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 빛난다 [음악]

화려한 '킹덤'이 무너지고, '꾹꾹이춤'이 떠오르는 이유.
글 입력 2021.05.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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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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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의 중심에 있는 k-pop 아이돌. 그들이 국내는 물론 세계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칼군무, 매력적인 외모, 중독성 있는 멜로디 이 3박자가 완벽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기 있는 음악, 세계적으로 메인스트림에 있는 음악들은 주로 '트렌디한 노래'였다. 좋은 노래, 신선한 노래로 새로운 유행을 선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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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군무의 원조인 인피니트와 청량부터 섹시까지 다양한 컨셉을 소화하는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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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원으로 여러가지 독특한 대형과 안무를 보여줄 수 있는 우주소녀와 아이즈원]

 

 

k-pop은 사뭇 달랐다. 좋은 노래에 좋은 '퍼포먼스'가 더해졌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면서 리듬을 타고 간단한 제스처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여러 명의 멤버들이 각을 맞춰 하나의 '예술'을 만들어냈다. 댄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하면서 군무에 맞춰 춤을 췄다. 심지어 댄서들과 합을 맞추며 더 다양한 퍼포먼스를 무대 위에서 펼쳐냈다.

 

거기에 마네킹 같은 비율과 외모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 k-pop 아이돌은 아이돌의 본래 뜻 그대로 전 세계의 우상이 되었다. 가수로서의 실력은 물론이고 외모, 끼, 무대매너.. 거기에 포화된 아이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예능감과 연기력까지 겸비한 아이돌들이 종횡무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포화된 아이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사로잡아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기본적인 가수로서의 실력'만 가져서는 안되었다. 더하여, '듣는' 노래에서 '보는' 노래가 떠오르기 시작한 현 "영상 콘텐츠" 시대에서 과열된 아이돌들의 경쟁은 '가수로서의 실력'을 넘어서 그 이외의 것에 초점을 맞추게 만들었다.

 

모두가 후렴구를 따라 부르고 포인트 안무를 따라추는 k-pop 시대는 끝났다. 아이돌들의 화려한 퍼포먼스, 스타일링으로 꾸며진 무대를 보며 '우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우상으로 치켜세우느라 바쁘다. 그들은 점점 더 어나 더 레벨이 되어가고, 점점 더 그들만의 세상에서만 존재하게 되었다.

 

 

 

가수들의 퍼포먼스는 어디가고 '세트'들의 퍼포먼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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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국악, 주술, 보그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그들만의 색깔로 풀어내며 다채로운 볼 거리와 들을 거리를 제공하던 '퀸덤'이 이번에는 여러 보이그룹들이 꾸려나가는 '킹덤'으로 돌아왔다.

 

킹덤 이전에 '로드 투 킹덤'은 걸그룹들로 구성되었던 '퀸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킹덤 역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지금, 그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대중성을 증명해 주는 시청률과 화제성 지표는 물론이고, 이른바 '아이돌 덕후'들 사이에서도 언급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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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킹덤' 무대 캡쳐본]

 

 

오히려 무대 제작비 논란과 같은 잡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 잡음이 바로 '킹덤'이 대중들과 덕후들 모두에게 피로감을 안겨주며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아이돌 가수로서 무대에서 보여주는 메인 장치는 노래와 춤이며, 무대를 위한 메이크업과 옷, 그리고 무대 세트 및 장비들은 무대를 더 돋보이게 '도와주는' 장치다. 하지만 킹덤에 참여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출중한 노래 실력과 춤 실력은 당연히 갖추고 있는지라, '경쟁' 프로그램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독특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여 눈길을 끄는 것이 필요했고, 그 결과 무대 위에서 아이돌 가수로서의 메인 장치보다 부가적인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에선 형평성을 보장하고, '아이돌 가수'로서의 선의의 경쟁을 위해 무대 세트 제작비 제한을 두었지만, 결국엔 그 제한을 어기는 팀들이 있었고, 가수들의 퍼포먼스가 아닌 현란한 무대 장치들의 퍼포먼스 경쟁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좋은 노래와 춤으로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무대 장치와 스타일링, 즉 기본에서 벗어난 것들에 과하게 집중한 퍼포먼스는 대중들은 물론 '덕후'들 마저도 등을 돌리게 했다. 왕좌의 자리를 경쟁하며 세우려고 했던 아이돌들의 '킹덤'은 왕좌가 누군지를 가리기도 전에 결국 무너졌다.

