미소를 집에 들이고픈 탐나는 귀중품 정도로 취급하며 아내 또는 며느리로 삼고자 감금을 시도한다. 특히 록이의 어머니는 가사도우미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미소의 말에 “얼마나 집안일을 잘하면……. 천생 여자예요, 천생 여자. 여자는 다른 거 잘할 거 하나도 없어요.”라고 반응하며 성역할 고정관념적인 발언을 당연한 듯 내뱉는다. 이 역시 상당히 저항적으로 다룰 수 있었던 부분이기도 한데, 이러한 지점들 앞에서 전고운 감독은 어느 한 논점을 강하게 주장하며 공격적인 태세를 드러내지 않는다. ‘둘러보니 세상에 아직 이런 일들이 있더라,’라고 말하듯 영화적으로 현실에서의 비극적 문제들을 제기하고 그것을 우스꽝스럽게, 희극적으로, 블랙코미디적으로 묘사할 뿐이다.

 

사실 영화 <소공녀>는 이러한 요소들을 제외하고도 무겁게 논의될만한 청년 시각에서의 사회적 문제 진단과 페미니즘적 요소, 행복에 대한 고질적이고도 슬픈 고민 등이 꽤나 현실적으로 드러나는데, 그럼에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주 우울하거나 축 처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렇게 온건한 전고운 감독의 집필과 연출 스타일 덕이다. 게다가 영화 <소공녀>는 미소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두는 순간 알레고리적 작법을 취하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영화 속 세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지극히 현실적인 반면, 미소는 현실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인간상으로서 어딘가 허구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어쩌면 요정 같은, 사실상 비현실적인 주체이다. 이에 따라 영화는 ‘미소의 서식지를 찾아서’ 같은 주제로 표면적 서사를 뒤집어쓰고 있지만 몰래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이면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그런 작품이 된 것이다.

 

 


“안 되겠다. 복수하자.” <페르소나: 키스가 죄(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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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페르소나’의 세 번째 이야기, 전고운 감독의 일명 ‘가부장제 박살내기 복수극’ <키스가 죄>는 ‘혜복’이 등교하지 않아 걱정하는 ‘한나’의 음성메시지 내용으로 시작된다. 한나는 혜복에게 무슨 일이 있으리라 예감하고 그녀의 집에 찾아가는데, 그녀가 노크를 하고 집안에 발을 들이려는 순간, “발.” 하고 아랫사람에게 눈치를 주는 듯 짧은 중저음의 한마디가 들려온다. 그리고 아무리 혜복을 불러도 ‘좋게 말할 때 알아서 나갈 것’만을 요구하는 한 남자. 그는 혜복의 아버지이다. 까불면 다친다는 뉘앙스로 한나를 내보내려는 그의 태도에 그녀는 “되게 듣던 대로시네요.”라고 받아치는데, 여기서부터 우리는 혜복의 아버지라는 남자가 대충 어떤 인물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 결국 남자가 외출을 하고 나서야 혜복을 찾으러 들어갈 수 있게 된 한나는 들어서자마자 가위로 거칠게 잘린 것이 분명한 머리채를 하고 기어 나온 혜복을 마주한다. 게다가 혜복의 목에는 피멍 자국들이 잔뜩 남아 있다. 이에 한나는 그녀가 아버지에게 맞은 줄 알고 호들갑을 떨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대답하는 혜복이다.

 

