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짜임새 좋은 넉넉한 스웨터 같은,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전시]

글 입력 2021.05.1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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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어디서 봤는데. 응, 따라 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잖아. 누구더라. 부다페스트 호텔.”

 

누군가와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눴다. ‘이런 식의 그림’이 많다는 건 그의 일러스트가 한 분야를 선도했다는 것이고, ‘부다페스트 호텔’이 떠오른다는 건 영화와 회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양식의 예술이 있다는 걸까. 그는 영화를 감상한 후, 그에 대한 감상평을 그림으로 펼쳐놓았다. 누구도 모르는 내 취미 생활이지만, 나도 그랬다.

 

그와 나의 가장 큰 차이는... ‘영화를 본 후 그림을 그린다’ 빼고는 모두가 아닐까. 단편적인 장면만을 그려내기 바빴던 나와, 러닝 타임 두 시간을 종이 한 장에 담은 그는 아예 다른 종류의 예술을 펼쳐놓고 있었다. 국내에선 웨스 앤더슨 컬렉션 북으로 이름을 알리며 일러스트 계의 큰 흐름을 만들어냈고, 본래엔 팝 문화를 기반으로 한 포스터, 광고 및 매거진과 함께했다.

 

 

3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 ©마이아트뮤지엄.jpg

 

 

국내 첫 개인 전시인 만큼, 짜임새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영화의 순간을 선물하기 위해 음악 플랫폼 이용권을 건네고, 작품의 귀감이 되었던 영화를 감상해 보시라며 OTT 플랫폼 이용권까지. 이렇게 친절한 전시를 만난 적이 있었나, 감히 행복했다.

 

 

1부 우주적 상상력 ©마이아트뮤지엄.jpg

 

 

그는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몇 안 되는 예술가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렸고, 단지 즐거워 계속했던 그 그림이 업이 되었다. 심지어 그는 SF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광’이었다. 스크린 겉면뿐만 아니라, 촬영장 분위기와 캐릭터의 의상까지 파고들었다니, 그는 영화 소비와 제작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것이다.

 

그의 작품을 애정하는 이들은 거진 백 프로, 그가 표현하는 ‘색상’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그만이 가진 색감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만나 정적이고도 폭발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심지어 개봉 초반엔 부진을 보였던 영화가 다시 떠오를 정도였으니, 이젠 영화가 그를 만드는지, 그가 영화를 만드는지도 헷갈릴 지경이다.

 

 

4부, 맥스의 고유한 세계 ©마이아트뮤지엄.jpg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많이 생각하고 고뇌하는 부분이 ‘컬러’라고 한다. 색은 시간, 빛, 빛의 온도, 옆을 지키는 다른 색에 따라 변화하는 가장 큰 매력이라 느껴지는데, 심지어 이는 감정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는 진작 이러한 것들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자연스레 자신의 작품은 ‘컬러’가 전부라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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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Kong’ Archival Pigment print, 2017 ⓒ Max Dalton

 

그의 ‘킹콩’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다른 작품처럼 대칭과 캐릭터 크기, 스크린에 비치고 있는 구도와는 다른 ‘킹콩’의 크기. 귀여우리만치 자그마한 킹콩은 멀리서 응시하면 응석을 부리며 집에 가기 싫다고 외치는 아이 같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 ‘아기 킹콩’은 인류 문명에 채여 스러지는 자연의 모습이라 한다. 경외감을 주는 우주와 한없이 수동적인 자연의 모습. 일러스트 한 장으로도 이런 생각이 가능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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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린 <기생충>을 처음 보는 관객이 바로 우리, 국내 관객이다. <기생충>을 본 이후 들었던 기시감, 메슥거림은 그의 작품 안에서도 살아 있었다.

 

다정한 색감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라, 마음의 준비 없이 들이닥쳤다 되려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랄까. 그의 집 단면을 세로로 잘라, 영화 내의 세계관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와중에도 ‘기택’의 집은 작품에 없다. 단지, ‘동익 하우스’에 침투한 그들의 모습만이 그려질 뿐이다.

 


5부, 사운드 오브 뮤직 ©마이아트뮤지엄.jpg

 

 

짜임새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은, 전시 후반부에서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각종 플랫폼 이용권들은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우리의 세계를 넓혀 주는 도구로 활용됐다면, 후반부에는 ‘당신의 취향을 알고 싶어요’라 되묻는 듯한 기획이 펼쳐져 있다.

 

관객의 영화 취향을 설명하는 Mvti, 최근엔 너무도 당연해진 SNS 전용 포토존, 그의 작업실에 들어선 듯한 <사운드 오브 뮤직> 공간까지. 아무도 궁금하지 않겠지만, 나의 Mvti는 어드벤처/판타지다. 해당 유형을 위한 문구를 내려놓으며, 짜임새 없는 스웨터 같은 후기를 마친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는 일을 겪게 된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것뿐이지.” - 반지의 제왕

 

 

[이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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