 

 

 

좋은 노래를 가리는 퍼포먼스


 

이는 비단 '킹덤'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아이돌들의 매력적인 퍼포먼스들은 근본을 가리는 퍼포먼스로 변질되었다.

 

요즘 급격히 더워진 날씨에 즐겨 듣는 노래가 있다. 신예 걸그룹 위클리의 'After School'이라는 노래다. 앞서 계속 언급했던 지나치게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무대장치, 화려한 메이크업이 판치는 아이돌 시장에서 청량하고 하이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 음악은 요즘 날씨에 딱 맞는 시원시원한 노래였다. 우연히 길 지나가다 들은 노래였지만, 매일 아침마다 이 노래를 듣는다.

 

이 좋은 노래를 듣고 있다 보니, 당연히 그 아이돌들의 무대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음악방송 무대를 찾아봤더니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무대에서 '바퀴 달린 의자'에 앉고, '롱보드'를 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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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무대 직캠 캡쳐본]

 

 

뮤직비디오나 스페셜 영상 콘텐츠도 아니고, 콘서트 혹은 연말 가요 시상식의 특별 무대도 아닌 매주 나오는 음악 방송에서 굳이 롱보드나 바퀴 달린 의자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은 멋있다기보다는 다치진 않을까 불안해 보였고, 결국 안전에 신경 쓰다 보면 아이돌 가수들의 기본적인 라이브와 완벽한 군무에도 지장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좋은 노래에 좋은 퍼포먼스가 곁들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k-pop 아이돌들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늘하늘한 노래에 맞는 것이 아니라 과열된 퍼포먼스 경쟁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 무대 위의 '롱보드'라는 무리수를 던진 것만 같은 이들의 모습은 아쉬웠다.

 

노래에 맞는 무대를 보여주는 것에 치중했다면, 대중들은 따라 부르기도, 또 따라 추기도 쉬웠을 것이며, 좋은 노래는 더더욱 빛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보드를 굳이 올려놓지 않아도, '보드 탈 때 좋은 노래' '요즘 날씨에 라이딩할 떄 좋은 노래' '요즘 한강에서 들으면 좋은 노래' 등등으로 꼽힐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은 '노래하는' 가수다. 아무리 영상으로 보는 시대라 하더라도.


 

작년 하반기에 데뷔했지만, 음원과 음반 시장, 화제성까지 모두 사로잡은 '괴물 신인' 그룹이 있다. 바로 걸그룹 '스테이씨'다. 대형 기획사도 아닌 이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꾹꾹이 춤'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은 '노래하는' 가수로서의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스테이씨의 전원 핸드마이크 + 라이브 무대 영상]

 

 

'꾹꾹이 춤'을 유행시킨 스테이씨의 'ASAP'은 데뷔곡 'SO BAD'에서 안무가 난잡하다는 피드백을 반영한 노래였다. 괜히 이것저것 새로운 안무와 대형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뒤로하고, 따라 추기 쉬운 '포인트 안무'를 들고 와서 그들의 차별화된 모습을 극대화했다.

 

화려함에 치중하느라 라이브보다는 퍼포먼스에 집중하기 위한 '라이브ar' (라이브 하는 것처럼 숨소리까지 녹음한 ar 음원으로 립싱크/라이브를 병행할 수 있게 하는 음원. 무대에서 더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요즘 아이돌들이 사용하는 음원이다.) 이 성행하던 음악방송에서 스테이씨는 전원이 핸드마이크를 들고 '생라이브'를 선보였다.

 

좋은 노래, 노래와 걸맞은 안무, 각양각색의 매력 있는 비주얼, 그리고 뛰어난 실력을 입증하려는 열정과 패기까지. k-pop 아이돌 만의 특징, 가장 기본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것을 주 목적으로 삼은 결과, 과열된 화려한 무대에 피로했던 대중들은 스테이씨에 환호하게 되었다.

 

아무리 노래만 듣는 시대는 가고, '영상'으로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시대라 하더라도, 아이돌들은 결국은 '노래하는' 가수다.

 

화려한 퍼포먼스, 메이크업, 조명, 다양한 무대장치들은 당연히 사람들의 눈길은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노래를 가리는 퍼포먼스, 대중들과 팬덤들을 쉽게 질리게 만드는 퍼포먼스는 결국 외면받는다.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자. 결국은 좋은 노래, 그리고 그것을 더 빛나게 하는 무대가 함께 할 때 대중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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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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