사실 그것은 키스마크. 혜복이 머리를 흉하게 잘리고, 학교도 가지 못하고, 연락도 할 수 없게 된 것은 바다에 놀러 가 모르는 남학생과 열렬히 키스한 흔적을 아버지에게 걸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혜복이 키스를 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모르는 남자’와 키스했다는 점에서 혜복이 부모의 걱정과 어느 정도 지적은 살만했다 쳐도, 정상적인 아버지는 애를 그렇게 만들어 놓지 않는다. 혜복이 당한 것은, 줄곧 당해온 것은 분명 가정폭력인 것이다. 이에 한나는 심각성을 부여하며 혜복의 아버지에게 복수할 것을 제안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다음부터의 장난스러운 음악과 그들의 복수작전이다. 한나와 혜복은 귀엽게도 현관 앞에 참기름을 펴 바르고, 식탁 의자의 다리를 거의 잘라 놓고, 욕실 바닥에 비누칠을 해놓는다. 혜복의 아버지가 걸려들 듯 말 듯하면서도 절대 넘어지지 않자 “안 되겠다. 죽여버리자.”라고 말한 다음의 작전도 코미디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무시무시하게도 그들은 온 집에 양초를 다 펴 발라 놓는다. 하지만 씩씩대며 신발을 신고 집으로 들어온 아버지는 이번에도 넘어지지 않는다. 결국 담배를 복수 삼는 한나와 혜복. 그러다 무심코 닭장에 던진 담뱃불이 타올라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불을 끄지만, 곧 그들이 바다로 떠나는 사이 산에는 더 큰 불이 번지게 된다. 그리고 바다로 향해 걸어가며 혜복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한나에 혜복은 이렇게 답한다.

 

“산불 경비.”


단편영화 <키스가 죄>에서도 전고운 감독의 스타일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흔히 자녀가 늦게까지 논다거나 일탈을 벌이면 머리카락을 다 잘라버릴 것이라는 관용구를 적극 활용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시는데, 그 가운데서도 혜복의 아버지는 술을 마신 후에 직접, 몸소 말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다, 이전에도 가정폭력을 휘둘렀다는 전제가 다분히 깔려 있는 인물이다. 그는 우리 사회 어딘가에 곳곳이 존재하는 현실이다. 동시에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종종 가정에 방치되어 권위적인 생활을 지속한다는 무거운 사실을 비추는 요소이다. 영화 초반 혜복이 집에 있었음에도 한나의 부름에 응하지 못한 것 또한 마찬가지. 반복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하는 어떤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두려워, 또는 그런 환경이 체득되어, 더 이상 도움을 구할 의지나 용기가 없어서 등 복합적인 이유로 집 밖을 뛰쳐나오지 못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 위에 ‘한나’라는 위풍당당하고 자유로운, 다소 코미디스럽고 붕 떠 있는 느낌의 캐릭터가 얹어지자 단편영화 <키스가 죄>의 서사는 표면적으로 매우 천진난만한 분위기를 취하게 되었다. 책가방에 청테이프와 비닐봉지를 매달고 다니는, 수풀에 주저앉아 가방에 싸온 족발 대자 한 세트를 비장히 뜯어먹는 여고생이 혜복을 찾아가자, 두 인물의 복수작전을 빙자한 우스꽝스러운 소동극이 시작된 것이다. 가부장제를 박살 내겠다더니 참기름과 식탁의자, 비누, 양초를 도구로 쓰는 한나와 혜복의 조합은 상당히 귀엽고, 편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전고운 감독은 이러한 연출을 위해 사전에 다양한 시도를 한 바 있는데, 그렇게 그녀가 만들어낸 <키스가 죄>는 혜복의 슬픈 비극을 한나와 희극적으로 풀어가는 ‘희비극적’ 단편영화가 된 것이다.

 

한편 산불 관리인인 아버지와 자신들도 모르게 산불을 내버리고 마는 한나와 혜복의 인물 및 사건의 구도는 매우 인상적인 미장센으로서 작용한다. 특히 번져버린 산불이 클로즈업되며 혜복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한나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마무리 장면은 정말 백미인데, 초중반의 우스꽝스럽고 다소 가볍게 느껴졌던 극의 분위기는 이 지점에서 관객에게 다시금 이면적인 의미를 상기시키고, 동시에 안정적으로 가라앉는다. <소공녀>보다도 말이다. 산불을 제어하듯 혜복을 억압하는 아버지와, 복수도 시도하고 종국에는 산불도 내버린 채 바다로 놀러 가는 한나와 혜복. 그 귀여운 소동극은 결국 완벽한 복수극이 맞았다. 이렇게 <키스가 죄>에서도 전고운 감독은 ‘산불’이라는 키워드로써 자신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끝맺음을 보여준다.

 

 

 

85년생 전고운, 감독 전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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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llurekorea

 

 

<소공녀>와 <키스가 죄>, 두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는 '전고운'은 어떤 사람인가? 그녀는 감독이기 이전에 예리한 문제의식으로 우리 사회를 솔직하게 진단할 줄 아는 대한민국의 한 청년이다. 청년의 눈으로, 여성의 고충과 남성의 고충,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세대층의 현실 등을 섬세하게 파악하는 사람이다. 사회에서 능력을 펼칠 필요 없이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소리를 듣고 똑같이 담배를 피워도 더 부정적인 시선을 사야만 하는 여성의 고충, 모름지기 집안은 남자가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경제적 봇짐을 안고 살아가는 남성의 고충, 연애나 결혼, 출산, 집, 인간관계, 꿈과 희망 등 갖가지 것들을 죄다 하나씩은 포기하고 살아가는 ‘N포 세대’ 청년들의 현실까지.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그녀는 섬세한 촉을 가졌고, 본래 전고운이란 그런 것에 밝은 사람이기에, 감독으로서도 청년 시각적인 문제의식으로 사회를 예리하고 솔직하게 진단하여 그것을 영화에 담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고운 감독의 진짜 매력은 그러한 일관적 주제의식들을 풀어내고 영화에 담아내는 방식, 스타일에 있다. 그녀의 영화는 절대 문제적인 것 앞에서 무겁게 성을 내지 않는다. 현실의 문제를 비추는 비극적인 빙판을 서사 전반에 죽 펴 발라놓고, 다소 비 통념적인, 그리고 희극적인 요소들을 세워 움직이게 만든다. 그다음 카메라로 하여금 빙판 위의 그 요소들을 쫓아가도록 하는데, 그러면 관객들은 은근슬쩍 낯설게 다가오는 문제들 앞에서 기시감을 느낄 수도, 비 통념적인 요소들의 반응 앞에서 더 와 닿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일으킬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희비극적 서사구조를 구축해내고 그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올려 주제의식을 드러낸다는 것. 이와 관련해서는 동화적인 영화의 색감에도 주목해볼 만하다.

 

이어서 전고운 감독은 앞서 언급한 알레고리적 작법을 적극 활용한다. 영화 <소공녀>의 ‘미소의 서식지 찾기’는 표면적인 이야기이고, 그 맥락 속에서 떠돌이는 미소 하나이지만, 이면적으로 보았을 때 더크루즈의 모든 멤버들은 도리어 자신이 있는 곳을 주체적으로 장소화하지 못한 청년 난민들이다. 미소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 <소공녀>의 이면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 <키스가 죄> 또한 마찬가지이다. 겉보기에 한나와 혜복의 소동극은 ‘이게 무슨 복수극이야?’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지만, 그녀들이 뒤로 하고 떠난 산에는 더 큰 불이 번졌다. 이 작품은 산불 관리인인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완벽 복수극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스타일의 집필과 연출 방식은 주제의식으로 다뤄지는 문제를 직면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관객의 불편함을 최소화시킨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전고운 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크게 대조되는 성격을 가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관객들의 불편한 마음을 적극 활용하여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반면, 전고운 감독의 우화적인 서사의 집필과 연출 방식은 관객이 자연스럽게 불편할 수도 있는 문제의식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끔 돕기 때문이다. 이는 곧 그녀의 따듯한 개성이자 매력이다. 또한 자칫 삐끗하면 균형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알레고리적 작법 및 촬영기법을 채택하고도 영화를 잘 살려낸 것은 전고운 감독을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뭐 어쩌라고,’ ‘X같네,’ 같은 마음을 과격하게 표현하거나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와 그것을 만드는 행동으로써 풀어내겠다는 멋진 영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여성 감독, 전고운.

 

<소공녀>에서보다 더 안정적인 마무리를 지으면서도 일관적인 맥락의 주제의식과 그녀만의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 후속 작품 <키스가 죄>를 보면, 앞으로를 더 기대해도 좋을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 참고

한귀은, 「청년의 장소 찾기에 관한 알레고리 희비극 영화 소공녀」, 『국어국문학』, 국어국문학회, 2019년 03월, pp.441-474.

 

 

[정소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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